'청소년 접종 희망하지 않음' 못 고르는 교육부 설문조사..거세지는 학부모 반발
학부모들 "은연중에 접종 강요" "이게 조사냐" 반발
교육부 "선호 접종방식 파악 위한 조사..지원 위한 것"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내년 2월부터 만 12~17세(초등학교 6학년~고교 2학년)에 적용되는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을 두고 학부모들 반발이 거센 가운데, 교육부가 진행하는 학부모 대상 백신 관련 설문조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조사 답변 항목 중 '백신 접종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개별접종 예정' 등과 함께 묶여 있어 미접종 의견을 밝힐 수 없도록 짜여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학부모들은 "답변 항목 분리를 안 해, 마치 모두 접종 의사가 있는 것처럼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백신 접종을 은연중에 강요하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교육부 측은 접종희망 여부보단 접종 희망자의 선호 접종방식 파악이 이번 조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 6일부터 '건강상태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찾아가는 학교 단위 백신 접종' 희망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 백신 접종을 '학교 단위'로 진행하기 위해 실시하는 설문으로, 조사 대상은 만 12~17세의 보호자나 법정대리인이다. 조사는 이날부터 8일까지 사흘간 실시됐다.
앞서 정부는 오는 13~24일 2주 동안을 '접종 집중지원주간'으로 정했는데,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접종을 학교에서 진행할 것인지, 보건소·예방접종센터 등 다른 기관에서 시행할지 지자체 등과 협의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설문조사 문항은 Δ접종 대상 Δ접종력 여부 Δ희망 여부 Δ접종 방식 등 총 4가지로 구성됐다.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희망 여부', '접종 방식' 문항의 답변 항목이다.
먼저 희망 여부는 '접종 집중지원주간에 찾아가는 백신 접종을 희망하는지'를 묻고 Δ희망함 Δ다른 기간에 희망함 Δ희망하지 않음(개별 접종예정/접종받을 계획이 없음) 3가지 답변이 제시됐는데, '개별 접종예정'과 '접종받을 계획이 없음'이 묶여있어 따로 선택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접종 방식도 '가장 원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Δ학교에서 접종 Δ보건소 방문 접종 Δ접종센터 접종 Δ위탁기관 지정 접종 Δ평소 이용하는 병·의원에서 개별 접종 또는 희망하지 않음 5가지 선택지가 제시됐는데, 역시 '희망하지 않음'만 따로 선택할 수는 없다.
학부모들은 "참 이상한 설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설문조사를 비판하는 학부모들 글이 이어졌다.
한 학부모는 "이건 접종 참여할지 말지를 물어보는 게 아니라, '무조건 접종한다'를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것 아니냐. 개인의 자유는 어디 갔나. 정말 분통 터진다"며 분노를 표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접종 희망하지 않는다'와 '개별접종 예정'을 같이 묶어 두는 게 무슨 설문조사냐"라며 "참여를 안 하자니 '학부모 대부분이 접종을 희망한다'는 결과를 내놓을 것 같고, 참여해도 백신 미접종 의견이 전달되는 게 아니지 않나. 교묘한 방식으로 접종을 강요하는 것 같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학부모 대다수는 자녀에게 백신 접종시키길 꺼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 지난 5∼6일 전국 초·중·고 학부모 1만83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에게 백신 접종을 시키겠다'고 답한 학부모는 5.9%(1084명)에 그쳤다.
반면, '백신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접종시키지 않겠다'는 학부모는 60%에 달했고, '안정성과 관계없이 접종시키지 않겠다'는 의견도 30%를 차지했다.
설문조사와 관련해 교육부 측은 접종방식 선호도가 이번 조사의 목적이며, 접종 희망여부를 확인하려는 조사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설문의 목적 자체가 접종 희망여부를 묻는 설문 조사는 아니다. 어떤 접종방식을 선호하는지 수요를 파악하고 지자체와 협의해 접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등 3개 단체는 8일 정부의 청소년 대상 방역패스 적용이 학습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단체는 이날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 방역패스는 인권위법 2조3항에 규정된 '교육시설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라며 "합리적 이유 없이 백신 미접종 학생을 차별하는 것으로, 명백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결혼해도 물장사할거야?"…카페하는 여친에 비수꽂은 남친 어머니 - 아시아경제
- "37억 신혼집 해줬는데 불륜에 공금 유용"…트리플스타 전 부인 폭로 - 아시아경제
- 성유리 "억울하다" 했지만…남편 안성현, '코인상장뒷돈' 실형 위기 - 아시아경제
- 방시혁·민희진, 중국 쇼핑몰서 포착…"극적으로 화해한 줄" - 아시아경제
- "전우들 시체 밑에서 살았다"…유일한 생존 北 병사 추정 영상 확산 - 아시아경제
- 연봉 6000만원·주 4일 근무…파격 조건 제시한 '이 회사' - 아시아경제
- "가자, 중국인!"…이강인에 인종차별 PSG팬 '영구 강퇴' - 아시아경제
- "고3 제자와 외도안했다"는 아내…꽁초까지 주워 DNA 검사한 남편 - 아시아경제
- "너희 말대로 왔으니 돈 뽑아줘"…병원침대 누워 은행 간 노인 - 아시아경제
- "빗자루 탄 마녀 정말 하늘 난다"…역대급 핼러윈 분장에 감탄 연발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