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진짜 돈 되네..데이터 기업 몸값이 뛴다

김경민 2021. 12. 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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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의 금융 비서’로 기대를 모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면서 재계 관심이 뜨겁다. 소비자가 원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골라 흩어진 자신의 신용 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하고, 맞춤형 자산 관리와 금융 컨설팅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는 덕분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오일’로 불리는 데이터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자영업 데이터를 활용한 소상공인 매출 분석 시스템 ‘캐시노트’를 운영 중이다.
▶보험사 공공 의료 데이터 활용 나서

▷다양한 질환 보장하는 신상품 쏟아질 듯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은 53개사 중 준비가 완료된 17개사가 12월 1일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사, 신한·국민·현대·비씨·하나카드 등 카드사와 농협중앙회, 뱅크샐러드, 핀크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소비자는 여러 곳에 흩어졌던 개인 신용 정보를 훨씬 편리하게 모으고 관리할 수 있다. 은행 예적금 계좌 잔액, 카드 결제 내역을 비롯해 보험 보장 내역, 주식 보유 수량, 대출 금리 등 온갖 금융 정보가 대상이다. 그동안 은행, 증권, 카드, 통신사 앱을 각각 켜야 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 입장에서도 방대한 데이터로 소비자를 파악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계기로 데이터 활용 가치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등 계열사 서비스를 한데 모은 ‘하나 합’이라는 마이데이터 브랜드까지 내놨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는 한번 사용하기 시작한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되면 승자 독식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마케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사들은 의료 데이터에 주목한다. 고객 유치를 위해 최근 공공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보험 상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KB생명, 현대해상 등 5개 보험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공공 의료 데이터 이용을 위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 아직 건강보험공단 승인을 받지는 못했지만 향후 기회가 열리면 보험사들은 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자나 유병력자 데이터를 분석해 이들을 위한 보험 상품을 적극 개발할 계획이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공공 의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어 폐암, 간암 등 주요 질환 발생률이 필요할 때 어쩔 수 없이 외국 데이터를 써야 했다. 국내 고객에 대한 촘촘한 분석이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기존에 보장하지 않았거나 보험료가 높았던 질환에 대한 정교한 위험 분석이 가능해진다. 덕분에 당뇨 합병증, 뇌혈관 질환 등 각종 질환 보장 범위가 확대되고 보험료도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실제 공공 의료 데이터가 활성화된 해외에서는 희귀 질환 보장 상품이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에이즈, 당뇨 환자가 가입할 수 있는 사망, 상해 보장 상품을 판매한다. 미국에서는 민간 보험사 ‘카이저퍼머넌트’가 의료 데이터 분석으로 치료 시기가 지연된 환자를 자동 감지해 통보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일본 JMDC도 헬스케어와 빅데이터 융합 사업으로 큰돈을 버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1000만여명 환자의 진료비 명세서를 받아 의료 정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다시 판매한다. JMDC는 어떻게 수많은 진료비 명세서를 받을 수 있었을까. 일본 직장인은 국민건강보험이 아닌 개별 기업과 공동으로 설립한 직장보험조합을 활용, 의료 시설을 이용한다. 각 조합은 피보험자가 보험비 청구를 위해 지급한 진료비 명세서를 JMDC에 제공하고, 회사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저렴한 약품을 추천하거나 중증 예방을 위해 미리 진료받을 것을 제안한다. 조합 입장에서는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JMDC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JMDC는 데이터를 활용한 자료를 익명화, 표준화해 연구기관, 제약 회사에 다시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성별, 나이, 질병 등 구체적인 정보는 신약 개발에 중요한 정보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덕분에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JMDC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7억엔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JMDC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48억엔에 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의료 정보 플랫폼 스타트업 메디블록이 의료 데이터 활용 기업으로 눈길을 끈다. 메디블록은 국내 최초 블록체인 기반 간편 보험 청구 서비스 ‘메디패스’를 내놨다. 메디패스 앱을 이용하면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를 위해 병원에서 진단서나 진료 명세서 서류를 뗀 뒤 보험사에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블록체인 기술로 개인 신원 증명이 가능한 덕분이다. 개인 진료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덕분에 메디블록은 네이버 등으로부터 40억원 투자를 받기도 했다. 메디블록은 향후 블록체인 기반 의료 데이터 매매 플랫폼을 내놓을 계획이라 업계 기대가 크다.

▶데이터 활용 기업 몸값 높아져

▷한국신용데이터 기업가치 8000억

의료뿐 아니라 소상공인 데이터 가치를 눈여겨본 기업도 있다. 소상공인 데이터 스타트업 한국신용데이터는 최근 기업가치 8000억원을 인정받았다. ㈜GS, 카카오, KT, 신한카드, KB국민은행 등 주요 대기업, 금융사들이 소상공인 데이터 가치를 높게 보고 잇따라 투자에 나선 덕분이다. 한국신용데이터는 2016년 설립 이후 누적 투자 금액만 1000억원을 넘었다.

한국신용데이터 기업가치가 치솟은 것은 자영업 데이터 중요성이 높아진 덕분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절체절명 위기를 맞은 자영업 시장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사업 전략이 절실해졌다. 이 회사는 소상공인 매출 분석 시스템인 ‘캐시노트’를 운영한다. 캐시노트를 통해 매출 관리, 단골 고객 분석, 세금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전국 자영업자 사업장 70만여곳에 도입했다. 이를 분석해 소상공인에게 경영 컨설팅을 하거나 소상공인 자금 지원을 위한 데이터 분석 사업도 병행한다. 캐시노트가 분석하는 거래 정보만 연간 150조원 규모에 달한다.

KDB산업은행도 국내 금융권 최초로 데이터 담보 대출 상품을 마련해 한국신용데이터에 50억원을 지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주로 부동산 같은 유형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만큼 유형 자산이 없는 스타트업 대출은 쉽지 않았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시중은행들도 데이터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데이터 활용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 데이터 산업은 급성장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 시장 규모는 2019년 198조원에서 2024년 338조원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국내 데이터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는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0 데이터 산업 현황 조사’를 보면 지난해 데이터 산업 시장은 19조2736억원 규모로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1.3% 수준이다.

다만 데이터 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부작용도 적잖다.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개인 정보 유출, 오남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소비자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데이터 가치를 제대로 산정할 기준을 마련하는 동시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수많은 데이터를 손쉽게 보유, 활용하는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직까지 법적으로 데이터는 물건 개념에 포함되지 않아 소유권이 없다.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이 고객 데이터를 사용할 때 개인 정보 활용 측면에서만 열람권 등의 규제가 가능할 뿐이다. 만약 데이터에 법적인 소유권이 생기면 빅테크 기업 규제가 수월해지고 데이터 활용 가치도 달라지는 만큼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주요국 입법 논의를 지켜볼 만하다.” 이광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의견은 눈길을 끈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7호 (2021.12.08~2021.1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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