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측근이 공소장 유포했나.."수사팀에 덮어씌우기"

하준호 2021. 12. 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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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감찰부(부장 한동수)가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가까이서 보좌했던 A검사장이 이 고검장 공소장의 최초 열람자임을 확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검사장의 PC에서 공소장 유출본의 원본격인 ‘워드 파일’을 발견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자 대검 감찰부는 A검사장의 유포 여부는 확인하지도 않은 채 조사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중앙포토


포렌식 대상자 22명 중 A검사장 있었다


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검사장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에 접속해 공소장을 조회한 건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 고검장을 기소한 이튿날인 지난 5월 13일 오전 7시 30분쯤이라고 한다. 극히 이른 시간 열람한 만큼, 당시 보좌하던 이성윤 지검장에게 내용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람한 것으로 추정된다.

A검사장이 열람한 당일 오전부터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킥스에 업로드된 공소장 공소사실 편집본이 사진파일 형태로 유포됐다. 이 때문에 대검 감찰부는 A검사장을 포함해 이날 오전 킥스에서 공소장을 열람한 이들 중 포렌식 대상자 22명을 특정했다. 이 고검장을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은 접속·열람한 사실이 없어 22명의 포렌식 대상자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감찰부가 이 중 A검사장의 PC를 임의로 제출받아 포렌식하자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유포된 공소장 사진파일의 ‘원본’격인 워드파일이 발견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다만 대검 감찰부 관계자는 “A검사장이 이날 오전 일찍 킥스에서 공소장을 열람한 건 사실이지만 PC에서 워드파일로 편집했는지 등은 규명되지 않은 영역”이라고 말했다.

A검사장 본인은 이날 ▶공소장 최초 열람자인지 ▶‘워드 파일’ 편집본 작성 및 사진파일 유포 여부를 묻는 중앙일보의 전화와 문자에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 11월 26일 공수처는 해당 수사와 관련해 대검찰청 정보통신과를 찾아 압수수색을 개시했지만 수사 절차에 대한 압수 대상자들의 항의로 수색을 철수했다. 연합뉴스


대검 법무부에 “수사팀 열람 안 해” 보고…“덮어씌우기 수사”


검찰 안팎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 고검장 측근 검사장을 포함해 드러난 최초 열람자부터 유포 경위를 추적하지 않고 수사팀을 압수수색한 건 “덮어씌우기 표적 수사”란 비판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대검 감찰부는 ‘공소장을 열람한 이들 중엔 수사팀 소속 검사는 없다’는 사실을 법무부에 2차례 보고했다고 한다. 감찰 착수 때 1번, 감찰 중단 취지의 보고 1번이다. 또 A검사장을 비롯한 22명을 의심자로 특정했으나 ‘특별한 게 나온 게 없고 (사진) 파일도 발견하지 못한 데다 공수처가 수사 중이니 더는 진척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조사를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원했던 결과와 정반대로 이 고검장 측근 검사들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자 의도적으로 감찰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덮으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대검 감찰부는 아직 진상 조사 중이며 ‘감찰 종결’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수처의 수사 착수로 감찰을 일시중단한 정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현직 검사는 “A검사장이 당시 직속 상관인 이 고검장에게 보고할 목적으로 새벽에 공소장을 열람한 것이라면 첫 재판 전(당사자가 공소사실을 알기 전)에 공소장이 공개돼선 안 된다는 논리도 무용해진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청한 법조계 인사는 “A검사장이 유포자라고 하더라도 공무상 비밀누설은 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이나 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 정도는 될 수 있겠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다”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그러나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8일 출근길에 “첫 재판 이전에 공소장이 공개돼선 안 된다. 원칙의 문제”라며 피고인인 이 고검장의 방어권을 강조했다. 7일에도 페이스북에서 “첫 재판 전과 첫 재판 후(공소장 공개)는 다른 것”이라며 “주로 특정 사건에 대한 공소장이 선별적으로 유출되니까 문제”라고 저격했다.

이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진짜로 ‘원칙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박 장관은 왜 국회의원 시절 법무부에 요구해 재판 전에 공소장을 받았는지 묻고 싶다”며 “게다가 국정농단 특검법에 수사 중 수사내용 무제한 공개가 가능하도록 하는 전대미문의 특별조항까지 넣은 것은 다름 아닌 박 장관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성윤 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에 대해) 죄가 되는 것처럼 말해놓고 이제 와서 공수처가 판단할 사안이라고 하는 것이 황당하다”라고 꼬집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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