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망해도 이건 남긴다, 외관부터 범상찮은 이 건축물 정체
2층짜리 대형 시내버스보다 덩치가 큰 강철 구조. 외부엔 태양광 패널 부착, 내부엔 데이터 저장할 드라이브 설치.
섬으로 이뤄진 호주 태즈메이니아주에 들어설 한 건축물의 모습이다. 외딴 곳에 덩그러니 놓여진 외관은 국가 보안 시설이나 미술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언뜻 정체를 상상하기 어려운 이곳은 '지구 블랙박스'(Earth's Black Box)다. 말 그대로 전 지구적 기후 위기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저장하는 블랙박스 역할을 맡게 된다.
파괴 불가능한 '기후 블랙박스'
7일(현지시간) CNN,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구 상의 기후 변화와 세계 각국의 대응을 기록하기 위한 저장 장치인 지구 블랙박스가 내년 중에 등장한다. 호주의 태즈메이니아 대학, 광고대행사 클레멘저BBDO 등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 온라인으로 올라오는 기후 위기 연구 자료와 뉴스, 소셜 미디어 게시물 등은 모두 여기에 실시간으로 저장할 계획이다. 평균 기온, 에너지 소비량 등 500가지 측정 지표를 바탕으로 기후 위기 현상과 각국 정부 움직임도 정기적으로 기록한다.
지구 블랙박스란 이름은 어떤 사고에도 파괴가 불가능한 비행기 기록계에서 영감을 받아 붙였다. 이 건축물은 이름 그대로 모든 자연재해를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설계된다. 크기는 길이 10m, 가로 4m, 높이 3m이다. 두꺼운 벽은 강철 소재가 쓰인다. 태양광·태양열 같은 재생에너지로 가동되기 때문에 외부 에너지 공급이 끊겨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설치 장소도 지리·정치적으로 안정된 호주 해안가로 낙점됐다.
인류 멸망 대비해 견고하게 만들어
이러한 구상은 지난달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6)가 끝난 직후 마련됐다. 세계 각국이 지구 기온을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억제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하고 각자의 기후 위기 대응안을 발표한 데 영향을 받았다.
지구 블랙박스 외관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갈 하드 드라이브엔 세계 각국이 내놓은 계획과 후속 행동들이 이미 기록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담긴 정보는 전 세계 지도자와 시민들에게도 공개될 예정이다. 기후 변화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개발자들은 이 블랙박스가 향후 30~50년 동안 쏟아질 기후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으며, 데이터를 압축·보관할 기술도 꾸준히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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