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섬에서 길 건너려는 보행자 위해 멈춘 차는.."겨우 0.8%"
교통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대기하는 보행자를 위해 먼저 멈춘 우회전 차량이 0.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100대 중 한 대꼴도 안되는 수치로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 의식이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달 초 서울스퀘어와 잠실역사거리, 회현역사거리, 을지로입구역 등 서울시내 4곳에서 '교통섬 보행자 횡단 안전도실험'을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보행자가 교통섬을 출발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와 횡단을 위해 대기하고 있을 때 우회전 차량의 양보 여부를 조사한 것이다. 교통섬은 차량의 원활한 소통과 보행자의 도로횡단 안전을 위하여 교차로 또는 차도의 분기점 등에 설치하는 섬모양의 시설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 정지선에 제대로 멈춰선 차량은 총 202대 중 25대로 12.4%였다. 10대 중 한 대 정도만이 보행자를 위해 정지선 앞에 멈췄다는 의미다.
현행 도로교통법에선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모든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승용차 기준으로 과태료 7만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조사결과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어도 양보하지 않고 그냥 지나친 차량이 54.5%로 절반 넘게 차지했다. 나머지 33.2%는 횡단보도를 넘어서서 정지하거나 완전히 서지 않고 서행하면서 보행자를 위협하는 차들이었다.
사실상 90% 가까운 차량이 보행자 보호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셈이다. 보행자가 교통섬에서 길을 건너기 위해 대기하는 경우는 상황이 더 열악했다. 369대의 차량 중 단 3대(0.8%)만 멈춰 선 것이다.
선진국과 달리 국내법에선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 때에는 일시정지 의무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고 하는 때에도 일시정지 의무를 넣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단의 홍성민 책임연구원은 “교통섬이 설치된 교차로는 상대적으로 우회전 차량의 속도가 빠르다"며 "게다가 교통섬을 보행자는 보도로, 운전자는 차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보행자 안전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행자 상당수도 교통섬에 대해서 위험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공단이 전국 72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통섬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4.9%(6839명)가 '교통섬을 건널 때 차량의 위협을 느꼈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운전자의 안전의식 제고와 함께 교통섬의 구조적 문제점 개선 같은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권용복 공단 이사장은 "도로의 주인은 더이상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보행자가 보이면 일단 멈춤을 생활화해 모두가 안전한 도로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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