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후 '창업 러시' 美 vs K방역 후 '폐업 도미노' 韓
지난 9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아시아 매체 중 최초로 미국 ‘다점포 점주 콘퍼런스(MUFC)’에 참석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탓에 확진자가 속출하던 시기였음에도 MUFC 분위기는 뜻밖에 화기애애했다.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식당 회생 자금(RRF)’과 ‘급여 보호 프로그램(PPP)’이 있었다. 방역을 위해 셧다운을 하며 경제 활동을 제한한 대신, 전년 매출과 납세, 고용 실적 등에 따라 자영업자 손실을 수천만원 이상 보상해준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15년간 일식당을 운영해온 한인 사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광객이 급감해 매출이 70%나 줄었지만 정부 지원 덕분에 5명 넘는 직원 고용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일까. 최근 미국에서는 ‘거대한 퇴사(Great Resignation)’ 행렬에 이어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5.9%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10월 기준). 반면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3%가량 줄었다. 건강보험을 전적으로 기업 복지에 의존하는 미국인들의 퇴사, 창업 러시는 의미심장하다. 고용 안전망에서 탈락해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도, 정부가 자영업자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미국과 정반대다. 전체 취업자 중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 비중은 23.9%로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8월 기준). 소상공인 손실보상금이 줄어든 매출의 한 자릿수만 메꿔주니 도저히 못 버티고 ‘도미노 폐업’한 탓이다.
신규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서며 정부는 다시 영업 제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2년 만의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자영업자는 또 시름이 깊다. 재원도 불분명한 여야 대선 후보의 손실보상금 50조원 ‘공약(空約)’은 쳐다도 안 본다. 미국 같은 후한 보상도 사치다. 정부가 자영업자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그 하나가 부러울 뿐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7호 (2021.12.08~2021.1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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