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붕괴, 괴담 아닌 현실.. 강력한 멈춤이 필요하다

김철주 2021. 12. 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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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사망자 늘고 자택 대기자만 1천명.. 확진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김철주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에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중앙방역대책본부는 6일 기준 국내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 전날보다 12명이 늘어나 총 24명이다고 밝혔다.
ⓒ 유성호
 
'골든타임'이란 외상을 입었을 때, 내외과 치료를 받아 죽음에 이르는 것을 방지할 가능성이 큰 시간대로, 즉 이 때를 넘기면 생명을 잃게 되므로 이 시간 안에 생명을 살리기 위한 모든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그래서 긴급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상황을 가리켜 사회적 용어로도 사용된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최초로 놓쳐버린 골든타임은 부동산 집값을 잡아야 할 시점에 있었다. 정권 초기 민간임대주택사업자 제도를 도입하면서 공급확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는 금방 부작용을 일으켰다. 갖은 혜택에 사업자들이 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사들이면서 수요가 증가했고 집값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 중요한 골든타임에 정부는 문제의 본질과 관련 없는 대응책만 내놨다. 

중요한 시점에 정확한 정책이 도입되지 않으면서 결국 집값은 폭등했고 서민들의 주거비 증가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제 공급문제, 세금문제, 대출문제를 틀어잡고 있으나, 골든타임이 지난 상황에서 주거비 폭등 문제는 쉽게 되돌릴 수 없게 된 듯하다.

사망자수 왜 4배나 늘었나 

현재 코로나19 방역 상황도 또 다른 골든타임에 처해 있다. 백신도 없이 보냈던 작년 12월의 사망자 수는 일평균 12명인데, 올해 12월은 시작되자마자 평균 48명(12월7일 기준)으로 늘어났다. 사망자 수가 4배가 되는 위드코로나 정책은 전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이렇게 사망자 수가 늘어난 이유는 우선 정부의 자만이 큰 몫을 했다. 우리의 강점인 역학조사, 대규모 진단검사, 헌신적인 공공병원의 활약, 민간병원의 중증환자 치료는 딱 확진자 2000명대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확진자 2000~3000명 수준의 대응자원으로 위드코로나가 가능하다는 호언장담은 '쥐어짜기'에 불과하다. 
 
▲ 잠시 쉬는 호흡보호구 위중증 환자가 엿새 연속 700명대를 기록한 6일 밤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 중증환자 병동 출입구 유리벽에 의료진들의 호흡 보호구가 걸려 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수도권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6.6%로 전일보다 더 높아졌다.
ⓒ 연합뉴스
 
우선 작년 겨울에 보건소는 선별검사와 역학조사에만 총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 역학조사는 단순히 역학조사관들만 필요한 일이 아니라 확진공간의 출입자를 전부 확인하고 연락해서 검사를 받게 하는 등 보건소 전직원이 동원돼야 한다. 따라서 역학조사관 뿐 아니라 보건소 인력이 대폭 확충돼야 위드코로나에서 늘어나는 확진자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가 가능했다.

거기다 현재 보건소는 재택치료환자까지 관리해야 하므로 사실 인력이 2~3배 더 있어야 가능한 업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역학조사관도 1년 전보다 충원되지 않았고 서울시의 경우, 역학조사관 수가 감소했다. 여타 보건소 직원 충원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국은 역학조사를 보완한 대규모 진단검사도 큰 강점이었다. IT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시민들이 위기 때마다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아 조기에 확진자를 발견하고 확진율을 낮춰나간 부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조차 확진자 2000명 대에서만 가능했고 현재 확진자 수준에서는 진단검사 역량을 더 확충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일이다. 선별진료소를 늘려가고 있으나, 충원되는 인력의 대부분은 비숙련 비정규 인력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헌신적으로 확진자를 치료했다. 그러나 여기도 확진자 딱 2000명대에서만 입원이 가능했고 그 이상이 되자 자택대기자가 늘기 시작했다. 한 침대에 두 명의 확진자를 눕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병상을 충원하지 않고 시작한 위드코로나는 병상포화와 그 때문에 발생한 대기자 문제를 일으켰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단 10%의 공공병상으로는 위기극복을 할 수 없다고 피를 토하며 외쳤지만 그 소리를 외면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중이다. 

물론 민간병원이 가진 막대한 병상 자원을 써야할 시점이긴 하다. 그간에도 민간병원은 일부 코로나 병상을 제공하고 중환자를 치료하며 나름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자택대기자가 1000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병상이 증개축 되는 걸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병상뿐 아니라 인력수급에 최소 3~4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때문에 공공병상을 미리 신축하고 증축하자고 요구했다. 호주에서는 1일 확진자가 만명씩 나와도 사망자가 10명 대 수준이다. 호주보다 확진대비 사망자가 10배 많이 나오는 상황에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 모르는 시민들은 막연히 불안해 하기만 한다.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에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중앙방역대책본부는 6일 기준 국내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 전날보다 12명이 늘어나 총 24명이다고 밝혔다.
ⓒ 유성호
 
하지만 이런 치명율 급증 지표와 상황은 시작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우리의 방역대응 및 치료대응 상황 전반을 살펴봤을 때 확진자 1만 명이 넘어가면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염려는 이제 괴담이 아닌 현실이다. 확진자 수는 배수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공산이 있다. 이는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 인력과 병상으로는 절대 감당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확진자들이 응급실로 들이닥치고 입원실에 있는 환자들이 확진자인지 아닌지, 심지어 의료진도 확진자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는데, 코로나 사태 초기에 의료가 붕괴된 유럽이 이런 모습이었다. 이럴 경우, 작년 봄 유럽처럼 20만에 달하는 요양원 입소자들은 산소치료도 못 받고 죽어갈 것이다.

이제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그만 멈춰야 한다. 일보 전진을 위해 이보 후퇴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 조금씩 개선하는 걸로는 해결 불가능한 수준임을 이제 모두 알아야 한다. 가능하다면 빨리 한 달 동안 가장 강한 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그동안 방역과 치료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생명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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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이자 서울시 역학조사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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