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구인난에.."기업들 내년 임금 14년 만에 최대 인상"
미국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상황을 반영해 내년 14년 만에 최대 수준의 임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0년 만에 최고치에 육박하는 등 물가상승과 구인자 수가 구직자 수를 초과하는 노동시장 경색이 기업들의 임금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연구기관 콘퍼런스보드(CB)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계획한 내년 임금 인상률은 지금 총액을 기준으로 3.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CB는 이어 기업들이 최저 임금을 포함한 모든 급여를 인상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내년도 임금 인상이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할 때 임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올해 구인난과 함께 이뤄진 임금인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미국 기업 229개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조사 대상 가운데 절반 이상은 직원 1만명 이상 기업이다. CB는 1998년부터 매년 기업과 노동자 단체 등을 대상으로 임금 인상률을 조사해 왔다.
이른바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은 미국 정부의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미 노동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CPI는 1년 전보다 6.2% 상승하면서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오는 10일 발표 예정인 11월 CPI가 6.7%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금도 높은 상승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미국 민간부문의 시간당 임금은 전년 동기보다 4.8% 올라 5개월 연속 4% 이상의 상승세를 보였다. 임금과 수당을 합한 전체 보수 규모도 3분기에 작년 동기대비 1.3% 늘면서 역대 최대 수준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급 학교의 전면 등교와 미국구제법안(America Rescue Plan)에 따른 추가 실업 수당 지급이 끝나는 9월이 되면 구인난이 해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9월에도 기업의 구인 규모가 실업자보다 280만 명이나 많았다.
WSJ은 "기업이 인상한 임금이 제품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 물가를 더욱 상승시킬 수 있다"며 "임금과 물가가 상호작용하며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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