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군 검찰한테만 가면.." 또 성추행 무마 의혹
[손가영 기자]
▲ 12월8일 군인권센터가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 공군 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에서 일어났던 성추행 사건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 왼쪽 카카오톡 대화는 피해자에 회유·협박을 시도한 의혹을 사는 지휘관과 피해자 간의 사건 초기 대화. 오른쪽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화다. |
ⓒ 손가영 |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연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지난 4월 공군 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에서 벌어졌던 성추행 사건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군사경찰대 소속의 피해자 A 장교는 지난 4월6일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하급자 B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B상사는 피해자의 어깨, 등, 팔 안쪽을 만지거나 찔렀고 식사가 끝난 후엔 피해자 귀를 만지며 '귀가 작네'라는 말도 했다.
이후 며칠간은 성희롱이 이어졌다. B상사는 바로 다음 날 "괜찮으면 우리 집으로 초대해서 편하게 잡아줬으면 좋겠음요"라며 자신의 집에서 피해자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 다음 날엔 햄버거를 사오라는 요구를 피해자가 완곡하게 거절하자 "순진한 줄 알았는데 받아치는 게 완전 요물"이라고 답 문자를 보냈다.
A 장교는 이에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 4월9일 상급자들에게 사건을 보고했고 운영통제실장은 군사경찰대 대대장 C중령에게 이를 보고했다. 성추행이 일어난 지 3일 후다.
신고 의지 밝힌 피해자에 '네게 불리하다'한 지휘관
군인권센터는 이후 두 단계에 걸쳐 사건 은폐·무마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한 번은 군사경찰대 대대장 C중령 선에서, 또 한 번은 사건 고소장을 받고 직접 수사한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에서다.
센터는 C중령이 사건을 보고받은 처음부터 피해자 회유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임태훈 소장은 "C중령은 '피해 사실을 형사 사건화 할 경우 피해자가 지휘자로서 역량이 부족하다고 보여질 수 있고, 피해자에게 주홍글씨가 남을 수 있으며 B상사가 역고조 등을 할 수 있는 데다가 당시 저녁 식사 자리가 방역수칙 위반이니 신고를 다시 생각해보라'고 피해자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신고를 위해 군사경찰대를 찾았으나 조사는 도중에 중단됐다. 센터는 "C중령이 4월12일 피해자가 군사경찰대 수사실에서 진술서를 작성하던 날 수사실을 찾아와 '진술서를 쓰면 돌이킬 수 없고 수사기관이 인지하면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거나 '(진술서를 보니) 네가 불리하다. 고소를 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C중령이 당시 수사관에 알아서 폐기하라는 뉘앙스로 말을 해 조사가 중도에 중단됐고, 피해자는 당시까진 C중령이 자신을 배려하는 거라 믿으면서 조사가 곧 재개되길 기대했다"고 전했다.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채 3개월이 지났고 결국 1달 가량 다른 건물로 전보됐던 가해자가 원대로 복귀하기에 이르렀다. C 중령은 B상사를 전출시킬 때도 상관모욕 등의 사유를 들어 성추행 사실은 숨겼다. 군인권센터는 A상사가 원대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C중령이 피해자에게 "어차피 너도 인제 군 생활 계속 해야 할 꺼 아니냐" "너 피해자라며. 이렇게 당당한 피해자가 어디 있어" 등의 회유·협박조 발언을 지속했다고 밝혔다.
▲ 지난 11월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태훈 소장(가운데)이 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고(故) 이 모 중사 사건 수사 무마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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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사건, 공군 법무실만 들어가면 왜 다 무마되나"
지난 10월 군 검찰은 이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들의 불기소처분서를 확인한 센터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며 "명백히 공군본부 보통검찰부가 가해자와 2차 가해자를 비호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B상사의 피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성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마사지를 해준다는 성희롱 문자도 '부상치료 목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센터는이에 "대법 판례는 '성적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는 중요치 않고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주는 것'을 강제추행이라 정의하는데 군 검사가 행위는 인정되지만 성적 의도는 없었다고 대놓고 가해자를 비호한 것"이라 반박했다.
센터는 C 중령의 무혐의 처분에도 "피의자 측의 말만 듣고 수사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가 C 중령에게 신고를 원한다고 밝힌 문자가 남아있고 결국 군사경찰에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아 검찰을 찾았음에도 군 검찰은 '형사 절차 진행을 원하지 않은 피해자를 배려한 것'이라는 C 중령 진술만 채택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상담한 김숙경 군인권센터 군성폭력상담소장은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잘못했다며 사과 편지, 문자를 많이 보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선 그의 변호인이 피해자 변호인에게 혐의를 모두 인정하니 합의를 보고 싶다고 연락도 해왔다"며 "그럼에도 검찰이 가해자에게 증거불충분이라는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지난 5월 사망한 고 이예람 중사 사건 등을 언급하며 "왜 공군본부 법무실만 들어가면 성범죄 사건은 다 무마돼서 나오느냐. 피해자들이 문제제기할 공간이 열려있고 언론 감시도 받는 민간 경찰에선 상상할 수 없다"며 "군대 내 사법 질서를 바로잡는 군사경찰 내에서 사건 무마, 피해자 회유·협박이 벌어졌다는 게 경악스럽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공군 검찰부의 불기소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어 재정신청을 넣었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이 심리 중이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는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는 한편, '몸은 만졌지만 가해자에게 성적 의도가 없어 성추행이 아니'라는 불기소 논리가 공군본부 법무실 어느 선까지 보고되고 결정됐는지 즉시 직무 감찰 후 관련자를 엄중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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