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리뷰] 나는 이곳에 '돌멍'을 즐기러 간다

입력 2021. 12. 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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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독채 숙소
스테이렌토

「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민지리뷰는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돌멍을 아는지. 불멍·식물멍에 이은 새로운 '멍' 트렌드다. 말 그대로 돌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 제주에선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돌멍이 가능하다. 검은 화산석으로 쌓은 제주 돌담은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 없이 검은 돌이 어깨를 맞대고 쌓여 있다. 돌을 깎거나 다듬지 않고 생긴 대로 쌓아 올린 탓에 삐뚤빼뚤하지만, 자연스럽기에 더 편안하다. 제주의 독채 숙소 스테이렌토는 이렇듯 돌담이 예쁜 집이다. 욕조에 앉아 즐기는 돌멍은 최고의 휴식을 즐기게 해준다.

제주 조천읍 신촌리 직은 마을에 있는 독채 숙소 스테이렌토. [사진 스테이렌토]

Q : 어떤 곳인지 궁금해요.
‘스테이렌토’는 제주 조천읍 신촌리, 작은 시골 마을에 있는 작은 독채 숙소입니다. 제주는 26살 이후 1년에 꼭 한 번씩 여행하고, 2019년엔 부모님이 한달살이를 해서 주말마다 가곤 했어요. 그럼에도 조천은 한 번도 방문해 본 적 없었습니다. 신촌리는 올레길 18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동네예요. 마을 포구에서 낚시를 즐기는 여행자와 주민의 모습이 정겹고,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는 곳입니다. 이름의 ‘렌토(lento)’는 ‘느리게’란 의미로 사용하는 음악용어예요. 숙소의 이름을 풀이하면 ‘느리게 머무는 곳’이 됩니다. 여행하면서 느리게 연주되는 한 곡의 음악처럼, 천천히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Q : 이곳에 관심 갖게 된 이유가 있나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어요. 여행 욕심을 누르고 누르다가 비행기가 너무 타고 싶어 언니와 함께 제주로 떠나게 되었어요. 숙소는 코로나 19에 대한 우려로 프라이빗하게 머물 수 있는 독채면서 가성비 좋은 곳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했어요.

스테이렌토의 ‘렌토’ 음악에서 ‘느리게’를 뜻하는 말이다. 느리게 연주되는 한 곡의 음악처럼, 천천히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사진 심규원]
이곳의 최고의 장점은 독립성. 머무는 동안 주인이나, 옆동의 숙박객을 만나지 않고 머물 수 있다. 사진은 B동 입구로 고요함이 느껴진다. [사진 심규원]

Q : 직접 머물러보니 어땠어요.
스테이렌토는 A동·B동 2개의 숙소만 운영하는데, 첫날은 B동에서, 둘째날은 A동에서 숙박했어요. 머무는 동안 단 한번도 주인이나, 옆동 고객을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체크인과 필요한 점은 문자를 통해 모두 비대면 서비스로 불편함 없이 소통했습니다.
B동은 2~3인에게 적합한 10평 사이즈의 룸으로, 침실·주방·거실·욕실과 허브가 있는 앞마당으로 꾸며진 공간이었습니다. 넓고 하얀 방에 들어서니 침실과 주방을 나눠주는 나무문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침실에는 침대에 누우면 보이는 위치에 자그마한 천창이 있어요. 밤이 되니 창으로 별이 가득 떠서 낭만적이었고요. 또 현무암 벽으로 된 욕실을 보니 제주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나더라고요.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좋은 객실이었습니다.
다음날은 부모님이 합류해 좀 더 큰 A동으로 이동했습니다. A동은 4~6인이 머무를 수 있는 2층 30평 규모입니다. 1층엔 허브 마당과 이 마당을 바라보고 자리한 다이닝룸, 거실, 욕실이 있고, 2층에는 침실과 욕실, 루프탑 데크, 야외 욕조가 마련돼 있습니다. 2층 창문 공간을 내어 커피를 마시면 좋은 공간, 침대방의 창문 등 모든 공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A동 2층에서 바라다본 제주 하늘. 이 창가에서 커피한 잔 하며 풍경을 감상하기 딱 좋았다. [사진 심규원]

특히 허브 마당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었던 다이닝룸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당시 코로나 19를 우려해 여행 중 모든 식사를 테이크 아웃해서 숙소에서 먹었어요. 그런데도 굉장히 멋진 다이닝 공간에서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곳 역시 객실 곳곳을 잘 꾸며 놓았습니다. 이 모든 것을 포함해 처음 와본 마을을 한 바퀴 돌았는데 정겨운 동네를 걷는 것 같아 오랜만의 여행의 즐거움을 다시 느껴봤던 것 같아요.

돌멍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스팟은 B동 욕실이다. 담이 높아 창문을 활짝 열고서 반신욕을 하며 쉴 수 있다. [사진 스테이렌토]
A동(왼쪽)과 B동의 객실. 군더더기 없이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공간을 꾸며 놓았다. [사진 심규원]

Q :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겠어요.
만점에서 0.5점 뺀 9.5점이요. 성수기가 아닌 시즌에 주중에 갔기에 가격까지 가성비 좋게 예약을 했어요. A동 30만원, B동 15만원으로 사용했는데, 2박 이상 연박해서 10% 할인까지 받았습니다. 제주의 다른 독채 숙소에 비하면 정말 가성비가 좋아요. 또 이렇게 예쁜 감성까지 갖춘 곳을 찾는다는 건 하늘에 별따기라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Q :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아쉬운 부분은 딱 하나, 주차 공간입니다. 작은 마을 안에 큰 독채를 두 개나 짓다 보니 주차 공간이 매우 협소했습니다. 주차가 번거롭다 싶으면, 스테이렌토까지 들어가기 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용주차 공간이 있으니 그곳에 주차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주차장에서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예요.

A동의 다이닝룸은 허브마당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곳이다. 고급 레스토랑의 프라이빗 룸에서 먹는 듯 멋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사진 심규원]

Q : 이곳에서 꼭 해야 하는 게 있나요.
A동을 예약했다면, 허브 마당을 바라보며 다이닝룸을 마음껏 즐기세요. 여행 후 지금까지 이 공간이 잊히지 않아요. 부모님도 서울에 살다 은퇴 후 시골라이프를 즐기신다고 내려 가신지 1년이 넘었는데, 이런 다이닝룸이 있는 곳에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세요.
B동에서는 반신욕을 즐기면서 현무암 돌멍을 꼭 해보세요. 불멍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주 많은데요. 스테이렌토에서 즐기는 제주도 현무암 돌멍도, 불멍 못지않게 빠져들어요. 지난 겨울에 방문했었는데, 제 키보다 높은 돌담 덕분에 문을 열고, 아주 뜨거운 물을 담아 놓고 하는 반신욕을 즐겼어요. 그때 즐긴 돌멍은 잊을 수 없습니다.

스테이렌토 근처에서 발견한 '고래힘줄'. 맛도 맛이지만, 제주의 밤 하늘과 까만 돌밭과 어우러진 모습이 한폭의 그림 같았다. [사진 심규원]

Q : 한 가지 더, 테이크 아웃할만한 맛집이 가까이 있을까요.
조천읍이 아주 작아 보이지만 근처에 맛있는 음식점이 많아요. 콕 집어 두 곳만 추천할게요. ‘고래힘줄’과 ‘조천수산’ 두 곳이요. 고래힘줄은 오랜 경력을 가진 일식 조리사가 운영하는 고급 참치요리 전문점이에요. 고래 뱃속을 생각하며 나무 하나하나 직접 손질해 꾸민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죠. 이런 멋진 인테리어와 참치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레스토랑에서 직접 먹어야겠지만, 스테이렌토의 다이닝룸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포장이 가능한 모둠 스시를 주문해 왔어요.
조금 더 떨어져 있는 조천수산에서는 모둠 회를 주문했어요. 조천 어업계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직접 잡아 온 신선한 생선을 회로 먹을 수 있는데 아주 싱싱해요. 조천리 주민들이 아끼는 오랜 맛집인 만큼 스테이렌토에서도 추천하는 곳이었어요.

Q : 이곳을 방문하고 변한 게 있을까요.
호텔리어라는 직업 특성상 호텔이 아닌 숙소에서 투숙하는 것이 생소해요. 특히 독채형 숙소의 장점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못했고요. 하지만 비대면으로 하는 체크인·체크아웃, 어메니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점, 다른 투숙객과 부딪히지 않을 수 있는 점이 매우 만족했어요. 스테이렌토를 경험한 후 독채 스테이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Q : 어떤 사람이 방문하면 좋을까요.
A동은 커플 또는 성인 4~6인이 방문하는 것이, B동은 커플이 방문하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아이를 위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너무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에겐 추천하지 않아요. 10살 이상의 아이라면 A동의 욕조를 즐기기 좋을 것 같고요. 겨울 방문 경험이 좋아요. 올여름에도 다시 예약하려 했지만, 예약이 꽉 차서 가지 못했어요. 예약을 원한다면 한 달, 아니 두 달 전에는 하셔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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