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당 인사보복' 혐의 전 용산경찰서장 무죄 확정

최석진 2021. 12. 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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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고소인 측 청탁을 받고 부하 경찰에게 '구속 수사'나 '기소의견 송치'를 지시했지만 따르지 않자 파출소로 전보시킨 혐의를 받았던 김경원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54)의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강요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서장의 상고심에서 1심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강요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 기각의 이유를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전 서장은 용산경찰서장으로 근무 중이던 2016년 2월부터 3월 사이 같은 경찰서 소속 정보2계장 등으로부터 소개받은 모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정비업체 실질 운영자 A씨로부터 '조합이 소송사기로 고소한 4명에 대한 사건을 고소인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후 김 전 서장은 사건의 사실관계와 증거관계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제2팀의 팀장 B경위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엮어서 구속 수사하라'는 지시를 했고, B경위를 통해 직접 수사를 맡고 있는 C경사에게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김 전 서장의 지시에도 C경사가 2016년 5월 4일 서울서부지검에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자 앙심을 품고 같은 해 5월 11일 B경위와 C경사를 불러 강하게 질책하며, C경사가 파출소로 전보신청을 하지 않으면 감찰을 진행해 징계를 받게 하는 등 불이익을 줄 것처럼 압박했다. 결국 겁을 먹은 C경사는 같은 해 5월 27일 구두로 김 전 서장에게 파출소 전보신청을 했고 실제 파출소로 발령을 받았다.

검찰은 수사부서에서 일할 자격을 갖춘 수사경과자를 수사부서 이외의 부서로 전보할 경우 지방경찰청장의 승인을 받도록 한 수사경찰 인사운영규칙 등에 바춰 김 전 서장이 C경사로 하여금 파출소 전보신청이라는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판단, 강요와 직권남용 혐의로 김 전 서장을 기소했다.

앞서 1심은 이 같은 김 전 서장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C경사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이 검찰과 법원에서도 결론이 유지된 만큼 C경사의 수사가 잘못됐다고 볼 수 없는 데다가, 수사과장 등을 통해 김 전 서장이 자신의 사건 처리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전해 듣거나 실제 청문감사관실로부터 사건 처리에 관한 질의를 받기도 해 감찰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C경사를 수사지도회의 자리에서 김 전 서장이 강하게 질책하며 감찰을 언급한 것은 C경사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만한 해악의 고지로 보기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김 전 서장에게 직권남용 등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김 전 서장이 C경사에게 징계사유가 없었음에도 파출서로 전보신청을 하지 않으면 마치 징계절차를 진행할 듯한 태도를 보이며 겁을 준 사실과, C경사가 이 같은 김 전 서장의 행위로 인해 자신의 의사와 달라 파출소로 전보신청을 해 파출소로 전출됐다는 점(인과관계)가 각각 인정돼야 하는데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됨에 따라 김 전 서장은 형사처벌은 면하게 됐지만 계급 강등은 피하지 못했다.

앞서 경찰은 김 전 서장을 조사한 결과 사건 당사자를 수사 담당 경찰관에게 소개하거나 회식 자리에 변호사를 불러 술값을 계산하게 한 행위 등을 적발했고 2016년 말 김 전 서장의 계급을 총경에서 경정으로 강등시켰다.

김 전 서장은 이 같은 처분에 불복해 인사소청을 냈다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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