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만명 결사반대'에도 예정대로 진행되는 '청소년 방역패스' 이대로 괜찮은가
교육부, 13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집중 접종 지원 주간' 지정
김부겸 "백신접종 더 이상 선택이 될 수 없다"..학생·학부모 "사실상 접종 의무화" 반발
[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내 아이 백신 맞으라고 못 하겠는데요? 왜 아이들 접종 못 해서 안달인지", "걱정하지 말라는데 걱정이 돼요"
지난 3일 정부는 코로나19 특별방역대책을 발표해 6일 0시부터 사적모임 인원제한 기준을 강화하고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을 확대했다. 여기에는 식당과 카페를 포함한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을 비롯해 학원, PC방, 도서관 등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들도 포함됐다.
청소년의 경우 아직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아 정부는 약 8주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 기간 내 접종을 독려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 0시 기준 만 12~17세의 소아청소년 276만8836명 중 1차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청소년은 48.3%인 133만7880명이다. 2차 접종까지 마친 16~17세는 58만8673명, 12~15세는 27만6267명으로 예방접종 완료율이 31.2%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내년 2월부턴 2003년 1월1일생부터 2009년 12월31일생까지인 만 12~18세 청소년들도 방역패스 대상이 된다.
이를 두고 김부겸 국무총리는 6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강화된 방역조치는 하루 5000명대로 치솟은 확산세를 줄이고 병상가동 체계를 재정비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오미크론의 위협에도 대비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에 확대 적용되는 방역패스를 두고 문제를 제기하는 분도 있다"며 "방역패스는 부당한 차별이라기보다는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백신접종은 더 이상 선택이 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렇듯 정부가 사실상 '접종 의무화'를 시사하면서 곳곳에서 반발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방역패스 확대 적용을 반대하는 청원은 열흘 만에 약 2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7일 오후 3시 기준 3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신 패스(일명 방역패스) 다시 한번 결사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 "부작용에 대한 불안으로 1차조차 접종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왜 이렇게 백신패스 확대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검증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절대 이 위험한 백신을 고통스럽게 맞을 생각이 없다"며 "백신패스 확대 정책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직장인 박모씨(42)는 "솔직히 아이를 내 마음대로 맞게 했다가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어쩌나. 죄책감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며 "일단 아이가 원할 때를 기다리는 중이다. 방역패스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수도권 소재 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씨(15) 역시 "방역패스 반대 청원에 동의했다. 하나같이 공감이 됐다"며 "백신 접종은 절대 강요해선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얘기 좀 귀 기울여달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백신을 맞은 한 초등학생이 접종 닷새 만에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아 그의 부모가 헌혈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청소년 백신 접종과 관련한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불안감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접종을 독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총리는 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학부모들 사이에 불신이 있는 것 같은데, 올해 수능 수험생들을 상대로 했을 때 중대한 후유증이 거의 없었다. 한 분이 80일 정도 지나 사망했는데, 그 학생은 급성 백혈병이라는 병이 있었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선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학원과 독서실 등에 출입 제한 조치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부 학원은 방학특강을 수강하기 위해선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며 관련 안내문을 내거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또 이를 위한 1차 접종 시기가 기말고사 기간과 겹칠 우려가 제기되면서 방역패스 적용 시점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이에 대해 검토하는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청소년을 코로나19 감염에서 보호한다는 가치를 따져볼 때, (백신 접종의) 공익적 측면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며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 연기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이달 중순 각 학교의 기말고사 이후 학생 백신 접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일선 중·고등학교의 기말고사는 대부분은 오는 17일 전후로 끝난다. 여기에 맞춰 교육부는 오는 13일부터 24일까지 2주간을 '집중 접종 지원 주간'으로 지정했다.
이와 관련해 김 총리는 "후유증 등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말고사를 치른 후 접종이 가능하도록 의료기관의 준비가 충분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소아·청소년의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6일부터 8일까지 '건강상태 자가진단앱'을 통해 학교 단위 백신 접종 수요조사를 시작했다. 방역당국은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접종계획 수립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60여 개 단체는 9일 교육부와 질병관리청 앞에서 청소년 방역패스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 집회를 예고했다.
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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