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과 닮은듯 다르다, 인간 이재명의 '무수저 전략'
“진흙이라고 해서 폄훼하지 말고 진흙 속에도 꽃은 핀다, 이런 이야기를 담담하게 드린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6일 MBC에 출연해 “제 출신이 비천하다”는 자신의 유세 발언(4일) 취지를 설명한 말이다. 이 후보는 “제 주변 문제나 출신 문제나 이런 것들을 공격하는 게 많다”면서 “그러나 사람들의 삶이란 다양한 것이고, 가난하고 어렵게 산 인생이라고 해서 존중받지 못할 이유도 없다. 저처럼 험한 상황에서 태어나서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후보가 최근 자신의 가족사를 강조하는 건 자신을 향한 ‘가짜뉴스’를 차단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이 후보는 4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카카오톡으로 이재명을 마구 욕하며 ‘소년공이 아니라 소년원 출신’이라고 퍼트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럴 때 서로 말을 해주고 카톡 하나라도, 댓글 하나라도 더 써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에서 최근 당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왜 이재명인가’ 강연 또한 이 후보에 대한 각종 네거티브를 그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며 반박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후보에 대한 악성 루머 중 사실이 아닌 걸 해명하고 나면, ‘어렵게 자란 이 후보야말로 국민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곤 한다”고 전했다.
가족사가 네거티브를 깨는 수비 전략이라면, 득점 전략은 이 후보의 유능함을 강조하는 캠페인이다. 이 후보의 경제정책 전문성을 부각해 ‘유능 이재명 vs 무능 윤석열’의 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의 시뇨리지(seigniorage·화폐 발권 수익) 문제를 놓고 문답을 주고받은 서울대 경제학부 강연(7일)이나, 각종 그래프를 내보이며 경제 통계를 직접 설명했던 ‘소상공인과 함께 하는 전 국민 선대위’(6일) 행사가 대표적이다.
다만 가혹하게 어려웠던 성장사를 강조하는 동시에 ‘유능함’을 드러내는 전략을 두고 일각에선 “2030 세대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후보의 전략은 일종의 ‘무(無) 수저 신화’인데, 현재 2030 세대는 ‘개인별 격차의 공존’을 인정하는 세대라 오히려 ‘구질구질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 후보의 캠페인을 ‘상고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전략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 후보의 ‘무 수저’ 성장사와 개혁 성향,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는 연설 실력이 노 전 대통령과 똑 닮았지만, ‘유능한 이재명’과 ‘바보 노무현’은 정반대 이미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지역주의와 맞선 정치인 출신(노무현)과 성남시장·경기지사를 거치며 ‘일 잘하는 일꾼’으로 성장한 행정가 출신(이재명) 차이 아니겠냐”며 “다만 이 후보가 실제론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성격인 만큼, 이런 면을 보이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후보는 최근 지역 방문 일정 때 지지자들의 휴대전화를 직접 건네받아 ‘셀카’를 찍으며 친절한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에 캠핑장에서 잔잔한 대화를 주고받는 ‘명심캠프’ 일정을 넣는 것도 같은 취지라고 한다.
이 후보는 지난 5일 전북 진안으로 이동하는 중엔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어젯밤에 아내가 보고 싶어서 생떼를 썼다”고 말하는 등 부인 김혜경 씨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는다. 다만 이에 대해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특별히 조언 드린 건 없다. 여사 얘기를 꺼낸 건 전적으로 후보 본인의 판단 같다”고 말했다.
오현석 oh.hyunseok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동연 성폭행범 수사, 공소시효 남았지만…쉽지 않은 이유
- 백신 맞고 죽은 아들 묘, 온종일 우는 엄마…"그래서 촛불 들었다”
- '비니좌' 노재승, 김구 비하…"국밥 늦게나와 사람 죽였다"
- 인천 50대 女 살해범…18년전 살인으로 무기징역 받았었다
- "박근혜, 연금개혁 뒤 탄핵됐다"...'연'자도 안 꺼내는 이·윤
- 런던 한복판에 홍대포차? 영국인들 줄서서 소맥 말아 먹는다
- "11만원 주고 유언장 썼어요"…美2030 강타한 슬픈 유행
- 4년새 12억 오른 은마…1주택자 '갭투자'는 양도세가 5억
- "코로나 퇴직, 축하할 일" 해리 왕자에…"동화 속 사냐" 분노
- “나라가 위기” 서울 혜민병원, 병상 전체 코로나 치료에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