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퇴직, 축하할 일" 해리 왕자에.."동화 속 사냐" 분노

이민정 2021. 12.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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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해리 왕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퇴직 옹호’ 발언을 했다가 빈축을 사고 있다. 영국민 상당수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정 위기에 놓였는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영국 해리 왕자.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 등 현지 언론은 해리 왕자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속화된 퇴사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번 논란은 미국 비즈니스 잡지 ‘패스트 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불거졌다. 이 인터뷰는 영국 왕실과 결별하고 자기계발 및 정신 건강 상담 서비스 스타트업인 ‘베터업’에서 일하게 된 그의 포부를 밝히기 위해 마련됐다. 그는 베터업에서 ‘최고 영향력 책임자'(CIF)를 맡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불고 있는 ‘대퇴직(Great Resignation)’ 열풍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과정에서 나왔다. 대퇴직이란 코로나19, 번아웃 등 복합적인 이유로 자발적 퇴사자가 급증한 현상을 대공황에 빗대 만든 신조어다.

해리 왕자는 이런 대퇴직 현상의 해결 방안을 묻는 말에 “이 현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며 “퇴사한 사람들은 기쁨을 얻지 못하는 직업에 갇혀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퇴직은 자신의 정신 건강과 행복을 우선순위로 뒀다는 점에서 축하할 일”이라며 “문제 인식과 함께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이자 정신 건강 각성의 시작”이라고도 했다.

당초 이 말은 일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을 우선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답변으로 해석됐다. 일부 인재채용 전문가들도 “대유행이 은행 계좌의 잔고보다 삶의 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데 동의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다수 영국인의 반응은 싸늘했다. SNS에는 일을 그만두게 된 뒤 겪게 될 현실적 어려움은 고려하지 않고, 자칫 퇴사를 옹호하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윌이엄 왕세손(왼쪽)과 해리 왕자. [연합뉴스]


잉글랜드의 인재채용 기업 총책임자 키에런 보일은 “이 친구(해리 왕자)는 동화 속에 살고 있나?”라며 “많은 근로자는 두세달치 월급이 없으면 모든 것을 잃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현실은 완전 다르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해리 왕자의 총자산이 3400만 파운드(약 515억 8000만원)라는 점을 강조하며 비꼬기도 했다. 영국 왕실 전기 작가 안젤라 레빈은 “모든 사람이 은행에 3000만 파운드를 저축해 둔 게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영국 우스터의 엔지니어링 컨설팅 기업 피터 프랜시스 이사는 “우리는 일을 그만두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 대부분은 (회사를 관두는) 모험하기 전에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때마침 애플 오디오를 통해 공개된 그의 형 윌리엄 왕자의 인터뷰는 논란을 더 키웠다. 윌리엄 왕자는 2010년부터 약 8년간 영국 공군 응급 헬기 파일럿으로 일하며 겪은 정신적 고통을 고백했는데, 해리 왕자의 발언과 대조됐다. 윌리엄 왕자는 인터뷰에서 “상처를 입은 어린아이를 구조하면서 정신적 충격을 견뎌야 했지만, 일을 관둘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정 기자·장민순 리서처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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