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위기" 서울 혜민병원, 병상 전체 코로나 치료에 내놨다

신성식 입력 2021. 12. 8. 05:00 수정 2021. 12. 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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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나라가 풍전등화 상황입니다.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지요. 뭔가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느낍니다.”

서울 광진구의 종합병원인 혜민병원 김병관(49·사진) 원장은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이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20여 개의 병상을 통째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내놨다. 서울의 첫 거점전담병원이다. 일반환자를 내보내고 병실을 음압시설로 개조해 2주 안에 문을 열 예정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한양병원도 이달 1일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평택 박애병원, 경기도 오송 베스티안병원에 이어 거점전담병원이 4곳으로 늘었다.

Q :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A : “대한병원협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어 코로나19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예상대로 병상 부족이 심해졌다. 이참에 우리 병원이 동참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차에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의 요청을 받았다.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검토했는데, 여러 병원이 협력해서 이겨나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중수본에서 의료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결정을 앞당겼다.”

Q : 지역에서 ‘코로나 병원’이라고 낙인 찍힐 수도 있는데.
A :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국난 극복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Q : 나중에 병원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A : “어떡하겠나. 지금은 그런 거 따질 계제가 아니다.”

Q : 거점전담병원 소식에 의료진이 이탈하지 않았나.
A : “34명의 의사 중 척추·수술 담당하는 정형외과 4명을 제외한 30명이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한다. 열흘에 걸쳐 1대1로 설득했다. 이탈자가 없다. 의료진도 우리 병원에 코로나19 환자가 오고, 이들을 진료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신경외과·흉부외과·일반외과 등의 의사들이 입원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아주 풍부하다. 코로나19 진료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혜민병원은 지난 10월 코로나19 재택진료를 시작했고,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병상 27개를 코로나19 중등증 환자용으로 내놓고 지난주부터 진료하고 있다.

Q : 재택치료를 해보니 보완할 게 있나.
A : “우리 병원이 100명 넘게 담당한다. 나도 몇 명을 담당한다. 이분들이 불안감을 호소한다. 이렇게 (재택치료) 해도 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바에 지역 주민 진료를 더 잘하는 방법을 찾다가 거점전담병원을 선택했다. 지역 주민에게 봉사하는 길이다.”

Q : 병원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A : “우선 인공호흡기 15대, 지속적 신대체요법(CRRT) 장비 2대 등이 설치된 17개의 중환자실을 운영한다. 숙련도가 올라가고 간호인력이 충분하면 22개로 늘릴 예정이다.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하는 코로나19확진자들을 위한 15개 투석 베드도 운영한다.”

Q : 최중증환자도 진료하나.
A : “서울아산병원 같은 상급종합병원의 최중증 환자가 호전돼도 준중증병상이 부족해 중환자실을 비우지 못한다는데, 이들을 받겠다. 이렇게 하면 코로나19 의료전달체계의 막힌 데가 좀 풀리고 그러면 사망자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 우리 병원 환자가 최중증으로 악화할 수도 있는데, 그런 환자도 진료하다 상급병원으로 보낼 것이다.”
김 원장은 “증세가 나빠진 재택치료 환자가 방역택시를 타고 와서 엑스레이나 폐 CT를 찍고 귀가하도록 외래진료센터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수본은 상급종합병원·내과의사회·의사협회와 협의해 거점전담병원에 의료진을 지원할 예정이다.

김 원장은 "일반 환자 입원 진료는 하지 않지만 외래 진료는 병행할 계획이다. 특히 내분비내과·소화기내과·투석실·건강증진센터는 지금처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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