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주고 유언장 썼어요"..美2030 강타한 슬픈 유행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투자 자문가로 일하는 라이언 베이오넷(29)은 지난 9월 아내 브라이시 베이오넷(28)과 함께 유언장을 작성했다. 자녀가 없는 젊은 부부에게 유언장 작성은 남의 일이었다. 그러나 부부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갑자기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라이언은 "우리도 인공호흡기를 달지 모른다는 아내의 말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미국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불고 있는 유언장 작성 열풍을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노후서비스 사이트 케어링닷컴이 2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올해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응답한 이들 가운데 18~34세 비율은 27%를 차지했다.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이 연령대가 차지한 비율 18%보다 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젊은 층이 유언장으로 눈을 돌린 배경에는 삶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높아진 불안 감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법률 서류 작성 사이트인 리걸줌닷컴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35세 미만 유언장 보유자 가운데 32%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유언장 작성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언장 작성을 결심한 젊은이들은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법적 효력까지 확보한다. 미국에서는 고인의 유언장이 없으면 주 법에 따라 법원 감독 하에 재산이 분배되기 때문에 어린 자녀가 혼자 남겨지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젊은 부모들은 재산 분할 방식 등을 유언장에 담는다고 한다. 뉴욕주 멜쳐&리페 법률사무소의 변호사 에이비 케스텐바움은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자 유언장 작성 의뢰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고객들의 우려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에는 유언장 작성을 도와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높은 변호사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젊은이들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이벤트 매니저로 일하는 킴벌리 온사거도 얇은 주머니 사정에 온라인으로 유언장을 작성했다. 지난 6월 그는 100달러(약 11만원)를 주고 한 시간 만에 유언장을 썼다.
변호사를 통할 경우 간단한 유언장 작성에 최소 1500달러(약 176만원)가 드는 것과 비교하면 비용과 시간 면에서 효율적이었다. 온사거는 "유언장에 무엇을 포함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지만, 변호사 비용이 부담됐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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