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성 목사의 예수 동행] 호랑이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

2021. 12. 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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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교수는 최근 출간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죽음에 관해 말합니다. 그는 “그간 죽음에 관해서 많이 말했는데 마치 우리에 갇힌 호랑이를 보고 말했다면 지금은 철창 안의 호랑이가 나와서 나에게 덤벼드는 기분”이라고 표현합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와닿았습니다. 죽음에 대해 많은 글을 썼던 사람도 진짜 자기 죽음은 이렇게 느끼는구나 싶어 가슴이 오그라드는 기분입니다.

은퇴를 앞둔 제 심정이 그와 같습니다. 2014년 안식년 때 경험했습니다. ‘목회에서 은퇴하면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이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 밖에 나온 호랑이가 목덜미를 무는 것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숨이 막혔습니다. 교회를 개척하는 목사님이나 선교사로 나가는 목사님들이 느끼는 감정도 우리 밖으로 나온 호랑이가 목덜미를 문 것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이제는 코로나19 혼란이 지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아야 한다고 하니 좀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오미크론 변이가 퍼진다는 소식에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호랑이 같은 냉혹한 현실보다 더 크신 주님을 실제로 만나고 동행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벧엘 들판에서 잠을 자게 된 야곱이 꼭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야곱은 들판에 홀로 남은 상황에서 처음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두렵도다 이곳이여 이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집이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창 28:16~17) 하나님께서 자신과 함께하심을 깨닫고 그는 들판에 홀로 남은 그 두려움을 이길 힘을 얻었습니다. 고향을 떠난 아브라함, 골리앗 앞의 다윗, 애굽에 종으로 팔려간 요셉,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러 나선 사도 바울이 다 호랑이가 달려오는 상황에서 호랑이보다 더 크신 살아계신 주님과 동행함으로 승리했습니다.

제가 부목사 때 담임 목회를 하고 싶었습니다. 담임목사가 되면 마음대로 설교하고 마음대로 목회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담임목사가 되자마자 숨이 막히는 것같이 힘들었습니다. 교인 수는 부목사 시절 담당하던 교인 수보다 적었습니다. 그러니 사역 자체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문제는 영적 중압감이었습니다. 교회의 모든 책임을 담임목사인 제가 다 져야 했습니다. 새벽기도회에 나오는 교인 수, 주일예배에 나오는 교인 수가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 교인들의 표정조차 신경이 쓰였습니다. 다 제 책임이고 제가 살려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담임목사이니 제가 어떻게 시간을 쓰든지 보고할 필요도 없고 간섭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명절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하고 휴가 한번 가보지 못했습니다. 담임목사가 되고 나니 제 신앙의 민낯이 드러난 것입니다. 제가 선한목자교회 담임목사가 됐을 때 더 그러했습니다. 산적한 교회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었습니다. 아내 딸 장로님 권사님 부목사 선후배 목사님들도 많았습니다. 그들이 저를 사랑하고 지지하고 위로해 주었지만 그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심장 쇼크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오직 예수님만이 저로 하여금 물 위를 걷게 하실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항상 주 예수님을 바라보려 했던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정말 성경대로 저와 함께하시면 저는 살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저도 교회도 죽는 것입니다. 2014년 안식 후 예수 동행일기를 쓰면서 주님과 친밀히 동행하는 일에 전념했습니다. 호랑이보다 더 크신 주님을 만나고 동행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두려움과 믿음의 끊임없는 싸움입니다. 지금 우리 밖으로 나온 호랑이를 만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에게도 눈으로 보지는 못하지만, 함께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믿음과 두려움 가운데 어느 쪽이냐는 겁니다. 당장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호랑이가 달려드는 것 같은 상황이 올지라도 안전하게 버틸 수 있습니다. 두려워 보이는 것과 정말 두려워할 것은 다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닙니다.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입니다.(딤후 1:7)

(선한목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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