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돈의 퍼스펙티브] 델타보다 전파력 센 오미크론, 독성 약할지는 미지수

2021. 12. 8.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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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역사로 풀어보는 오미크론 정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초유의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 처음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보고된 지 불과 2주만에 전세계 35개국에서 발견되었다. 남아공에서는 벌써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밀어젖히고 전체의 74%를 차지하는 지배종으로 올라섰다. 한국에서도 서울로 확산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한 지 1개월 만에 환자수가 하루 5000명을 넘나드는 비상 상황에 오미크론까지 유입되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오미크론이 뛰어난 전파력을 가지는 이유는 이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spike)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돌기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을 일으키는 첫 단계에서 사람 세포에 들러붙는 역할을 한다. 백신 접종으로 생기는 항체도 바로 이 돌기를 공격해 감염을 예방한다. 그런데 돌기를 구성하는 아미노산 30여개가 바뀌어 돌기 모양이 완전히 딴판인 오미크론이 출현하면서 백신과 항체 치료제가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강 전파력-약 독성설’ 나오지만
코로나, 지난 2년 동안 그런 적 없어
전파방식이 되레 독성·전파력 좌우
치료·예방법 축적돼 겁낼 필요없어

한편에서는 오미크론이 팬데믹을 끝내러 온 인류의 구세주가 되리라는 예측도 있다. 오미크론은 강한 전파력으로 머지않아 델타를 밀어낼 터인데, 만일 그 독성이 감기처럼 약하면 코로나19가 드디어 감기로 토착화한다는 시나리오다. 근거는 병원체의 전파력이 강해지면 독성은 약해진다는 가설이다. 독성이 강한 변이가 숙주를 죽이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면 결국 다음 숙주에 전파할 수 없게 된다. 독성이 약한 변이는 숙주의 이동성을 약화시키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전파되기 쉽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독성이 약한 변이가 점차 강한 변이를 밀어내고 득세한다는 것이다.

59대 내려오면서 독성 약해진 적 없어

과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런 가설대로 변해가고 있을까. 지난 2년간 세계 200여국에서 확진된 코로나19 환자 530만명의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분석한 ‘족보’를 보면, 최초 코로나바이러스는 대대손손 후손을 양산해서 1523개의 ‘혈통’( lineage)으로 뻗어나가 59대(divergence)에 이르고 있다. 이들 혈통 가운데 전파력이나 독성이 강한 변이는 그리스 알파벳 이름을 받았다. 먼저 전파력을 보면, 최초의 바이러스(우한)보다 알파(영국 유래)와 베타(남아공) 변이는 전파력이 1.25배, 감마(브라질)는 1.5배, 그리고 델타(인도)는 2배 세다. 이번에 등장한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델타보다 더 세 보이므로, 전파력이 점차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반면 독성을 보면 59대에 걸쳐 모두 비슷한 수준이고 델타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독성이 약해지는 쪽으로 가는 경향이 보이지 않는다. 독성과 전파력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미국 루이스빌대학의 진화 생태학자 폴 에왈드(Paul Ewald) 박사에 따르면 전파를 매개하는 방식에 따라서 병원체 독성의 강약이 결정된다. 말라리아 균을 옮기는 매개체인 모기는 감염자의 증세가 위중할수록 쉽게 공격한다(문다). 감염자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독성이 강할수록 전파에 유리하다. 물의 흐름을 따라 전파되는 콜레라도 환자가 설사를 심하게 할수록 균이 다음 사람(숙주)에게 도달하기 쉽기 때문에 ‘강한 독성-강한 전파력’의 관계가 된다.

게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매우 특이하다. 증상이 미처 나타나기 2~3일 전부터 바이러스를 배출하기 시작하여 가벼운 증세만 보이는 초기에 가장 많이 배출하고 발병 일주일 내에 전파를 완료한다. 감염 초기에 집중적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하고 수많은 무증상 환자를 만들어 내는 점이 전파의 강력한 엔진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독성이 강한 바이러스도 약한 것과 마찬가지로 쉽게 전파될 수 있다. 오미크론이 약한 독성을 가진 바이러스로 판명되더라도 이는 위에서 언급한 가설(진화의 법칙)에 따른 우세종이 등장한다기보다는 우연의 결과로 봐야 한다.

코로나19는 침방울·접촉·공기를 통해서 전파된다. 이 세 가지 가운데 확산의 주범은 공기 전파인데,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환자가 숨을 내쉴 때 작은 침방물과 미세 입자에 들어있는 바이러스를 배출하고, 근처에 있는 사람이 마시면서 감염된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공중에 둥둥 떠다니던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들어가는 ‘공기 부유’ 전파다. 침방울(비말) 전파는 잉크가 튀기는 것이라면 공기 전파는 잉크가 물에 떨어져 점차 확산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옆방이나 복도 건넛방에 있는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한동안 피할 수 있을 뿐 무한정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걸 받아들인다면 최선의 선택은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가는 걸 막는 것이다. 얀스 스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모든 독일 사람은 이번 겨울 동안에 백신을 맞거나 자연 감염에 노출돼 회복되거나 죽을 것”이라며 백신 접종을 호소했다. 다행히 어린이와 젊은이는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무증상이거나 감기·독감 정도로 가볍게 지나간다. 그러나 나이가 많거나 기저질환을 지닌 사람들은 폐렴으로 입원하거나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하다. 이렇듯 코로나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숙주의 면역력에 따라서 결정된다. 유행의 규모와 지속기간도 사회 구성원 전체의 면역 수준이 좌우한다.

과거 팬데믹처럼 2~6년 유행할 수도

팬데믹 역사

이 팬데믹이 언제쯤 끝날까. 1889년 팬데믹(러시아 독감)은 3년에 걸쳐 겨울마다 3차례 유행을 겪었고, 스페인 독감(1918)은 여름에 1차, 그해 겨울에 2차, 그리고 이듬해 봄에 3차 유행했다. 아시아 독감(1957)은 6년에 걸쳐서 띄엄띄엄 3차례, 홍콩 독감(1968)은 2년에 걸쳐 2차례 유행으로 끝났다. 이런 역사를 보면 코로나19는 2~6년 유행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겠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와 인플루엔자(독감)는 전혀 다른 바이러스가 원인이고, 인구수와 밀도, 교통수단, 빌딩의 환기 구조가 지난 세기와 크게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 유행을 근거로 한 예측은 빗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장 치명률이 높았던 스페인 독감은 치명률 1%, 사망자 5000만명을 기록하였다. 에왈드 박사에 따르면 당시 제1차 세계대전으로 군인들의 대이동, 밀집한 막사, 환자가 모이는 후송 병원 같은 환경이 독성이 강한 바이러스의 전파를 부추겼다고 한다.

러시아 독감이 사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이라는 학설이 최근에 제기되었다. 인플루엔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데, 러시아 독감은 어린이보다 노인이, 여성보다 남성이 더 심하게 앓았고 냄새와 미각을 잃은 환자가 많았다. 이런 특징이 코로나19에 맞아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들의 유전자를 비교분석한 벨기에 루벤 대학의 마크 반 란스트(Marc Van Ranst) 박사는 토착화한 감기 코로나바이러스 4종 가운데 하나인 OC43이 소에서 사람으로 건너왔으며, 그 시기를 1890년경으로 추정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때가 러시아 독감의 유행 시기와 일치하므로 러시아 독감이 코로나 팬데믹이었다고 주장한다. 만일에 이번 팬데믹이 러시아 독감과 유사하게 전개된다면 우리 앞에는 아직도 내년 겨울철 대유행이 남은 셈이다.

마스크·부스터샷으로 이겨야

누구도 코로나19 유행의 미래를 정확히 예견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앞날을 내다보는 전문가 원탁토론을 거쳐서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감기처럼 약해지거나 ▶5년이 지나도록 독성이 약해지지 않고 유행이 지속되거나 ▶독성이 훨씬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거나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팬데믹이 덮치는 것이다.

돌기 모양이 달라지고 전파력이 세진 오미크론 출현으로 우리는 그동안 쌓아 온 공든탑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나 오미크론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코로나바이러스의 치료법과 예방법을 잘 알고 있다. 오미크론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하나일 뿐이다. 면역이 약한 고령층과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한 백신 접종과 방역에 집중하는 것은 여전히 핵심 대응 전략으로 유효하다. 고령층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청·장년들의 생계와 미래 세대의 교육을 지키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는 단계적 일상회복의 여정을 오미크론 앞에서 포기할 수는 없다.

■ 오미크론

오미크론

발견 남아프리카공화국, 11월 9일
※ 세계보건기구(WHO), 11월 26일(현지시간) ‘우려 변이’로 분류
[자료: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

오명돈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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