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선한 의도, 나쁜 결과
# “눈물의 시대는 끝났다. 빈민가는 하나의 추억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감옥을 공장으로, 유치장을 공산품과 농산물 저장창고로 만들 것이다. 이제 남성은 성실하게 살아갈 것이며, 여성은 밝고 명랑하게, 아이는 웃으며 지낼 것이다.”
미국의 복음전도사인 빌리 선데이가 1920년 금주법(禁酒法) 실시를 찬양한 설교의 일부분이다. 설교엔 기대와 희망이 담겨 있다. 당시 미국에서 음주는 골칫거리였다. 정부가 통제하는 모든 위험 물질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보다 ‘알코올’ 하나 때문에 숨지는 사람이 더 많았다. 더군다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도덕적 정의감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그러니 많은 사람 사이에서 금주법 실시는 당연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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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주법’‘마진 30%룰’처럼
최저임금·부동산 정책도 실패
좋은 의도의 정책, 서민에 피해
과감하게 철회하는 용기 필요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저서 『선택의 자유』에서 이렇게 진단한다. 음주 행위가 범죄가 된 뒤 대량으로 생겨난 범죄자를 수용하기 위해 교도소와 유치장을 신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알 카포네 같은 마피아가 술을 밀매하고 시민을 납치·살해하며 악명을 떨쳤다. 그런데 이 악당이 공급한 술을 사준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평범한 시민이었다. 금주법은 선량한 시민을 범법자로 만들었고, 위험성 있는 상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장의 규제적 기능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결국 금주법은 음주를 막지 못했다.
# ‘대학교수의 월급이 11달러에 불과하다. 경우에 따라선 7달러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5인 가구의 식품 구입비는 월 343달러에 달한다. 초인플레이션 탓에 금이나 다른 나라 화폐가 교환 수단으로 쓰인다.’
요즘 경제 위기에 빠진 베네수엘라의 한 단면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안정적 직업이라는 대학교수도 생계 걱정을 해야 할 처지다.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몰락을 진단하는 이유로는 정부의 포퓰리즘, 2010년대 석유 가격 폭락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하나가 ‘마진 30% 룰’(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 『규제의 역설』)이다. 기업이 상품 가격을 정할 때 원가의 30% 이상 이윤을 올리면 기업주가 구속되는 법이다. 상품 가격을 낮춰서 서민이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기업의 폭리를 막는 대신 30% 이윤을 보장해 준다 하니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최성락 교수는 “이 법이 시행된 뒤 3년 사이에 무려 80%의 기업이 자취를 감췄다”고 분석한다. 보통 물건값이 오르면 기업은 상품을 더 생산하려 한다. 베네수엘라에선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 가격이 올라도 비싸게 팔 수 없으니 기업은 생산을 늘리지 않았다. 시장에선 수요가 늘어나는데 공급이 따라주지 않으니 품귀 현상이 발생했고, 가격은 폭등했다. 결국 서민은 급등한 생필품값에 아우성친다.
이런 사례는 현재 한국에도 많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지난 4년여 동안 수십번이나 정책이 쏟아졌지만 부동산값 폭등만 불러왔다. 다주택자 규제와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보호법은 무주택자와 임차인 보호라는 선한 의도를 내걸었다. 규제는 부동산값 상승을 불러왔고 연이어 또 다른 규제를 들이대자 가격이 폭등 수준까지 이르렀다. 임차인을 보호한다며 시행한 ‘임대차 3법’ 탓에 계약 형태에 따라 가격이 제각각이어서 시장 왜곡도 심각하다. 또 전세의 월세전환을 가속화해 임차인을 영원히 무주택자로 남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득이 적은 사람을 위한다는 최저임금 인상은 오히려 고용 위축을 불러왔다.
선한 의도로 정책을 펼쳐도 결과는 참담한 실패, 즉 나쁜 결과를 낳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2000여 년 전 로마시대의 최고 권력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아무리 나쁜 결과로 끝난 일이라 해도 처음의 의도는 선한 것이었다(All bad precedents begin as justifiable measures.)”고 말한 것처럼 ‘선한 의도, 나쁜 결과’는 지금도 반복된다. 밀턴 프리드먼은 그러나 “정책과 제도에 대한 평가를 결과가 아닌 의도 그 자체로 평가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라고 말한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쏟아진다. 더욱이 피해를 본 약자에 대해 책임지지도 않는다. 피해는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이슈가 나올 때마다 땜질식 처방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다각적인 영향 분석을 한 후 정책을 선보이거나 결과가 나쁘다면 과감하게 자신의 정책을 철회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단순히 선거철 ‘표’ 때문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 말이다.
김창규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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