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종전선언 집착 말고 대세 읽어야

2021. 12. 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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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중심가에 설치된 동계 올림픽 개막 59일전을 알리는 전광판. [로이터 연합뉴스]


미·중 사이에서 시험대 오른 한국 외교


판단 그르치면 국익·국가 이미지 손상


미국 정부가 내년 2월로 예정된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을 50여 일 앞두고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 결정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올림픽 선수단은 파견하되 개·폐막식 등 관련 행사에 국가 지도자 등 외교 사절을 일절 참석시키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보이콧의 이유로 “신장에서 (일어나는) 중국의 지속적인 종족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기타 인권 유린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인권 외교를 표방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올림픽 보이콧 방침은 오래전부터 예견돼 오던 것이었다.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기 십상인 선수단 불참 등 전면적 보이콧보다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택한 것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제 남은 수순은 동맹국들과 공동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당장 민주주의 화상 정상회의나 다음 주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심도 있게 거론될 것이다.

한국도 예외없이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게 됐다. 결정을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회피할 수 없는 일이다. 현명하고 실용적인 대처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시대의 흐름인지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우선 보이콧 명분으로 인권 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영국·캐나다·호주 등이 보이콧 동참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유럽의회는 외교적 보이콧 촉구 결의안을 이미 채택한 상태다. 선진국 진입을 공인받은 한국의 국격과 위상을 감안해야 한다. 설령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국제사회로부터 그 결정을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인권을 능가하는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자칫 판단을 그르치면 국익 손상과 국가 이미지 실추 등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전례가 있다. 2015년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 열병식에 자유민주국가의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참석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손을 흔드는 장면이 전 세계로 송출됐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무릅쓴 참석 결정이었지만 이듬해 중국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사드 보복’이란 유례없는 경제제재였다.

정부 입장에서 외교적 보이콧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불러내 남북 정상회담, 나아가 종전선언으로까지 이어간다는 구상은 암초에 부닥치게 됐다. 정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종전선언 구상에 모든 외교력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을 억지하기 위한 외교·경제·안보 구도의 재편이 대세인 국제사회의 기류와는 동떨어진 행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검토를 계기로 한반도 문제를 한두 번의 정상회담이나 외교 이벤트로 단박에 풀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위시풀 싱킹)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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