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과 투기로 멍든 농촌, 도시와 다른 공간계획 세워야"

조현숙 입력 2021. 12. 8. 00:04 수정 2021. 12. 8.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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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세종시 국립세종수목원 에서 송미령 농촌경제연구원 포용성장·균형발전연구단장(가운데) 사회로 열린 ‘농촌문제 제도적 해법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 [사진 농촌경제연구원]

논밭 한가운데 삐죽이 솟아있는 아파트와 언덕 곳곳에 자리한 공장, 악취를 풍기는 매립지. 엇비슷한 풍경이 어느새 한국 농촌을 메우고 있다. 난개발과 투기로 멍들어가고 있는 농촌 현실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자리가 있었다. 지난달 30일 세종시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농촌 문제의 제도적 해법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다.

송미령 농촌경제연구원 포용성장·균형발전연구단장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서 각계 전문가 모두 “도시계획과 다른, 농촌에 맞는 공간계획을 설계해야 한다. 난개발을 막게 관련 법률도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 발언을 간추려 소개한다.

▶하승수 법무법인 농본 변호사=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살고 있다. 아침 9시에 출발해 여기(세종) 오후 2시에 도착했다. 같은 충남인데도 이렇게 불편하다. 모든 교통 체계가 다 서울 중심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교통뿐만 아니라 농촌 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지는 개발 사업도 문제다.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난개발과 투기가 핵심이다. 농업회사법인을 만든 다음 부동산 개발을 하는 업체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도시의 산업 폐기물, 쓰레기, 오염 물질이 다 농어촌으로, 산지로 가고 있다. 사유재산권 행사와 주민의 의견, 어디에 우선권을 둘지가 첨예한 문제다. 주민협정의 제도화가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홍성렬 증평군수(전국농어촌지역군수협의회 회장)=농촌의 현실과 무관하게 농촌의 거주 여건을 점점 어렵게 만드는 제도와 법이 문제다. 최근 4년간 축사 건축 허가가 4배나 늘었다. 주민은 냄새 때문에 허가를 취소해달라 하고 행정소송을 하고 패소하고,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성경륭 농촌재생뉴딜위원회 위원장=공장이든 축사든 유해 시설이 부정적 외부 효과를 만들어내는데, 그에 대한 철저한 측정, 관리 통제에 대한 기준과 방법이 수립돼야 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국토계획 밑에 지역계획, 광역도시계획, 도시계획이 있는데 놀랍게도 상당수 군급 지역엔 공간계획 자체가 없다. 농촌공간계획의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

▶이상문 협성대 도시공학과 교수(한국농촌계획학회 회장)=농촌이 지니고 있는 경관과 환경을 자원으로 인식하는 게 출발점이다. 농촌계획은 도시계획과 수립 주체, 포괄 범위 등 질적 속성이 도시계획과 달라야 한다.

▶김대식 충남대 지역환경토목과 교수=도시계획이 민간 위주의 자발적·포괄적 성격이라면 농촌공간계획은 국가에서 예산을 투입하는 공공 성격이 강하다. 농촌다움도 유지하면서 농촌 주민 삶의 질도 유지해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시계획이 있는 것처럼 농촌계획위원회를 만들어서 종합적으로 심사해 개발 행위 허가가 나도록 해야 한다.

▶김홍석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지역의 특색을 유지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려면 예산·정책이 ‘톱다운(위에서 결정)’이 아닌 ‘바텀업(아래에서 결정)’ 방식으로 가는 게 적합하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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