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벼 가득한 농진청 논, 전북 4년전 갈등 재점화하나

김준희 2021. 12. 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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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GM작물 격리 포장과 망실하우스. 농진청이 GM벼와 GM콩·GM잔디 등을 재배하는 논밭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북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는 아파트 단지와 공원에 둘러싸인 논이 있다. 농진청이 LMO(Living Modified Organism) 또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 불리는 유전자변형생물체를 시험 재배하는 격리 포장이다. 지난달 초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도 누렇게 익어가는 GM(유전자변형)벼가 가득했다.

농진청의 GM작물 재배를 놓고 4년 전 가까스로 봉합된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농진청이 상용화는 중단했지만, 유전자변형 작물과 가축 등 99건에 대한 연구를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다.

앞서 110개 시민·환경·농민·종교단체로 구성된 반GMO 전북도민행동은 2017년 4월부터 133일간 천막 농성을 벌였다. “GMO가 생태계와 건강을 위협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농진청은 같은 해 9월 이 단체와 협약을 맺고 GMO 상용화를 중단했다. GM작물개발사업단도 해체했다.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GM작물 논란이 최근 지역 주민과 반GMO 단체를 중심으로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농진청이 재배 면적을 대폭 축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전주·완주혁신도시 논밭에서 GM작물을 재배하고 있어서다.

농진청은 7일 “2017년 GM작물개발사업단 해체 후 상업화 목적의 GM작물 개발 사업은 없지만, 수입 GMO에 대한 안전성 검증과 기술력 확보를 위해 작물과 가축을 이용한 유전자 기능 연구는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농진청은 GMO 분야의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종자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2011~2017년 GM작물개발사업단을 운영했다. 7년간 총 504억4000만원을 투자했다. 사업단 해체 후에는 GMO 연구 일부를 경북대에 맡기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46억원을 지원했다.

앞서 GMO 논란이 일었던 2017년 6월 당시 농진청에서는 GMO 146종을 연구 중이었다. 현재 농진청에서 추진하는 유전자 기능 확인 실험은 모두 99건이다. 작물 93건과 가축 6건이다. 벼가 49건으로 가장 많고, 배추·콩·사과·담배·국화·옥수수·유채·장미·토마토·고추·밀·양송이 등이다. 가축은 돼지만 6건이다. 농진청은 “고온과 가뭄·바이러스·병 저항성 등을 갖는 유전자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면서도 “상용화를 위한 위해성 평가 단계의 작물·가축은 없다”고 했다.

현재 농진청의 GM작물 시험 재배지 면적은 격리 포장(3865.1㎡)과 망실하우스(3435㎡) 등 7300.1㎡ 규모다. 격리 포장은 2016년(3만9410㎡)보다 약 10분의 1로 줄었다. 농진청은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에 관한 법률(LMO법)에 의거한 절차에 따라 출입이 통제된 격리 포장에서 연구를 안전하게 수행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 및 시민·사회단체와 꾸준히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관 합동 환경 영향 조사 결과 지금까지 GMO 격리 포장 주변 농경지에서 종자 유출이나 생태계 오염은 없었다.

하지만 GM작물 재배지가 있는 정농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여성만 전 정농마을 이장은 “아직 GMO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며 “매년 안전 검사 등을 실질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GMO 단체도 농진청에 대한 압박에 나설 기세다. 이세우 반GMO 전북도민행동 대표는 “애초 농생명위원회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과학계 전문가 등 민관 거버넌스 형식으로 (2017년 10월) 꾸려졌는데 농진청장과 실무자들이 몇 번 바뀌면서 구체적인 연구 자료가 공유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조만간 전국 단위 반GMO연대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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