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이징 불참'에 中 "보복 기다려라"..2028 LA 보이콧 암시

신경진 입력 2021. 12. 7. 18:04 수정 2021. 12. 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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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베이징 팡파르에 기여 않겠다"
중 "제 발등 찍어, 보복 기다려라"
中 "올림픽 차질 없이 치른다" 강조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왼쪽)과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오른쪽) [로이터·EPA]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59일(7일 기준)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선언했다. 중국은 즉각 “미국은 잘못된 행동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니 여러분은 눈을 비비며 기다려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2028년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개최 예정인 하계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의 ‘외교적 보이콧’에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의 태도에 강한 불만으로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미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고, 단호한 반격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보복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은 무엇보다 미국이 신장 인권 문제를 거론한 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정부 인사를 파견하지 않겠다며 이른바 ‘신장 인권 문제’를 내건 것은 완전히 흑백을 뒤바꾸고, 잘못을 거듭하며, 스스로 기만하고 남도 속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은 스포츠의 정치화를 중단하고,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방해·파괴하는 언행을 멈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양국간 일련의 중요 영역과 국제·지역 문제에서 대화 협력에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한반도 종전선언에도 파장이 예상되는 발언이다.

오는 2028년 LA올림픽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자오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미국의 잘못된 행동은 이미 미·중 스포츠 교류와 올림픽 협력의 기초와 분위기를 파괴했다”며 “제 발등을 찍었다. 미국은 잘못된 행동의 후과를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0년(모스크바)과 1984년(LA) 동서 진영이 나뉘어 선수단까지 불참한 ‘반쪽 올림픽’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앞서 6일(현지시간)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는 2022년 베이징 겨울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어떤 외교 또는 공식 대표단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중국의 예상되는 반발을 의식한 듯 “다국가적 이슈에 협력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호의도, 거래도 아니라는 게 미국 관점”이라며 “중국은 국제 사회를 의식하고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이 개최되면 통상 각국의 정상 등 고위급 대표단이 주최국을 방문해 외교 일정을 수행한다. 올해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사절단을 이끌고 일본을 찾았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보내지만, 개·폐막식 등에 정부·정치권 인사 등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는 조치다.

미국은 보이콧 이유로 중국의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 사키 대변인은 “중국이 신장에서 자행하는 집단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그 밖의 인권 침해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팀 선수들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미 정부는 올림픽의 팡파르(fanfare, 대대적인 축하)에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키 대변인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인권 옹호는 미국인의 유전자(DNA)에 있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중국과 그 밖에서 인권 증진을 위해 계속해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보이콧 발표는 동맹·우방국들의 동조 움직임을 자극했다. 7일 뉴질랜드 정부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장관급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랜트 로버트슨 뉴질랜드 부총리는 "이번 조치는 미국의 결정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안전 우려가 컸고, 중국의 인권 문제도 고려했다"면서 이미 지난 10월 중국에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외무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결정을 통보 받았고, 이 문제를 우리의 동맹국, 파트너 국가들과 계속 논의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뉴질랜드와 캐나다는 미국 등 5개국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일원이다. 파이브 아이즈 일원이면서 미국과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별도 결성한 영국과 호주도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한편,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결정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성명을 통해 “정부 당국자와 외교관의 참석은 순전히 각 정부의 정치적 결정”이라며 “IOC는 미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수단 참여는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외교적 보이콧’과 오미크론 유입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을 차질없이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6일 열린 월례 정치국 회의에서 “베이징 겨울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계획·시행 업무를 잘 처리해, 검소하고 안전하며 다채로운 올림픽 축제를 확보해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7일 보도했다. 서방 국가의 보이콧 동참, 세계 110개국이 참가하는 ‘민주주의 정상회담’ 등 중국을 겨냥한 포위망이 좁혀오는 가운데 코로나19의 확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밀릴 수 없다는 결정을 당 수뇌부가 내린 셈이다.

베이징·서울=신경진 특파원·임선영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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