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대신 미래를 선택한 '뉴 삼성'.. 파격인사로 속도내기
삼성전자가 7일 예상을 깨고 대표이사 전면교체라는 인사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뉴 삼성’을 위해 안정보다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다녀온 뒤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고 말한 게 변화에 속도를 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이번 인사에서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기존 삼성전자 대표이사 3인 체제가 유지된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들은 2017년 말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모두 재선임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으로 매출 203조원, 영업이익 33조7600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85%, 40.15% 증가한 ‘좋은 성적’이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 재판 등으로 리더십 안정도 필요하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경영 복귀와 함께 대표이사 교체로 변화를 주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라 세대교체를 통해 ‘뉴 삼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교체를 비롯한 이번 인사가 성과주의에 입각했음을 강조했다. 새 대표이사로 선임된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괄목할 성과를 거둬 삼성전자를 이끌 리더로 낙점됐다는 것이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 TV사업이 15년 연속 글로벌 1위를 하는 데 기여했다. 경 사장은 지난해부터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아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미래를 대비한 도전과 혁신을 이끌 인물을 세트 사업, 반도체 사업의 부문장으로 각각 내정하는 세대교체 인사로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지원T/F를 이끌며 삼성전자의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 계열사 간 시너지 발굴 등의 역할을 했던 정현호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회장과 가장 가까운 인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정 사장의 승진으로 사업지원T/F 역할에 더욱 힘이 실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번에도 회장으로 승진하지 않았다.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10년째 같은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관계사 대표이사도 바뀌었다. 삼성SDI는 현재 대표이사인 전영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임 대표이사로 삼성전자 최윤호 사장을 내정했다. 재무 전문가인 최 사장은 이 부회장의 복심 중 한 명으로 불린다. 최 사장의 내정으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 등에서 투자와 의사결정이 보다 과감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의 장덕현 시스템LSI사업부 센서사업팀장(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했다. 에스원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재경팀장인 남궁범 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삼성전자와 주요 전자관계사 대표이사가 모두 교체되면서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 폭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한 삼성전자는 10년 만에 사업부문 체제를 완제품(세트)과 부품(DS)으로 되돌렸다. 삼성전자는 2011년 말 인사에서 완제품을 담당하는 DMC 산하에 가전(CE)과 모바일(IM) 부문을 두는 조직개편을 했었다. 2012년 말 인사에서 DMC를 없애고 DS, CE, IM 등의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에는 제품별로 기술과 시장이 다른 만큼 독립경영체제가 낫다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모바일과 가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 CE와 IM을 하나의 컨트롤타워 아래 배치해 상승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세트 사업은 통합리더십 체제를 출범해 조직 간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과 고객경험 중심의 차별화된 제품 및 서비스를 만들 기반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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