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강한 여자' KB 김민정

박린 2021. 12. 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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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선두 질주 기여
소리 없이 강했던 추승균처럼 궂은일
박지수-강이슬 견제할 때 위닝샷
여자프로농구 청주 KB 김민정. 프리랜서 김성태


최근 KB금융그룹 천안연수원에서 여자프로농구 청주 KB 스타즈 포워드 김민정(27·1m81㎝)을 만났다. 김민정은 추승균(47) 해설위원에 빗대 ‘여자 추승균’이라 불린다. 김민정은 “영광이다. 유튜브로 전주 KCC 선수 시절 영상을 찾아봤는데 너무 잘하셔서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미들 슛이 좋고, 수비도 잘하고, 파워도 있고, 허슬 플레이까지 펼친다. 왜 제게 그런 별명을 붙여주셨는지…”라며 쑥스러워 했다. 그래도 ‘닮은 점’을 묻자 김민정은 “팀에서 남들이 하기 어려운 궂은 일을 하는 정도”라고 했다.

김민정은 수비와 리바운드 같은 궂은 일을 하고 꾸준히 득점을 올린다. 추승균은 ‘소리 없이 강한 남자’라 불렸는데, 김민정은 ‘소리 없이 강한 여자’다. 팀 내 별명은 ‘만두’다. 김민정은 “제가 만두를 엄청 좋아해서, (강)아정 언니(부산 BNK)가 붙여줬다. 게임 중에도 동료들이 ‘만두’라고 콜한다”고 했다.

KB는 올 시즌 12승 1패로 단독 선두다. KB 스타즈의 스타 선수 박지수와 강이슬에게 수비가 쏠리면, 김민정이 승부처에서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김민정은 지난달 4일 아산 우리은행전 69-70으로 뒤진 종료 4.1초 전 ‘위닝 샷’을 넣었고, 지난달 13일 인천 신한은행전 종료 29초 전 리버스 레이업을 성공했는데 위닝 샷이 됐다.

김민정은 “첫 번째 위닝샷은 드라이브인을 했는데 눈떠보니 림이 앞에 있어 쐈는데 들어갔다. 두 번째는 상대 팀이 지수와 이슬이를 견제할 것 같았고, 눈이 맞은 (허)예은이가 패스를 해줬다”며 “내가 승부처에 강한 선수는 아니다.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 찬스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여자프로농구 청주 KB 김민정. 프리랜서 김성태

춘천여고 출신 김민정은 2013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KB에 입단했다. 2019~20시즌까지는 식스맨이었다. 지난 시즌 주축 선수로 발돋움했고, 올 시즌 평균 11.8점, 3.8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10월 31일 하나원큐전에서 개인 최다인 27점을 몰아쳤다.

온양여고 코치를 지냈던 김완수 KB 감독은 “여고 시절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는데, 지금처럼 성장한 걸 보면 정말 노력을 많이 한 것”이라고 했다. KB 가드 허예은은 “민정 언니는 저를 포함한 어린 선수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밑 단계부터 시작해 국가대표까지 올랐다. 프로 10년 차인데 쉬는 날에도 제일 먼저 나와 슈팅을 쏘고, 농구만 생각한다. 민정 언니처럼 크고 싶다. 단 연애에 뜻이 없는 것만 빼고”라며 웃었다.

김민정은 “휴가가 한 달이면 가겠는데 본가(춘천)가 멀다. 옛날에 체육관에 살았다면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했다. 쌍둥이 동생 김민선도 농구 선수로 단국대, 사천시청까지 뛰고 그만뒀다.

김민정은 “최근 몇 경기 주춤하니 동생이 ‘너 뭐하냐’고 놀리더라. 힘들 때 보러 와주는 고마운 존재다. 휴가 때 가끔 같이 농구 하러 가는데, 진짜 좋다”고 했다. 매일 농구 일기를 쓰는 김민정은 “감독님께 지적받은 걸 적는다. 요즘 아이패드에 기록한다”고 했다. 김민정은 작년 4월에 연봉 1억원에 KB와 3년 재계약을 했다. 그는 “지난 시즌 준우승에 그쳤는데, 주전으로 뛰며 우승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올해 스타트를 잘 끊었고 팀이 강해서 두려움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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