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합이냐, 통일이냐?

2021. 12. 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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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일부 정치세력에 의해 남과 북이 통합하자는 소리가 있었다.

'고려연방제'니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와 함께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흔들기도 했었다.

기독교의 여러 단체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나의 통합된 기관이라면 기독교 통제는 그만큼 쉬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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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준 아홉길사랑교회 목사

한때 일부 정치세력에 의해 남과 북이 통합하자는 소리가 있었다. ‘고려연방제’니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와 함께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흔들기도 했었다.
물과 기름을 섞는다고 화학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억지로 합한다고 진정한 통일이 될 수 있을까. 서로간의 체제가 전혀 다르기에 현재로선 하나 되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설사 남북이 합쳐진다 하더라도 공산주의와 자유 민주주의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통합은 진정한 의미에서 통일과는 거리가 멀다. 서로의 이념과 국가운영 방식이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지만 통일의 도로가 없다면 ‘꿈에도 소원은 통일’은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요즘 기독교 여러 단체의 통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천주교나 불교와 달리 여러 개로 나눠진 기독교계에 의사전달을 하기가 불편한 듯하다. 한국의 기독교는 진보단체인 기독교 교회협의회(NCCK), 보수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 총연합회(한기총) 등으로 분산돼 있다. 이전엔 진보의 NCCK와 보수의 한기총으로 양분돼 교회간 서로의 입장을 대변했다.
지난 세월, 보수교계에서는 명망있고 존경받는 지도자가 한국교회를 대변하고 보호하기 위해 한기총을 설립했다. 그동안 한기총은 회장은 바뀌어도 위상은 변하지 않았고 교회를 위한 파숫꾼 역할을 나름대로 해왔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단체일지라도 운영주체가 사람인 이상 타락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탐욕이나 명예욕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년 전 모 목사가 회장이 된 후 여러 가지 잡음과 파열음이 생겼고, 최근에는 또 다른 모 목사가 회장이 되면서 자신의 정치적 야망대로 이끌다가 결국 법원의 개입을 자초하는 단체로 추락하고 말았다.
기독교의 여러 단체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교계의 입장을 하나된 목소리로 내어서 바닥에 떨어진 위상을 재고하자는 취지는 근본적으로 찬성할 만하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그럴듯한 이 제안은 인간됨의 다양성을 간과하는 물리적인 방식이기에 한편으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상호간의 다양성과 건전한 상호견제가 사라지면 부패하거나 정권에 이용당할 수도 있다. 하나의 통합된 기관이라면 기독교 통제는 그만큼 쉬워지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정부에선 삼권분립으로 상호견제하도록 해 한쪽의 독주를 막고 있음을 기독교계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코비드로 인한 2년간의 언택트는 6만여 한국교회 중 1만개의 문을 닫게 했다. 교회 1만개가 폐쇄된 것이 보통 일인가. 거의 초토화 수준이다. 이런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한교총 지도부가 보여준 모습은 자신들만의 대형 교회를 위한 이익단체 모습을 보여서 적잖이 실망했다.
지금은 기구통합이 급한 것이 아니다. 성경적 가치관으로 하나 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억지 통합(Union)은 새로운 분열을 낳는다. 진정한 통일(Unity)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다양함 속에서 십자가로 하나 되는 영적인 통일(Spiritual Unity)이 돼야 한다.
지도자는 하나님이 세우고 지배자는 스스로 올라가려 한다는 이중표 목사의 말씀을 새겨야 한다. 지금은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는 섬김의 리더십이 필요하지 통합을 외칠 때가 아닌 것 같다.

김봉준 아홉길사랑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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