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로 받은 포상금 285억, 현명한 판단이었죠"

이영광 2021. 12. 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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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132] MBC < PD수첩 > 김인수 PD

[이영광 기자]

공익 제보 포상금 약 285억 원. 김광호 전 현대자동차 품질강화팀 부장이 회사 내 엔진 문제를 미국에 고발하고 받은 금액이다. 그는 지난 2009년 현대·기아차에서 세타2 엔진을 개발했다(세타2 엔진은 기존 엔진보다 출력이 향상된 엔진으로 꼽혔다). 

그런데,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차의 엔진이 꺼지거나 화재가 일어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광호 전 부장은 원인을 찾아 회사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제보하게 됐다. 그리고 포상금까지 받았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과연 우리나라에 제보했다면 어땠을까?

지난 11월 30일 MBC < PD수첩 >에서는 '두 남자의 다른 운명 - 공익신고자와 배신자'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김광호 전 현대자동차 품질강화팀 부장의 사례와 함께 기업의 탈세를 제보했다가 공익 신고자로 인정받지 못한 롯데 칠성음료 김아무개 전 과장의 사례가 소개됐다(김 전 과장은 회사 측의 공금횡령 고발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이들의 대비되는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공익 신고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자는 것이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일 '두 남자의 다른 운명 - 공익신고자와 배신자' 편을 취재한 김인수 PD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이영광
 
- 내부고발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기 힘든 우리 사회적 구조문제를 지적하셨어요.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나요?
"김광호 전 부장이 미국에서 보상금 받게 된다는 소식을 우리나라에서 뉴스로 접하기 전에 미리 들었어요. 아무래도 액수가 크다 보니 저분이 어떻게 저 돈을 받았나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 원래 공익 제보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김광호 전 부장이 '내부 제보를 한 사람 중에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본 적 없다'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저도 깊이 생각을 안 해봤는데 정말로 그렇더라고요. 내부 제보나 공익 신고를 해서 원하던 바를 이루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분은 있지만, 이후 개인의 삶은 상당히 곤란해지더라고요."

- 우리나라가 특히 그런가요?
"제가 다른 나라를 자세히 조사해 보지 않았지만 그건 어디나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왜냐하면, 주변 동료가 (내부 제보를 하려고 하면) '나는 좋아서 이걸 감추고 있었냐? 다 우리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했던 건데 왜 너만 특출나게 반대를 하고 이걸 밖에 알리니?'라는 시선으로 볼 것 같아요. 차이가 있다면 금전적으로 정말 확실히 보상해준다는 거죠. 미국도 계속 그랬던 건 아니에요."

- 김광호 전 부장을 처음 만나셨을 때 어떠셨나요.
"그분은 엔지니어잖아요.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잘못된 걸 못 넘기시죠. 근데 사실 김광호 전 부장님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분은 사모님이에요. 사모님이 정말 담대하시더라고요."

- 아무래도 가족이 지원해 주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아요.
"너무 어렵죠. 김광호 전 부장님도 현대 다니실 때 1억 넘게 연봉을 받고 근무를 하셨거든요. 지금은 285억을 받았지만 이건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죠.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잘 다니고 퇴직금 받으면 좋잖아요. 남편의 선택을 받아주기 쉽지 않죠. 사모님은 남편이 바른 사람이고 틀린 일을 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믿으셨어요. '그래 당신이 하고 싶으면 해'라고 하셨다고 해요."

- 현대자동차와 롯데 칠성음료 제보 내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현대자동차 김광호 전 부장의 경우 세타2 엔진의 문제만 제보한 건 아니에요. 제일 컸던 게 세타2 엔진이고 그것 이외에도 현대차에 들어가는 부품들의 문제점을 꽤 여러 가지 제보하셨어요. 그중에서 제일 컸던 게 세타2 엔진이었기 때문에 그게 주가 됐던 거고요.

롯데 칠성의 김 아무개 전 과장의 경우 판매 실적을 회사에서 계속 요구하자 영업사원분들이 어쩔 수 없이 도매점을 상대로 '가상 판매'를 했던 내용을 제보하셨어요. 사실 엄밀히 따지면 롯데 칠성자체가 탈세를 하는 건 아니고요. 거래처인 대리점들이 탈세하게 되는 문제인데 그걸 국세청에 제보하신 거죠."

- 김광호 전 부장은 미국에 제보를 하셨는데, 어떻게 알고 제보하셨는지 궁금해요.
"그 부분이 재미있는데요. 김광호 전 부장이 리콜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하실 때 아셨다고 해요. 미국에 제보할 결심을 했을 때 욕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돈을 보고 미국에 제보했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당연히 자신의 인생을 걸고 큰일을 하는 데 아무런 보상도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게 아닐까요. 오히려 '이런 법안이 통과됐구나. 내가 공익 신고를 하게 되면 큰 보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으로 공익신고 하는 게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편으론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에 신고를 하겠다고 결심한 게 씁쓸한 일인 것 같아요. 
"김광호 전 부장의 경우 회사 회의 자리에서도 (문제를) 이야기했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안 될 것 같으니까 회사 감사실에도 제보를 했는데 한 1년 가까이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거죠. 그래서 (미국에) 제보하신 거고요."

- 김 부장님은 결국 해고되셨는데요. 당시 기분이 어떻다고 하셨나요?
"당연히 막막하죠. 하지만 해고되고 나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서 '이 사람을 해고하면 안 된다'라고 하면서 다시 복직 명령을 내렸어요. 그래서 복직을 한번 하시긴 했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는 거죠. 방송에 나가지 않았습니다만 근무하시기가 힘드셔서 결국 회사와 원만히 합의한 끝에 명예퇴직 형식으로 퇴사하셨어요."

- 롯데 칠성음료 김 부장 같은 경우는, 탈세를 제보했지만 자료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는 이유로 보상금을 못 받았다다고 하던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국세청에 묻고 싶어요. 그런데 답을 안 하니 확인할 방법이 없죠. 방송에도 나갔습니다만 국세청이 얘기하는 근거는 김 과장이 건네준 자료와 정보들이 중요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근데 그걸 뭐로 판단했는지 속 시원히 알려주질 않으니 당연히 김 과장도 답답하고 저희도 답답하죠. 국세청이 원래 정보 공개에 있어서 상당히 비협조적이에요."

- 왜 내부 고발자로 인정 못 받은 거죠?
"우리나라 법이 어떻게 돼 있냐면 '공익신고자 보호법'으로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각각의 법률 있지 않습니까. 그 법들 중에 대략 10% 정도만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적용되고 나머지는 적용이 안 돼요. 적용이 안 되는 법 중에 국세·조세법·관세법 등이 포함된 거예요. 언뜻 생각해도 '국세를 탈세하는 건 제보하면 공익신고자로 보호해야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해당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보호받을 수 없어요. 단 국세청에서 포상금은 지급해요. 근데 그것도 자기들의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판단해서 주는 거니까 애매하죠."

- 왜 세금 탈세를 제보하는 건 공익신고에 해당하지 않는 건가요?
"그건 채이배 전 국회의원이 잘 설명해 줬는데요. 지난 국회 회기 때 세금 관련법에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적용하자고 했었는데 국세청이랑 관세청이 반대했습니다. 권익위에서 국세청과 관세청 등 자료를 조사해야 하는 데 여러 가지 정보가 빠져나갈 수 있으니까 반대하는 것 아니겠냐고 채 전 의원이 이야기했어요.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관련 법이 필요할까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있는 나라는 극소수예요. 우리나라 같이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데 이유도 타당하기는 해요. 왜냐하면 법의 모든 내용에 있어서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적용하게 되면 원만한 기업 활동이 당연히 힘들죠. 기업 활동뿐만 아니라 가령 길을 가다가 불법 주차된 차를 신고하는 것도 공익 신고예요. 우리나라 공익신고가 1년에 몇백 만 건이거든요. 모든 사항에 있어서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적용하게 되면 좀 곤란해질 일이 생기기는 하죠."

- 취재할 때 어려운 점도 있었을 거 같아요.
"국세청이 아무 얘기도 못 하신다는 게 힘들었고요.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서면으로만 답변하겠다고 했어요. 자신들의 문제가 이렇게 드러났는데도 정확히 말을 못해준다는 게 씁쓸했어요. 롯데칠성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직접 나와서 회사의 입장을 설명해 줘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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