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인사이드]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한·일 군사 교류

권태환 입력 2021. 12. 7. 11:00 수정 2021. 12. 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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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과 일본은 모처럼 관계를 개선할 기회를 놓쳤다. 당시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외교차관 회의가 끝난 뒤 일본은 한국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빌미로 공동기자회견을 무산시켰다는 보도가 있었다.

2019년 11월 17일 태국 방콩에서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부터)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고노 다로 일 방위상이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정 장관과 고노 방위상의 손을 꼭 쥐며 “동맹, 동맹 맞죠?(allies, allies right?)”라고 말했다. [연합]


오늘의 한ㆍ일 관계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ㆍ일 외교차관 회담에 이어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한ㆍ일 국장급 협의가 열렸다. 국가간 관계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중첩돼 있어,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수록 전략적 의사소통이 더욱 중요해지는 법이다.

최근 여야 대선 후보들이 앞으로 한ㆍ일 관계를 둘러싼 공약을 내놓고다. 대선이 끝나고 한국의 대일 정책의 방향이 결정된 뒤 한ㆍ일 관계를 새롭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시간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의 한ㆍ일 관계를 방치해선 안 된다. 특히 한ㆍ일 국방당국이 지금처럼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면서 손을 놓고 있는 것이 과연 국가 안보를 위해 타당한지 의문이다.

일본은 현재 자신들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중국이 상시로 침범하고 있다며 중국과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중국은 센카쿠 열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무력행사를 허용하는 해경법까지 일방적으로 시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은 중국과 대화를 중단하고 있지 않다. 중ㆍ일 국방당국 회의를 열어 일본의 우려를 중국에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핫라인과 같은 대책을 조율해 나가고 있다.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비칠 정도이다.

2018년 12월 20일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해군 광개토대왕함 상공에 일본 초계기(노란 원)가 저공으로 비행하고 있다. 일본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채 한국의 잘못이라고만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 유튜브 캡처=연합


한ㆍ일 군사 관계는 중ㆍ일과 비교하면 답답한 상황이다. 2018년 12월 초계기 사건이 발생한 뒤 2019년 6월 싱가포르에서 한ㆍ일 국방장관이 입장차를 좁히고 교류 정상화를 하자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ㆍ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과 일본의 수출 규제를 둘러싼 이견의 여파 때문에 현재 한ㆍ일 군사교류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지난 4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합참의장 회의에서 한ㆍ일 합참의장은 공식 회담 일정을 잡지 못했다. 지난 10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각국이 국방장관과 공군참모총장을 보내왔지만, 일본은 실무진으로 구성된 방문단을 보냈을 뿐이다. 일본의 태도도 문제이지만, 한국도 일본이 고위직을 보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는지 의문이다.

소통의 단절은 오해를 낳고, 오해가 쌓이면 갈등과 충돌을 부른다. 이런데도 한ㆍ일 국방당국은 몇 년 째 소통을 포기하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19만 탓할 수만은 없다.

미국의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지난 3월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한ㆍ일 안보협력을 강조했다. 중ㆍ러의 함정과 군용기가 동해를 넘나들고 있는데 한ㆍ일 국방당국자가 소통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7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서 UN 평화유지 장관회의가 개최된다. 유엔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회의다. 한ㆍ일 국방장관이 모처럼 함께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화상회의로 진행되지만, 한국 서욱 국방부 장관이 일본 기시 노부오 방위상과 자연스럽게 만날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한ㆍ일 국방장관이 공동관심 현안은 물론 국제평화에 대한 입장을 교환한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란 말이 있다. 한ㆍ일 국방교류에 들어맞는 표현이다.

권태환전주일국방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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