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 점점 심해지는 '양극화'

양형석 2021. 12. 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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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3라운드 시작됐지만 여전히 하위 세 팀 합쳐 승점22점

[양형석 기자]

지난 10월 16일에 개막한 도드람 2021-2022 V리그가 2라운드까지의 일정을 모두 끝내고 3라운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남자부는 선두 한국전력 빅스톰과 6위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승점 차이가 단 4점에 불과할 정도로 초반부터 치열한 순위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 9월 데이트 폭행과 불법촬영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대한항공 점보스의 정지석이 3라운드 시작과 함께 코트로 돌아오면서 배구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여자부에서는 IBK기업은행 알토스가 시즌 초반 화제의 중심에 있다. 7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기업은행은 주전 세터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가 각각 두 차례에 걸쳐 팀을 이탈했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이 경질됐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레베카 라셈이 지난 11월 27일 경기 직전에 퇴출을 통보 받았고 김사니 감독대행까지 3경기 만에 사퇴하면서 현재 기업은행은 안태영 코치가 '감독대행의 대행'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크고 작은 풍파 속에 힘든 시즌 초반을 보낸 기업은행과 주전 4명이 이탈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그리고 이번 시즌부터 V리그에 합류한 막내구단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초반부터 승수쌓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1라운드에 3승3패를 기록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가 2라운드 5승1패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시즌 초반 V리그 여자부의 '양극화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4위가 승률 .667, 상위 팀들의 승승장구
 
 루키 이윤정이 주전으로 출전한 이후 도로공사는 파죽의 4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196cm의 장신공격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새 외국인선수로 합류하고 정지윤, 이다현 등 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를 경험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가 이번 시즌 반등할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시즌 개막 후 12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V리그 역대 개막 최다연승 기록을 작성할 거라고 전망한 배구팬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현대건설의 초반 질주는 무시무시하다.

현대건설은 야스민이 주공격수로서 팀의 큰 공격을 책임지고 양효진이 무려 57.20%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국내 선수 득점 1위(192점,전체7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속공(44.74%)과 블로킹(세트당0.68개) 부문에서 각각 6위를 달리고 있는 이다현의 성장속도도 대단하다. 김연경(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으로부터 '대한민국 여자배구의 미래'로 낙점 받은 정지윤이 벤치멤버라는 점이 현대건설의 강한 전력을 증명하는 단면이다.

'디펜딩챔피언' GS칼텍스 KIXX는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와 강소휘로 이어지는 쌍포를 앞세워 이소영(KGC인삼공사)이 빠진 이번 시즌에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178cm의 단신센터 권민지와 '살림꾼' 유서연이 2라운드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난 시즌 8경기 출전에 그쳤던 2년 차 세터 김지원도 국가대표 안혜진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비 시즌 기간 동안 과감한 투자를 통해 리그 정상급 윙스파이커 이소영을 영입한 인삼공사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인삼공사는 이소영이 아직 새 팀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고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와 이적생 박혜민이 다소 기복을 보이며 최근 4경기에서 1승3패로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선수 가용폭이 넓어 언제든지 상위권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다. 

기업은행 파문과 현대건설의 12연승에 묻히긴 했지만 2라운드 도로공사가 보여준 상승세도 대단했다. 도로공사는 2라운드에서 현대건설에게만 패했을 뿐 나머지 5개 팀을 상대로 승점 15점을 따내며 단숨에 상위권 경쟁에 뛰어 들었다. 신인세터 이윤정의 안정된 경기 운영 속에 최고의 운동능력을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의 공격이 살아났고 '경험치 만렙'의 정대영과 배유나가 이끄는 중앙도 든든하기 그지 없다.

하위 세 팀 승점 더해도 4위보다 낮아
 
 엘리자벳은 득점 3위에 오르며 분전하고 있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여전히 시즌 1승에 머물러 있다.
ⓒ 한국배구연맹
 
이처럼 상위 4개 팀은 6일 현재 많게는 35점(현대건설), 적어도 23점(도로공사)의 승점을 올리며 파죽지세로 승수와 승점을 적립하고 있다. 승률로 따져도 가장 순위가 낮은 도로공사의 승률이 .667(8승4패)에 달할 정도. 반면에 하위 3개 팀의 승률은 점점 떨어지며 각각 13경기를 치른 현재 이미 모두 두 자리 수 패배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5,6,7위 팀의 승점을 모두 더해도 22점으로 4위 도로공사(23점)에도 미치지 못한다.

흥국생명은 중국리그에 진출한 '배구여제' 김연경을 비롯해 학원폭력사태로 물의를 일으키고 그리스리그로 떠난 쌍둥이자매, 그리고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 김세영까지 주전 4명이 한꺼번에 팀을 이탈했다. 외국인 선수 캣 벨이 득점 1위(339점), 센터 이주아가 블로킹 2위(세트당0.77개)를 달리며 분전하고 있지만 1라운드 2승4패에 이어 2라운드 역시 1승5패로 마치며 힘든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시즌 개막 후 13경기 만에 팀을 이끄는 사령탑이 두 번이나 교체된 기업은행은 2라운드 2승에 이어 3라운드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지만 흥국생명에게 승점1점이 뒤진 6위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라셈마저 일찌감치 퇴출이 확정된 채 '시한부 출전'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은행으로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터키리그를 경험한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새 외국인 선수 달리 산타나에게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

V리그에 데뷔하는 첫 시즌 리그 5승을 목표로 삼았던 여자부 7번째 구단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1월 9일 6경기 만에 기업은행을 3-1로 꺾으며 감격적인 창단 첫 승을 따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이후 7경기에서 승점 1점만을 따내며 내리 7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외국인선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가 득점 3위(308점)를 달리며 분전하고 있지만 확실한 주전세터가 없어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는 데 적잖이 고전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하위 3개 팀이 서로를 상대로만 승수를 챙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16일 페퍼저축은행이 현대건설과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따낸 승점 1점이 이번 시즌 하위 3개 팀이 상위 4개 팀에게 따낸 유일한 승점이다. 좀처럼 부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하위 3개 팀이 하루 빨리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이번 시즌 여자부 중·하위권의 순위 경쟁은 판도가 허무하게 결정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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