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 칼럼] 이게 K방역의 실상인가

박정태 2021. 12. 7.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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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없는 위드 코로나로 병상
포화에 재택치료 미봉책 내놔
가족이 알아서 버티라며 방치
대응 실패를 개인 가정에 전가

결국 거침없는 확산세에 백기
식당 카페에도 방역패스 적용
공동체 안전 위해 미접종 성인
생활상 제약은 불가피한 측면

문제는 학원 포함시킨 청소년
접종 강요…부작용 우려 반발
'혼밥' 되는데 '혼공' 안된다니
얄팍한 수단 쓰면 신뢰 무너져

백신은 필요조건일 뿐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저 백신 접종률에 집착했다. 접종완료율이 일정 기준 넘어서면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이라 장담했다. 국민 70%, 성인 80%, 고령층 90% 이상 완료율을 제시했다. 시점은 11월. 목표치가 달성되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했다.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에 지친 국민은 반겼다. 정부는 K방역이라며 자화자찬했다. 대통령 역시 자신만만했다. ‘국민과의 대화’(11월 21일)에서 “정부는 5000명, 1만명까지도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비했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이 말은 1주일 만에 허언이 됐다.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사망자 수가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을 경신하면서 의료 대응 역량이 한계에 달했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이 포화 상태가 됐고 의료진조차 부족하다. 그러자 특별방역점검회의(29일)에서 위드 코로나 2단계 전환 유보 및 4주간 특별방역대책 시행을 결정했다. ‘특별’이란 이름이 붙은 회의 결과는 낯부끄러울 정도였다. 대책다운 대책은 없었다. 고작해야 추가 접종 확대 등 알맹이 없는 조치였다. 방역 강화라곤 영화관 내 팝콘 취식 금지뿐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왔다. 대통령이 과거로 후퇴할 순 없다고 못 박은 탓이다.

대신 내놓은 게 모든 확진자의 재택치료 원칙이라는 미봉책이었다. 재택치료는 모니터링에 불과하다. 가족들이 공동격리된 채 알아서 버티라는 거다. 힘들어도 꼼꼼한 방역수칙은 지키란다. 생활 공간을 분리하고 화장실 등도 따로 이용하되 그게 어려우면 사용 때마다 소독하라는 거다. 한정된 공간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 간 감염을 방치한 것과 다름없다. 생활치료센터 등을 더 확충하지 못한 정부의 대응 실패 책임을 개인과 가정에 전가한 꼴이다. 위드 코로나로 가려면 사전에 병상 등을 충분히 확보해야 했는데 도대체 뭣을 준비했다는 건지 황당하기만 하다.

우왕좌왕하던 정부는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에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까지 국내에 상륙하자 결국 나흘 만(12월 3일)에 백기를 들었다. 위드 코로나 중단이었다. 그 발표대로 4주간 사적모임 인원 축소 및 방역패스 적용 대상 확대 등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어제부터 시행됐다. 식당 카페 등에 대한 미접종자 이용을 원칙적으로 금했다. 다만 필수시설 성격이 큰 만큼 1명의 경우엔 이용이 가능토록 했다. 당국은 미접종자 차별이 아니라 보호 조치라 강변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만하다. 미접종을 선택한 성인 본인이 공동체 안전을 위해 생활상 제약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니까.

가장 논란이 된 문제는 내년 2월 청소년 방역패스를 도입하면서 적용 시설에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를 포함시켰다는 거다. 청소년 감염은 확산되는데 접종률이 떨어지자 사실상 접종을 강요한 것이다. 접종이 싫으면 학원을 포기해야 하는데 우리 현실에서 불가능하다. 아이의 미래가 달린 문제니까.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말 바꾸기를 하는 당국에 대한 불신도 크다. 당국은 청소년의 경우 접종 편익이 작다고 했다가 이득이 더 크다고 뉘앙스를 달리했다. 접종 자율 선택이라 했다가 강력 권고로 바꾸고 이젠 반강제 조치에 나선다. 지난달 22일 수도권 초중고 전면등교를 강행할 땐 어떠했나. 학교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학교가 2주 만에 아주 위험한 곳이 됐다. 오판이었다. 그럼에도 당국은 사과나 해명이 없다. 접종률 올리기에만 매달리고 있다. 부작용에 대해 포괄적 보상체계가 요구되는데도 ‘의학적 인과성 없음’ 운운하며 거의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말이다.

마스크 쓰고 공부하는 건 똑같은데 학교는 되고 학원은 안 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학교에선 급식까지 한다. 공교육인 학교는 의무이고 사교육인 학원은 선택이라 적용이 다를 수밖에 없단다. 요리조리 둘러대고 있다. 그렇다면 미접종자가 식당과 카페에서 ‘혼밥’과 ‘혼커’를 하는 건 되는데 왜 스터디카페에선 혼자 공부하는 ‘혼공’이 안 된다는 건지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해 보라. 물론 접종 확대는 필요하고 방역패스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한답시고 정부가 학원을 볼모로 잡는 얄팍한 수단을 쓰면 안 된다. 뒷북 대책, 땜질식 처방, 안이한 판단, 모호한 기준 등에 지친 마당에 한 가닥 남은 신뢰마저 무너진다. 이게 K방역의 실상인가.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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