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립 부축.. 세금 내는 당당한 국민으로 세우고파"

유영대 2021. 12. 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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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민 죠이월드 대표 삶과 신앙
장애인생산품 글로벌 유통회사 죠이월드 권성민 대표가 3일 경기도 광명시에서 회사 창립예배를 갖고 브솔복지재단과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과의 업무협약에 서명하고 있다.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입니다. 올해 30회네요. 장애인의 권리와 보조 수단 확보를 목적으로 제정했다고 해요. 장애인을 수혜자에서 세금 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떳떳하게 세우고 싶습니다."
지난 3일 경기 광명시 광명로에 장애인생산품 글로벌 유통회사 죠이월드(JOY WORLD)를 설립한 권성민(44·서울 개봉교회 집사) 대표의 다부진 각오다. 말은 좀 어눌했지만, 그의 목소리엔 진지하면서도 힘이 실려 있었다.
권 대표는 이날 회사 창립예배에서 "장애인이 차별 없이, 사회적 편견을 극복할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하겠다. 주님께서 장애인 사업장을 잘 이끌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 취직한 장애인들은 직급과 능력에 따라 임금을 받고 근무하게 된다. 장애인 생산품을 유통하고 장애인 인식 개선과 복지 증진에 힘을 쏟는다. 발달장애인과 ‘바이블 스터디’(성경 공부), 치유농업 원예치료인 ‘다육이와 놀자’ 프로그램을 병행한다.

이를 위해 예배 후 사회복지법인 브솔복지재단(이사장 방수현 목사)과 (사)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이사장 김종인 나사렛대 명예교수)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그는 예배 직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애는 불편이 아니라 ‘다름의 능력’(Differently Ability)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며 “인간은 태어나면서 할 일이 있고 사명이 있고 세상에 태어나게 한 하나님의 메시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면 된다. 포기하지 말라. 포기 그 자체가 또 다른 장애”라며 “장애는 죄가 아니다. 그 누구도 장애 앞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출생 20여 일 뒤 얼굴이 노래지고 경기를 일으켰다. 병명은 ‘신생아 황달’. 교환수혈을 해야 했다. 교환수혈은 혈액 내의 유독 성분을 신속히 제거하기 위해, 한쪽으로는 피를 뽑아내면서 다른 쪽으로는 같은 양의 피를 넣어 온몸의 피를 갈아 넣는 수혈 방법이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돌이 지나며 목이랑 손이 돌아가고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해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힘든 날들이었다. 교회 출석과 찬양으로 아픔을 달랬다.

혼자 신변 처리가 가능했다. 좀 느리긴 했지만, 공부를 곧 잘하니 친구들이 함부로 놀리지 않았고 서로 도우며 지냈다. 이후 그는 경희대 국문학과,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나사렛대에서 재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취업이 문제였다. 뇌성마비 장애인을 받는 회사가 거의 없었다. 또 어렵게 직장에 가더라도 신체적 한계 때문에 구성원으로 역할을 제대로 감당 못해 피해를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어렵게 취직했는데 30만원 월급을 받았다. 그것도 한 번에 받지 못하고 나눠 받았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두 시간을 걸어 출근해야 했다. 고통이 밀려왔다.

업무협약식 참석자들이 발달장애인 원예치료시설인 '다육이와 놀자'를 둘러보는 모습.


그는 하나님께 매달렸다. 며칠 기도 끝에 결심했다. ‘차라리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장애인 당사자나 부모가 겪는 고통을 함께 나누고 직장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게 하자’는 생각으로 죠이월드를 창립했다고 간증했다. 회사 이름은 권 대표가 대학 때 활동했던 선교단체 ‘조이(JOY) 선교회’에서 따온 것이다. 조이(JOY=Jesus first, Other second, You third)는 ‘예수님을 첫째로, 이웃을 둘째로, 나 자신을 마지막으로 둘 때 기쁨이 있다’라는 의미다.

지난 2월 나사렛대에서 재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의 논문 제목은 ‘장애인 표준사업장 발달장애인의 성공적인 고용유지를 위한 한국형 지원 고용 뉴딜 모형 개발 연구’이다.

논문은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취업한 발달장애인 근로자의 성공적인 고용 유지 요인을 파악했다. 또한 이들의 실질적인 취업 확대와 고용 유지를 위해 한국형 지원 고용 뉴딜 모형을 개발하고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자신처럼 발달장애인의 일자리(직업) 창출이 꿈이자 소망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발달장애를 갖고 성공한 사업가가 드물기 때문이다.

“제겐 꿈이 있습니다. 벽을 넘어 역경을 극복하는 것이지요. 국내는 물론 세계 무대를 누비며 꿈과 희망을 전할 게요. 기도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광명=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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