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시각장애인 사무관

이경희 입력 2021. 12. 7. 00:20 수정 2021. 12. 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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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5급 공채(행정고시) 73년 역사상 최초로 중증 시각장애인이 최종 합격해 화제다. 서울대 교육학부 4학년 강민영(26)씨가 주인공이다. 5급 공채는 7급·9급 공채와 달리 장애인 구분 모집이 없다. 강씨는 일반인과 경쟁해 교육행정 수석을 차지했다.

강민영과 맹학교라는 키워드로 구글링하면 강씨의 일생이 검색된다. 그의 매 순간이 도전이고 뉴스거리였다는 방증일 게다.

강씨는 태어나자마자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는 직접 워드를 쳐서 딸에게 읽힐 점자책을 만들었다. 서울맹학교를 다니며 점자교재로 공부하던 그는 2007년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 어린이 국회’에 어린이 의원으로 참여했다. ‘시각장애 아동 교과서 및 교육용 점자 녹음도서 구입지원에 관한 특례법’을 발의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국립특수교육원이 만든 시각장애 학생용 디지털학습 사이트 이얍, EBS 점역교재 등으로 공부했고 2015학년도 서울대 정시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에 합격했다. 서울대는 2003년 국립대 최초로 장애학생지원센터를 마련해 장애학생들의 학습을 도왔다.

강씨 같은 장애인이 공무원 시험에 원서를 내면 인사혁신처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응시 편의를 제공한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문제지를 점자로 변환해주고 점자로 답안지를 낼 수 있게 한다. 시험 시간도 중증 정도에 따라 늘려준다. 공무원으로 합격한 뒤엔 점자정보단말기·점자프린터 등의 기기와 1일 8시간 주 40시간 이내 보조인력을 지원해준다. 보조기기 등 지원 제도는 2015년 도입됐다. 강씨의 합격은 이렇듯 한 개인의 승리이자, 장애인 차별 없애기를 위한 꾸준한 투쟁과 끊임없는 제도 개선의 결과이기도 하다.

강씨는 법률저널 인터뷰에서 “교육 평등 실현을 통해 사회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더욱 열린 사회가 되는 데 이바지하는 공직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교육부문의 장애인 진출은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어렵다. 국가와 지자체 공무원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3.4%이나 교육청 공무원은 1.97%에 그쳐 공무원 집단 가운데 가장 낮다. 국립 진주교대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서 점수를 조작해 중증장애인을 탈락시킨 사실이 내부고발로 드러나는 등 차별은 여전하다. 최초의 시각장애인 사무관 강민영씨가 오랫동안 품은 꿈을 원 없이 펼칠 수 있길 바란다.


참고자료


- 2020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 고용률(고용노동부)
- 2015학년도 서울대 정시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 합격자(뉴시스)
- EBS 뉴스레터 휴먼 꿈장학생 강민영 인터뷰(EBS 블로그)
-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령 설명자료(2008, 교육과학기술부)
- 장애학생의 대학 입학 관련 생활 법령(법제처)
- 균형인사제도 장애인 채용(인사혁신처)
- 장애인 채용 지원사업(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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