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의 시대..단순 패키지 넘어 경험 줘라

명순영 2021. 12. 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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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머니타이제이션' 지상 강좌 (2)

“좋아하는 장르만 추천해주니 영화 찾을 시간이 줄어듭니다.” (21세, OTT 이용자) “광고 스킵(SKIP) 버튼 기다릴 시간에 플레이리스트 한 곡 더 듣는 게 낫죠.” (18세,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

MZ세대가 기꺼이 지갑을 꺼내는 트렌드를 파악했다면 실전 전략이 필요하다. 이때 기억해야 할 마케팅 전략은 구독이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때와 달리 디지털 네이티브 MZ세대는 콘텐츠를 누리기 위해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런 변화와 함께 2016년 25조원대였던 국내 구독경제 시장은 지난해 54% 증가해 40조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더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답한 MZ세대 비율(10대 78%, 20대 73%, 30대 71%)은 다른 세대(40대 52%, 50대 61%, 60대 52%)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력이 가장 낮은 Z세대가 구독에 가장 ‘진심’이라는 점이다.

구매 대신 구독을 선택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취향 저격’이다. 넷플릭스가 전 세계 최고의 OTT로 성장한 데는 알고리즘 덕이 컸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플랫폼 내 영화 75%가 추천 알고리즘으로 소비된다. 둘째, ‘VIP’ 전략이다.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개시를 기점으로 일반 회원과 VIP 회원 구분이 뚜렷해졌다. 볼 것 할 것 넘치는 MZ세대는 광고를 보느니 돈을 내는 것을 선호한다. 마지막으로 ‘나심비’ 추구다. 나심비란 소비의 중심에 ‘나’를 놓고 불필요한 노력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다. 편리함을 최우선으로 하는 ‘편리미엄’과 가성비보다 만족도에 초점을 둔 ‘가심비’를 아우른다. 이 같은 자기만족을 위해서라면 MZ세대는 기꺼이 추가 비용을 지불한다.

기업이 구독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제품과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패키지’를 넘어서야 한다. 자체 시스템을 개방하고 사용자가 그 안에서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이나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가 대표적이다.

또한 기업은 구독 회원 유지·관리에 공을 들여야 한다. 구독 회원은 큰 문제가 있지 않는 한 구독을 꾸준하게 이어간다. 2차 콘텐츠 생산에도 적극적이다. 꼬박꼬박 양질의 리뷰를 작성하고 자발적으로 이벤트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들 활동은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고, 브랜드를 홍보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그간 국내 커머스 핵심이 대형 유통사에서 쿠팡, 11번가 등 퍼블릭 커머스 플랫폼으로 옮겨 온 데는 이런 고객이 핵심이 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구독 서비스 활성화는 ‘퍼블릭 커머스 플랫폼(Public Commerce Platform)’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발점은 자체 경쟁력 확보다. 비즈니스 모델에 맞는 적합한 카테고리를 선정하고, 차별성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주력 사업에서 일정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뒤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앞서 강조했듯 고정 고객인 ‘구독 회원’ 확보는 플랫폼 영역 확장의 열쇠다.

▶떠오르는 DNVB

▷독자 채널로 소비자 만나

콘텐츠 머니타이제이션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실전 전략은 ‘DNVB’다.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이 용어는 ‘Digital native Vertical Brand’의 약자다. 미국 기업가 ‘앤디 던’이 만든 용어다. 오프라인 기반이 아닌 디지털 태생으로 생산 과정의 수직적 통합이 이뤄진 브랜드를 뜻한다. 이런 브랜드는 ▲대형 유통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고 ▲자사 직영몰에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그 안에서 콘텐츠 마케팅을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액티브웨어 브랜드 ‘젝시믹스’, 미니 마사지기 ‘클럭’, 매트리스 브랜드 ‘몽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브랜드 탄생부터 소비자와의 관계 형성, 소통 방식, 구매로 연결되는 모든 과정이 오프라인과 다르다.

DNVB 출현은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 기존 커머스 시장은 대형 유통 채널에 입점하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매출 10~40%를 대형 쇼핑몰이나 오픈마켓에 수수료로 지불해야 했다. 제조사(판매사)가 이익을 높이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는 의미다. 인터넷 발달은 제조·판매사에 새로운 기회를 줬다. 자체적으로 구축한 직영몰로 소비자를 얼마든지 끌어모을 수 있어서다. 생산·판매 비용을 낮춘 덕에 기존 이커머스 대비 매출과 이익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오프라인이 없어 실패 위험이 낮고, 즉각적으로 소비자 반응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DNVB의 강점인 셈이다.

DNVB는 소비자가 기존 제품을 사용하며 느꼈던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페인 포인트(pain point)’는 기능적인 측면뿐 아니라 공감이나 설득력처럼 감정적인 요인일 수 있다. 개인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스터마이즈’, 안정적인 배송, 소비자에게 호소력 있는 ‘브랜드 메시지’가 포인트다. 일례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신발로 알려진 ‘올버즈’는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한 천연 원료와 재활용품을 쓴다. 박스까지 재생 골판지를 쓰며 소비자에게 환경에 공헌했다는 자부심을 선사한다. DNVB는 D2C(Direct to Consumer) 방식으로 소비자를 만난다. D2C는 소비자를 직접 만나기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 강점을 강조하고, 고객 데이터를 관리하기 쉽다. 앞서 언급했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D2C는 자사 브랜드를 한데 모은 멀티 플랫폼 ‘미디어 커머스’, 제조사와 소비자를 잇는 M2C(Manufacture to Consumer), 인플루언서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I2C(Influencer to Consumer)로 발전하는 추세다.

특히 자사몰을 통해 직접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며 축적되는 고객 데이터/후기 등을 통해 신제품 및 브랜드 론칭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D2C 업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보인 기업 '에이피알'은 5개의 D2C 브랜드(메디큐브, 널디, 에이프릴스킨, 포맨트, 글램디)를 연이어 선보이며 창립 7년 만에 2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D2C 사업모델을 국내에 가장 먼저 안착시킨 이 회사는 모든 제품에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다는 철저한 성공 공식 하에 이같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인터뷰] 김용태 더에스엠씨그룹 대표

트렌드 챙기는 데 그쳐선 곤란…핵심은 실행

“기업이 뛰어난 제품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판매하지 못하는 걸 보고 안타까웠습니다. 더에스엠씨는 기업 소셜 마케팅을 대행하다가 직접 커머스에도 뛰어들어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죠. 그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콘텐츠 머니타이제이션’을 기획한 김용태 더에스엠씨그룹 대표는 1인 기업으로 출발, 10여년 만에 연매출 800억원대 회사를 일궜다. SNS를 통해 기업을 알리는 데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들으며 성장했다. 그간 SK하이닉스, 삼성물산 등 수백만~수천만 조회 수를 이끌어낸, ‘핫한’ 광고를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대표 스스로 1984년생 MZ세대로 디지털 네이티브를 가장 잘 이해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고 평가받는다. 최근 보고쿡 등 자체 쇼핑몰로 D2C에도 뛰어들어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MZ세대는 컴퓨터, 스마트폰에 익숙하고, 소비 생활이 디지털에 맞춰졌습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을 대하는 방식도 기존 세대와 달라요.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라면 돈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는 기업이 트렌드를 열심히 공부(?)하는 데 그치고, 실행에 옮겨 가지 못하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기업은 트렌드가 ‘왜(why)’ 형성됐는지는 아는데, ‘무슨(what)’ 상품을 ‘어떻게(how)’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마치 학생이 공부를 왜 하는지는 알겠는데 무슨 책을 어떤 방식으로 공부해야 성적을 올릴 수 있는지 모르는 것과 같죠. 그래서 책에 최대한 성공 사례를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기업이 ‘콘텐츠 머니타이제이션’을 이루려면 디지털로 무게 중심을 완전히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프라인 유통사가 온라인 쇼핑몰 하나 추가했다고 되는 게 아니라 회사 전체적으로 각 부문을 다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비즈니스 중심에 디지털로 소비하는 MZ세대를 놓는 게 첫 번째 할 일”이라며 “주요 소셜미디어 채널별로 매체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어떤 전략을 활용할지 고민하며 회사 각 부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7호 (2021.12.08~2021.1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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