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0, 李·尹 누구도 웃지 못하는 까닭

2021. 12. 6. 21: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율의 정치 읽기]

대선을 정확히 100일 남긴 시점이었던 지난 11월 29일, 9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윤석열, 이재명 두 후보가 동률을 기록한 KBS 여론조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조사에서는 모두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앞섰다. 그러나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조사마다 상이하다. 예를 들어 오마이뉴스 조사에서는 격차가 9.4%포인트고, YTN 조사와 JTBC 조사는 각각 8.6%포인트, 6.6%포인트 차이가 난다.

세 조사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오차 범위 밖이다. 이외의 6개 조사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오차 범위 내다.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밖인 여론조사 3개 중 두 개는 ARS 방식 조사였다. 윤석열 후보가 ARS 조사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그런데 ARS 방식 조사 중에는, TBS 여론조사처럼 격차가 근소한 경우도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YTN과 오마이뉴스 여론조사는 임의 전화 걸기 방식(RDD)으로 조사된 반면 TBS 조사는 안심번호를 통한 조사였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 기관은 선관위로부터 안심번호를 제공받는다. 해당 안심번호는 선관위가 이동통신 3사로부터 받은 것이다. 이때 알뜰폰 가입자는 누락된다. 알뜰폰 통신사는 이론적으로 이동통신 3사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는 997만명 정도 된다. 21대 총선 기준으로 보면, 전체 유권자의 22% 이상이 배제된 상태에서 여론조사가 이뤄진 셈이다. 알뜰폰 주 고객층이 젊은 층이나 고령층이라고 가정하면, 이들의 세대적, 경제적 특성이 여론조사에서 반영되기 어렵다고 추론할 수 있다.

안심번호의 장점도 있다. 가상번호기 때문에 성별, 연령, 거주지 등을 파악하기 용이하다. 가상번호 안에 해당 정보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기 때문에 RDD로 조사하느냐 아니면 안심번호로 조사하느냐에 따라 결과와 신뢰도가 달라진다고 보기는 힘들다.

어쨌든 9개 여론조사 중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가 나온 것은 없다. 근소하게나마 윤 후보가 우위에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물론 반드시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SBS와 KBS 그리고 MBC 조사에서 나타난 당선 가능성은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윤 후보가 지지율은 근소하게 앞서지만, 당선 가능성에서는 뒤지고 있는 것이다.

당선 가능성에 대한 조사는 유권자 본인의 후보 선호도와 별개로, 본인이 느끼는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이어서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 자신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지만, 분위기로 볼 때 그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현재 분위기가 윤 후보에게 마냥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님을 의미한다.

또 다른 항목도 윤 후보가 유리한 입지가 아님을 보여준다.

먼저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을 넘어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YTN과 중앙일보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39%와 41.5%를 기록했는데, 해당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35.1%와 36.1%였다.

이재명 후보가 적극적으로 현 정권과의 차별화 전략을 쓰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이재명 후보는 ‘선택적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문제와 관련, 거래세는 내리고 보유세는 올리겠다며 현 정권과는 차별화된 정책을 주장하는 식이다. 한마디로, 적극적인 차별화 전략은 사용하지 않지만, 선별적 차별화 전략은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략이 그 위력을 일정 부분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

이유는 이렇다. YTN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3.6%가 정권 교체를 원하고 있고,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53.5%, SBS 조사에서는 51.8%가 내년에 정권 교체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 교체를 바라거나 정권이 바뀔 것으로 예상하는 여론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를 웃돌지만, 제1야당 후보인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50%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재명 후보의 ‘여당 속의 야당’ 이미지가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추측하게 한다.

또한, SBS 조사에 나타난 이재명, 윤석열 후보 호감도와 비호감도를 보면, 호감도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우위고, 비호감도는 윤 후보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초 SBS 조사와 비교해보면, 이재명 후보는 호감도가 2.8%포인트 오르고 비호감도가 2.7%포인트 하락한 반면, 윤석열 후보는 호감도가 5.6%포인트 하락하고 비호감은 5.1%포인트 상승했다.

단, 유권자들의 주관적 이념 지형은 윤 후보에게 유리하다. 한국갤럽이 한 달에 한 번씩 조사하는 유권자의 주관적 이념 성향에 대한 11월 여론조사(11월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5%,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는 30%, 자칭 중도 33%, 그리고 진보는 22%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 조사에 비해 보수는 2%포인트, 중도는 1%포인트 각각 증가한 반면, 진보는 1%포인트 줄어들었다. 유권자의 이념 지형은 윤 후보에게 유리하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다른 수치들을 감안해 현재 상황이 윤 후보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윤 후보 측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유리한 이념 지형 속에서도 고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상당 부분은 윤 후보 측 선대위 구성에서 파생됐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선대위는 ‘필요성’과 ‘상징성’으로 구성돼야 한다. 즉, 정치적 경륜과 정치판을 읽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꼭 필요한’ 정치인들과, 존재 자체만으로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상징적 인물’들로 구성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윤석열 선대위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후보 갈등의 근본적 원인도 선대위 구성의 기본적 원칙과 관련 깊다는 판단이다.

정치는 저마다 생각이 다른 다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 만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정치를 쉽게 생각하고, 근거 없는 자신감에 도취한다면 정치판에서 승리를 거머쥐기 쉽지 않을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7호 (2021.12.08~2021.12.14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