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안 건드린다더니..카카오 또 논란

박수호 2021. 12. 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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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제로페이 사업자 선정 '시끌시끌'

서울시 제로페이 사업자가 새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새로운 상품권 판매대행점으로 ‘신한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업권 공식 명칭은 ‘서울 지역화폐 ‘서울사랑상품권’ 플랫폼을 운영·관리하는 판매대행점’이다. 종전까지는 2019년 말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출범한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제로페이 운영을 맡았다. 신한컨소시엄은 2023년 12월 31일까지 서울사랑상품권 판매대행을 맡게 된다. 모바일 앱 운영, 관리도 병행한다. 결제 시스템을 이용한 상품권 발행·결제·정산 업무도 신한컨소시엄 소관이 됐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주도하던 서울시 지역화폐 판매대행 사업은 신한컨소시엄으로 이관하게 됐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제공)

▶어떤 사업이길래

▷우리은행, 나이스컨소시엄은 고배

이번 사업 입찰에는 신한컨소시엄 외에도 우리은행·KT·비즈플레이컨소시엄, 나이스정보통신컨소시엄 등이 참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사랑상품권법이 마련되면서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공모를 진행한 것”이라고 이번 입찰의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 상품권 판매대행점 사업이 뭐길래 대형은행, 금융사까지 참여해 경합을 벌였을까.

제로페이가 보유한 데이터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권 입찰 전까지는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사업을 주도했다. 진흥원은 故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사, IT 기업 등이 협력해 출범한 비영리기관이다. 초기에는 가맹점 수가 적고 QR코드 결제 방식이라 이용자의 외면을 받았다. 급기야 주요 이용자가 서울시 공무원이라는 의미로 ‘관제페이’라는 조롱 섞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다 반전이 벌어졌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재난지원금과 지역상품권 발행이 늘었다. 비플제로페이 앱에서는 지역상품권을 사서 제로페이 결제까지 가능하게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 더해 가맹점을 꾸준히 늘려왔던 진흥원은 이용 회원 사이에서 “꽤 쓸 만하다”는 반응을 얻으며 대중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특히 서울시와 각 구청의 서울사랑상품권 사업 확대는 큰 힘이 됐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발행하는 모바일 상품권이다.

지금은 상품권을 7~1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 연말정산 시 30%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상품권은 발행 20여분 만에 매진되는 등 호응이 뜨겁다. 사업 규모도 적지 않다. 올해 서울사랑상품권의 누적 발행 금액은 1조1071억원으로 이 중 1조905억원이 판매됐다. 그 결과 서울사랑상품권 고객은 2021년 11월 말 기준 183만명, 가맹점은 40만곳을 넘겼다.

이번 사업권 흥행 배경을 정리해보자면 모바일 서울사랑상품권 시스템을 따로 구축할 필요 없이 종전 데이터를 이관받아 바로 사업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상품권 발행 금액의 1% 전후 수준의 발행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참고로 서울시는 새해 서울사랑상품권 예산을 올해보다 81억원 증액한 338억원으로 편성했다.

▶카카오페이 논란, 왜?

▷국감서 골목상권 침해 지적받았는데…

문제는 ‘신한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 중 카카오페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신한컨소시엄 측은 카카오페이가 가맹점 결제 환경 구축, 정책 홍보 알림톡 서비스 지원 등의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관광객 유치, 홍보를 위해 알리페이 글로벌 결제 서비스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회원 수 3500만명을 자랑하는 카카오페이가 이번 사업에 참여하면서 서울사랑상품권은 물론 제로페이 저변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외부 기대감도 크다.

다만 이번 사업권 수주로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이슈가 또 한 번 불거지게 됐다는 점이 변수다. 카카오는 올해 국정감사에 ‘골목상권 침해’ 문제로 김범수 의장이 4차례나 출석한 바 있다. 김 의장은 골목상권 논란이 되는 사업은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제로페이 사업은 사업 목적이 소상공인 지원이다. 아무리 서울시가 예산 절감을 위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신한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해도 논란이 잦아들기는 힘들어 보인다. 카카오페이 입장에서는 ‘40만곳에 달하는 제로페이 가맹점을 카카오페이 가맹점으로 편입시키면서 소상공인 업권까지 잠식하느냐’라는 논란에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카카오페이가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간 정부와 정치권이 ‘카카오 독과점 우려’를 꾸준히 지적해왔는데 정작 서울시는 연간 약 65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이유로 카카오를 두둔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극단적으로는 서울시가 시장 지배자인 카카오페이의 오프라인 시장 장악을 발 벗고 도와준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서울시는 카카오페이에 40만 가맹점 데이터를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업권이 종료되는 순간 다시 서울시로 이관했다 새 사업권자에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를 우려하는 쪽에서는 빅데이터를 잘 다루는 카카오페이 입장에서는 서울시가 데이터를 회수(?)해 간다 해도 얼마든지 오프라인 매장 운영 경험, 가맹점 관리, 확대 노하우를 익혀 골목상권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간편결제진흥원 앞날은

▷전국구 가맹점 수 매주 1만개 증가

또 하나 주안점은 간편결제진흥원의 앞날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서울시 상품권 사업권 외에 다른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큰 타격은 없다. 다만 종전 서울시 이용자가 불편할 수 있어 제로페이 QR코드 결제망만이라도 종전 비플제로페이 앱 사용자가 쓸 수 있도록 서울시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진흥원은 또 서울시 외 전국 단위 제로페이, 지역상품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11월 말 기준 진흥원이 구축한 가맹점은 약 135만개(서울시 포함). 진흥원 측은 매주 1만개씩 늘고 있는 만큼 서울시 외 지역에서 전국구 ‘페이’ 경쟁을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다른 지자체에서도 서울시처럼 사업권 입찰을 진행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더불어 진흥원이 재단 개념이라 주식회사처럼 증자가 아니라 추가 출자를 받아야 하는데 사업성이 떨어지면 순순히 출자에 나설 곳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진흥원 관계자는 “제로페이를 쓸수록 이해관계자 모두가 이익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7호 (2021.12.08~2021.1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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