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기업 파산 도미노 시작?..커지는 헝다발 경착륙 우려

이승호 2021. 12. 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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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중국 베이징의 한 건설현장 앞을 음식배달업체 배송 기사가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 부동산 기업의 파산 도미노가 시작될까.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그룹의 파산이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데다 다른 부동산 업체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중국 부동산 기업의 줄도산은 중국 경제 침체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

헝다 그룹은 지난 3일 “2억6000만 달러(약 3075억원)의 채무상환이 어렵다”고 공시했다. 게다가 6일에도 30일간 유예했던 채권 이자 8249만 달러(약 976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갚지 못하면 디폴트 상태가 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랫동안 이어지던 헝다 그룹의 부채 구조조정이 끝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질서 있는 파산'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일 광둥성 정부가 헝다 그룹에 실무대책반을 투입했다. 중국은 위기에 빠진 기업의 자발적 구제를 유도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지방정부가 개입해 시장 안정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한 뒤 채권위원회를 구성해 워크아웃을 진행한다.

중국 신랑망(新浪網)은 6일 “헝다에 대한 정부 개입은 하이난항공 사례처럼 정부가 모든 의사결정을 도맡는 고강도 방식보다 경영진 역할을 조정·감독하는 중간 강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규모 부채 위기를 일으킨 헝다 경영진을 통제하되, 정부가 부담을 모두 떠안는 것은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금융당국은 헝다 그룹의 파산을 개별기업의 위기로 축소하며, 중국 경제엔 위험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지난 6월 기준 헝다의 부채는 1조9700억 위안(약 366조원)인데 이는 전체 은행권 자산 대비 0.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급락하는 중국 주택거래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지만 헝다발 부동산 위기는 다른 기업으로 전이되고 있다. 부동산 업체인 ‘양광(陽光)100’은 6일 공시를 통해 회사채 원금(1억7000만 달러)과 이자(892만 달러)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른 부동산 회사인 자자오예(佳兆業)도 오는 7일 4억 달러의 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판하이홀딩스(包括泛海控股)와 톈방그룹(天房集團) 등 8개 업체도 올해 달러채 디폴트를 선언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달러채 만기 규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 부동산 위기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촉발됐다. 중국 부동산 기업은 경기 호황에 힘입어 무리한 은행 대출로 집을 지은 뒤 분양을 하는 방식의 돌려막기로 몸집을 키워왔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를 우려한 정부가 올해 강력한 규제를 내세우며 대출이 막혔다.

여기에 부동산 거래마저 줄었다.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11월 신규 부동산 판매액은 1년 전보다 37.6% 줄어든 7508억 위안(약 139조원)에 그쳤다. 5개월 연속 감소세다.

돈줄이 막힌 데다 집도 팔리지 않게 되며 중국 정부가 부동산 업체의 파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식 ‘질서 있는 디폴트’는 개별 기업이 부도났을 경우에나 가능하다”며 “주택거래량과 가격, 투자 및 토지매입 지표 모두 둔화하고 있는 만큼 (이런 상황이) 몇달 더 이어지면 업체의 연쇄 부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도 “중국 정부가 헝다 처리에 시간을 끌고 느슨한 부양정책을 쓰면 부동산 업체와 건설업계의 연쇄 부도가 날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경착륙과 금융시장 충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헝다발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가 세계 금융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 분야를 중심으로 한 과도한 부채가 중국 금융의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 시장을 위축시키고 세계 경제 성장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0월 중국 상하이의 한 거리에 증권 시황을 안내하는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EPA=연합뉴스]


이런 우려로 중국 정부도 부동산 시장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은행 간 장외채권시장에서 부동산 기업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등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대출 승인 조건을 완화하기도 했다.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며 유동성 공급에도 나섰다. 중국인민은행은 오는 15일부터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6일 밝혔다. 지난 7월 이후 5개월만의 인하다. 중국인민은행은 지준율 인하로 시중이 약 1조2000억 위안(약 222조54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이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

최설화 연구원은 “실수요 중심의 부동산 완화 정책이 발표됐지만,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지준율 인하는 중국 경제 리스크를 낮추는데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부채를 줄이려는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개혁은 큰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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