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된 향나무 싹뚝 자른 대전시공무원 '재물손괴' 검찰 송치

신진호 입력 2021. 12. 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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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정 시장은 무혐의

대전시 중구 옛 충남도청에 있던 수령 100여 년의 향나무를 무단으로 자른 대전시청 공무원들이 검찰로 송치됐다.

지난 2월 대전시가 대전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과정에서 향나무 128그루를 무단으로 제거해 논란을 빚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대전시청 전 과장급 공무원 A씨(여)와 현직 공무원 3명 등 4명을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A씨 등 4명은 지난해 6월부터 옛 충남도청 부속 건물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면서 충남도 소유 향나무 128그루를 무단으로 절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령 100년 향나무 128그루 무단 벌목


대전시는 지난해 6월부터 옛 충남도청에서 ‘소통협력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울타리 향나무 172그루 가운데 128그루를 무단을 잘라냈다. 당시 대전시는 “보호 가치가 없는 향나무는 베어내고 44그루는 다른 곳에 옮겨심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전문기관에 의뢰해 경관성과 경제성·기능성 등을 평가한 뒤 잘라냈다고도 했다.

하지만 사업을 추진한 담당부서는 향나무를 절단하는 과정에서 소유권이 있는 충남도와는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향나무가 잘려나갔다는 통보를 받은 충남도는 대전시에 원상복구를 요청했다. 옛 충남도청 건물을 충남도에서 넘겨받은 문화체육관광부도 원상복구를 명령했다.

지난 2월 대전시가 대전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과정에서 향나무 128그루를 무단으로 제거해 논란을 빚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가 잘라낸 향나무는 1930년대 충남도청을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심은 것이다. 이들이 잘라낸 향나무 가운데는 수령이 100년이 넘는 나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옛 충남도청 건물은 2002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잘려나간 향나무는 문화재는 아니지만, 옛 충남도청 경관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민단체 출신 과장 사태악화하자 사퇴


지난 2월 사태가 악화하자 담당 과장으로 사업을 총괄했던 A씨는 허태정 대전시장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A씨는 2019년 3월 임기제(2년) 공무원으로 대전시 지역공동체과장으로 임용됐다. 시민단체 출신인 그는 이전까지 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일했다.

당시 허태정 대전시장은 ’시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 대전시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조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문제점은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대전시공무원노조는 “책임을 지겠다던 상급자는 온데간데없고 실무 담당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행태가 변하지 않는다”고 지휘부를 비난했다.

대전시가 옛 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과정에서 향나무 128그루를 불법으로 제거한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 2월 대전 중구의회 의원들이 허태정 대전시장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지난 2월 22일 허태정 대전시장과 담당 공무원 등을 공용물건 손상 및 직무유기,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대전경찰청은 A씨 등 4명은 송치, 허 시장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 불송치를 결정했다.


국민의힘 "경찰의 꼬리자르기 수사로 끝"


이에대해 장동혁 전 국민의힘 대전시당 위원장은 “옛 충남도청사 향나무 훼손 사건이 염려한 대로 꼬리 자르기로 끝이 났다”며 “법의 한계인지, 수사의 한계인지는 지금 당장 규정할 수 없겠지만, 시민의 법 감정과는 큰 거리가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n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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