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온플법은 '급조된 법'..정부, 왜 밀어붙이려 하나"

김은경 2021. 12. 6. 16: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정대안도 부처 중복규제 여전..부작용 검증 안 돼
해외 벤치마킹 '오류'..1년도 안 된 법안 강행에 우려
정신동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왼쪽)와 김현경 서울과기대 정보기술(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가 6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개최한 ‘온플법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의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데일리안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온플법)을 둘러싼 학계의 공통된 지적은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이 생태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성급하게 만든 법안으로 통과를 강행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플랫폼 위주로 전 세계의 디지털 경제 흐름이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입법 후 업계에 미칠 파급 효과를 고려했을 때 시간을 더 갖고 신중하게 재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내 법안 처리 강행 이유 의문”…발 담근 부처만 셋

정신동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6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개최한 ‘온플법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의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플랫폼 ‘갑질’이라는 말에 가려서 법안을 세부적으로 뜯어보지 않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법안을 보면 급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현재 온플법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각각 계류돼 있다.


국회 정무위에서는 지난달 24일 과방위에서는 25일 해당 법안들이 각각 상정됐지만 야당의 반대 등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다만 법안이 보류된 상태여서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정 교수는 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계속되는 통과 시도에 대해 우려를 내비쳤다. 법안을 둘러싼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주도한 법안이 함께 통과되는 방향으로 추진되면서 불거진 중복 규제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현재 부처 간 중복 이슈에 대해 공정위와 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협의와 당·정·청 회의 등을 거쳐 조정 협의가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수정대안을 뜯어보면 일부 조항에 부처 간 ‘협의 의무’를 신설했을 뿐 중복 사항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방통위 법안에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계약 내용을 변경하거나 서비스를 제한, 중단하는 경우 사전에 설명하거나 고지하지 않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공정위 법안도 표현은 좀 다르지만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돼 있어 사실상 같은 규제로 읽히는 조항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정보기술(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도 “온플법은 플랫폼 규제 거버넌스를 후진화했다”며 “규제 주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수범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본사 전경.ⓒ각사

“네이버를 구글 취급”…EU도 법안 논의에 최소 2년

해외의 사례를 근거로 법안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으나 이 역시 타당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교수는 “유럽연합(EU)의 사례를 보면 법안을 평가하는 데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이 걸렸는데 우리의 경우 10개월로 너무 짧았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 역시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드는 것은 잘못된 해외 벤치마킹”이라며 “미국은 주력 시장에서 유력한 경쟁자가 없으나 우리는 플랫폼 기업 간 유효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2000년 이후 구글이 검색엔진과 온라인 광고에서 꾸준히 8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검색엔진에서 네이버가 52%, 구글이 43%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유동적인 상태라는 주장이다.


그는 “마치 네이버를 구글처럼 취급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국과 유럽 내에서도 법안에 대한 반대와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엄정한 수정을 거쳐 입법화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는데 국내에서 올해 혹은 내년 안에 꼭 입법화하겠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온플법 수정대안에 적힌 ‘공정’ ‘차별 없는’ 등의 문구도 문제 삼았다. 정부가 마치 민간기업의 서비스를 ‘공공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러한 의무들은 엄격히 말해 민간사업자의 서비스가 아닌 공공 서비스에 주어지는 것들”이라며 “민간의 자율경쟁을 공공의 성격으로 보는 매우 위험한 규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성급한 입법 추진보다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의 특성에 부합하는 규율을 해야 하며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공통된 결론을 내놓는다.


김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은 낮은 시장 진입장벽으로 점유율이 유동적이거나 큰 경우가 많다”며 “지배력 측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통적 경제 이론이 적용되기 어려운 만큼 혁신적 서비스 탄생을 위해서도 사전적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온플법 입법 과정에서 기존 산업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해야 한다는 논리로만 가고 있는데, 갈등 부각으로 오히려 진흥 정책은 주목받지 못하고 서비스를 죽이는 법만 계속 나오고 있다”며 “논의를 통해 진정한 부처 간 협력 메커니즘이 부활하길 기대해본다”고 당부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