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번주 내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선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boycott·거부)을 이번주 내 발표할 것이라고 미 CNN 방송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번 조치로 미국은 선수들의 경기 참가를 막지 않으면서 세계 무대에서 중국에 (경고)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최근 이 문제를 비공개로 논의해 왔다고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달 18일 미·캐나다 정상회담에 앞서 “외교적 보이콧은 우리가 고려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보다 사흘 전인 15일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3시간 넘는 유선 정상회담을 했지만, 두 정상은 대만해협·인권 문제 등에서 평행선을 달리며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당시 백악관은 베이징 올림픽의 보이콧 여부와 관련해서는 “정상 간 통화와 관련이 없고 논의된 주제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은 지난 5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하원 인권위원위를 통해 공개 제안했다. 펠로시 의장은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의 강제노역과 동화 교육 등 중국의 인권 유린을 거론하며 “정부 대표를 파견하지 않음으로써 중국 정부에 예의를 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다수의 민주·공화당 의원들이 힘을 실어줬고, 공화당 일부에서는 “전면 보이콧”을 요구했다.
여기다 지난달 초 장가오리(張高麗·75) 전 중국 부총리를 향해 ‘미투’ 폭로를 한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35)의 실종설이 불거지면서 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압력은 더욱 커졌다.
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은 전면 보이콧과는 달리 대통령 등 정부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는 것으로 항의하는 방식이다. 미 국가대표 선수들은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1980년 제22회 모스크바 하계 올림픽에 대해 전면 보이콧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지미 카터 정부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반발해 이 같이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달 초 뉴욕타임스(NYT) 온라인 대담 프로그램에서 올림픽 보이콧에 대해 “우리의 동맹국, 파트너 국가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활발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혼자만이 아닌 동맹과 공동 대응을 시사한 대목이었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영국과 호주의 ‘오커스(AUKUS·인도태평양 신안보협력체제)’ 동맹과 캐나다·뉴질랜드를 더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첩보 동맹 5개국)’ 국가들이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할 예정이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은 대중 강경파인 엘리자베스 트러스 신임 외무부 장관이 보이콧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보리스 존슨 총리도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장관급 이상이 현지로 가지는 않되 중국 주재 영국 대사만 참석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 관방장관이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여러 가지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절한 시기에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집권 자민당 내 강경파들은 보이콧에 동참해야 한다며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의 보수파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 소속 의원들은 기시다 후미오(岸田 文雄) 총리와 외무성 등에 일본의 외교 사절단 파견을 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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