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스마트폰 쥐고 태어난 세대'..디지털 세상 아동권리 보호해야

조희경 입력 2021. 12. 6. 1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오래] 조희경의 아동이 행복한 세상(9)


디지털 네이티브인 10·20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 컴퓨터 등 인터넷 환경에서 자라서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이용한다. [사진 유니세프]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기기와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래서인지 많이 듣게 되는 단어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2001년 미국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Marc Prensky)가 자신의 논문에서 사용한 말이다. 디지털 언어와 장비를 마치 특정 언어의 원어민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는 뜻에서 디지털 네이티브(원어민)라고 칭했다. 반면 기성세대는 외국어를 말할 때 모국어 억양이 남아있듯이 디지털 언어를 사용할 때 디지털 시대 이전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뜻에서 'Digital Immigrant(디지털 이주민)'이라고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10·20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 컴퓨터 등 인터넷 환경에서 자라서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이용한다. ‘스마트폰을 쥐고 태어난 세대’라고 할 만큼, 좋아하는 영상을 찾아서 ‘구독’하는 형태로 콘텐트를 소비하고 ‘좋아요’ 버튼과 댓글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양방향 소통을 중요시한다. 지난해 유행했던 ‘온택트’ 조차도 시대에 뒤진 것처럼 들리는 요즘은 메타버스(metaverse)가 아니면 대화가 안 되는 것 같다. 아바타가 회의도 참석하고 쇼핑도 하고 게임과 운동도 대신한다고 하니 개인들뿐 아니라 정부도 기업도 지방정부조차도 메타버스를 이용한 사업을 하려고 난리들이다.

디지털 이주민인 나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해 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만들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아바타가 뛸 줄만 알지, 앉고 대화하기도 어려웠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한계였다.

인터넷 보급률이 109%에 이르는 우리나라는 만 14~18세 아동 중 약 98%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10대들의 인터넷 사용시간은 1주일 평균 27.6시간으로 전년 대비 10시간이나 증가하였다(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20). 학교수업이 디지털 세상으로 옮겨가면서 학습뿐 아니라 놀이와 사회활동 등 아동의 일상생활도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동권리 보호는 이제 시급한 문제가 되었으며, 아동권리협약의 이행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여 지난 3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제25호를 채택했다. 지난 2년간 아동권리협약 당사국들과 정부기구, 시민사회, 국가인권단체 그리고 28개국 709명 아동의 의견을 반영하여 완성되었다. 일반논평은 협약 당사국의 협약이행을 모니터링 하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아동권리에 관한 특정 주제의 이행을 위해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이번 논평은 코로나19로 급속히 확산된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권리를 보호하고 옹호하기 위한 당사국의 역할을 명확히 제시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에서 디지털 환경에서도 아동권리가 동일하게 존중되고 보호받고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아동은 각 연령대에 맞게 적절하고 신뢰할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트와 정보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아동이 유해한 콘텐트를 접하지 않도록 강력한 법적 및 행정적 조처를 해야 한다고 당사국에 권고했다. 특히 아동은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아동매매, 성폭력,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등 모든 형태의 폭력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아동의 프라이버시는 항상 보호되어야 하며 아동과 부모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보관하고 있는 아동 개인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이를 삭제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는 기업이 디지털 환경 속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착취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구제해야 하며, 기업은 상업적 목적을 위해 디지털 기록을 기반으로 아동을 프로파일링하거나 특정하지 않으며 상품 및 서비스 홍보를 위한 몰입형 광고 또는 가상환경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권리 실현을 위한 일반원칙 4가지는 다음과 같다.

「 A. 비차별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 협약 당사국은 모든 아동이 그들에게 의미 있는 방식으로 디지털 환경에 평등하고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며, 적절한 수단을 강구해 교육환경, 지역사회, 가정에서 디지털 기기에 자유롭고 안전하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B. 아동 최선의 원칙

당사국은 디지털 환경의 속성을 고려하여 아동 대상 디지털 환경을 제공, 규제, 설계, 관리, 사용하는 데 있어서 아동 최상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당사국은 아동권리가 실현을 감독하는 정부나 지방정부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이런 기구는 모든 아동의 권리를 고려해야 하며, 아동 최선의 이익을 평가하는 과정과 기준이 투명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C. 생명, 생존 및 발달의 권리

당사국은 아동의 삶과 생존, 발달을 위해 디지털 환경이 제공하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고 사이버폭력이나 괴롭힘, 성 착취 및 학대 등의 위험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인한 유해한 영향이나 부모/보호자의 상호작용이 대체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D. 아동 견해 존중

당사국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아동 인식과 접근성을 높여야 하며,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권리와 관련된 입법, 정책, 프로그램, 서비스 및 교육을 마련할 때는 반드시 아동을 참여시켜 의견을 듣고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아동참여 과정에서 프라이버시가 침해돼서는 안 되며 디지털 접근성이나 기술이 낮은 아동도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

일반논평 제25호 채택을 계기로 우리나라 아동이 디지털 환경에서 경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위험과 권리침해 상황을 규정하고 이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입법과 정책추진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제고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아동권리옹호팀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