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성문 밖, 초석도 안 깐 허술한 집터.. 경계초소였을까
성벽 흙으로 덧댄 토축부도 조사
충남 부여에 위치한 백제시대 북나성 성벽 밖에서 집터 두 곳이 발견됐다. 성문과 관련된 시설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 백제왕도핵심유적보존관리사업추진단은 6일 오후 부여 나성 발굴조사 현장을 공개했다. 조사단은 지난 3월부터 충남 부여군 부여읍 쌍북리 일대 북나성 구간을 조사한 결과, 금강으로 통하는 북문으로 추정되는 터와 그 동쪽의 성벽 약 60m를 확인했다.
높이 2.1m, 폭 최대 11.5m 백제 성벽
돌로 쌓은 11단 성벽은 최대 높이 2.1m 규모로, 성벽 안쪽으로 흙을 최대 11.5m 덧대 무너지지 않도록 했다. 조사단은 “조사 대상지 남쪽으로 토축(흙으로 쌓은 건축물)이 이어지고 있어, 실제 성벽의 폭은 더 넓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백제 나성의 토축부까지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제고도문화재단 성현화 팀장은 “그간 석축(돌로 쌓은 구간)만 조사한 자료로는 백제시대 성을 쌓은 기술을 파악하기 부족했고, 산지에 위치했던 동나성 구간에 비해 북나성은 평지라 조사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백제 풍납토성 서성벽도 같은 방식으로 평면조사를 진행해 성벽 축조 기술을 확인 중이다.
석축부만 조사했을 때 약 24m 구간 단위로 축조됐을 것으로 추정한 데 비해, 이번 토축 조사에서는 4~5m 구간 단위로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단은 “왜 4~5m 단위로 쌓았는지 등 상세한 기술은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성벽 바깥 허름한 집터… "성문 초소 가능성"
이번 조사에서는 성벽 바깥으로 집터가 발견됐다. 금강과 마주해 성벽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위치에 집이 있었던 셈이다. 조사에서는 성벽에서 1.7m 떨어진 위치에 5.5m×4.6m 너비로 땅을 약 50㎝ 파고 만들어진 터에, 1.9m×0.4m 크기의 구들이 확인됐다. 인근에서는 1.65m×0.4m 크기의 구들도 발견됐다.
성현화 팀장은 “당시 대부분의 건물들처럼 초석을 깔지 않고 흙을 파기만 한 집터여서 그다지 고급 주거지는 아니었을 것으로 보이고, 구들도 성 내측에서 사용한 기와를 재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군과 관련된 초소 등 성벽과 관련 있는 임시 거주지였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집터 내부에서는 성벽 축조 시기(6세기 중엽)보다 늦은 사비 말기(7세기 중엽)까지의 유물이 발견됐다. 성 팀장은 “성벽을 사용하던 중 추가로 만들어진 시설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여 나성은 국가 사적 제 58호로, 현재 ‘백제왕도 핵심유적 부여지역 발굴조사 마스터플랜’에 따라 해마다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단은 향후 북문지 인근 사유지 매입해 추가 조사를 할 예정이다. 성 팀장은 “앞으로 북문지에서 부소산성으로 이어지는 성벽의 진행방향과, 성벽 토축부 공정 과정 등을 추가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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