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박정희, 신이 보낸 구원자".. 국민의힘 요직을 맡다
[박성우 기자]
▲ 지난 3월 28일 서울 코엑스 앞에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지 연설을 했던 노재승 대표. |
ⓒ 국민의힘 유튜브 오른소리 갈무리 |
국민의힘은 5일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 내정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직후 피부과 의사로 잘 알려진 함익병씨의 과거 발언이 다시 회자돼 내정이 사실상 철회됐다. 언론의 관심 역시 함씨에 쏠렸다.
그러나 함씨 말고도 곱씹어볼만한 공동선대위원장은 또 있다. 노재승 커피편집숍 블랙워터포트 대표다. 공동선대위원장 중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익히 알려진 정치인이다. 그러나 노 대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일반인 유세연설로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된 것 말고는 별다른 이력이 없다.
30대 일반시민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인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소셜미디어에서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 노재승 대표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
ⓒ 페이스북 |
하지만 시장경제에 '정부' '공공'을 언급한다고 해서 공산주의자라면 2021년 현재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의 수장들은 공산주의자가 되고 만다. 시장경제에 정부 개입이 전무한 자본주의 국가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반공주의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재벌이 소유했던 시중은행 주식을 몰수하면서 5개 주요 은행을 국유화했고, 정부 차원에서 개별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며 정경유착을 심화시키는 등 정부의 시장경제 개입을 대통령 중 가장 확실히 실천한 정치인이다. 노 대표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역시 공산주의자인가.
이와 같이 극단적으로 친시장주의적인 노 대표의 관점과 일맥상통한 사람이 있다. 바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다.
밀턴 프리드먼을 인용하며 국가의 규제가 과도하다고 한 사람이 누군가? 바로 윤 후보다. 주 120시간 근무 발언에 이어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제를 두고 "탁상공론으로 만든 제도들"이라며 비판한 사람이 누군가? 바로 윤석열 후보다. 노동자 3명이 산재로 사망한 현장에 들러 "작업을 원활하게 하려고 센서를 껐다가 다치면 본인이 다친 것"이라며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노동자 개인의 실수로 환원한 사람이 누군가? 바로 윤 후보다.
▲ 노재승 대표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
ⓒ 페이스북 |
노재승 대표와 윤석열 후보의 공통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노 대표는 지난 8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두고 "헌법 가치를 가장 잘 지킨 대통령"이라고 평가한 것을 보도한 기사를 공유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그 자체로 신이 대한민국에 보낸 구원자라고 봐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누리고 취하는 모든 것들이 그 두 지도자로부터 기인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승만과 박정희라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으로 느끼는 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노 대표의 관점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직을 맡을 사람이 취해야 할 관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두 인물이 제아무리 탁월한 성과를 재임 기간 중 얻었더라도 그것은 두 인물 개인이 초월적인 존재여서가 아니다. 고생하며 피땀흘린 국민들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비단 두 인물이 아니라 한국의 어느 대통령이 됐더라도 노 대표와 같이 신격화하는 것은 그저 북한이 김일성 일가를 무조건 찬양하는 행태와 다를 바 없다.
또한 이 두 대통령은 말미에 민주주의 투표를 저버리고 독재를 택한 인물들이다. 두 사람이 정말로 "신이 대한민국에 보낸 구원자"라면 그 둘이 계속해서 독재를 하는 편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좋은 편이었다는 뜻 아닌가. "독재가 왜 잘못된 것인가. 더 잘 살 수 있으면 왕정도 상관없다" 등의 과거 독재미화 발언으로 내정에서 철회된 함익병씨와 무엇이 다른가.
이런 노 대표의 정치관과 겹치는 인물이 있다. 윤석열 후보다. 그는 이미 전두환씨를 두고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노 대표와 윤 후보의 인식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후보와 노재승 대표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가치관이 동일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직책이 후보 본인과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윤 후보의 노 대표 발탁은 이유가 있다. 하지만 노 대표의 극단적 시장주의적 발언이나 독재미화 발언들이 국민이 보기에 이해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철회된 함씨에 대해서도 윤 후보 측에서는 "여러 가지 건전한 가치관으로 서민들의 이야기를 대변한 분"이기 때문에 내정했다고 했다. 윤 후보가 생각하는 '건전한 가치관'이 국민 눈높이와는 많이 다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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