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확대, 백신 의무화 아니라고요? [싹.다.정]
'백신 의무화' 논란까지
6일부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도)가 식당과 카페 등 대다수 다중이용시설로 확대 적용됩니다. 기존에는 유흥시설과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등 이른바 감염위험시설에만 적용하던 것을 식당과 카페, 학원, 영화관, 독서실, PC방, 스포츠경기장, 도서관 등 대부분의 실내 다중이용시설로 확대하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방역패스’라는 건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것 또는 PCR 검사 결과 코로나19 음성인 것을 증명해야 해당 시설을 출입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특히 내년 2월부터는 청소년(만 12~18세 이하)에 대해서도 이 제도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백신 의무화’ 조치라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한편 백신 의무화와는 다르다는 반론이 제기되며 논란도 확대되는 분위기입니다.
달라지는 방역패스 제도 내용과 관련 논란까지 [싹.다.정]이 정리해봤습니다.
이날부터 적용되는 특별방역대책의 골자는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까지로 사적모임 인원이 제한되는 것과 방역패스 확대 두 가지입니다. 사적모임 인원 제한은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최대 인원수를 제한하는 것이지요.
논란도, 궁금증도 큰 건 역시 방역패스입니다. 새롭게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시설은 식당과 카페를 비롯해 영화관·공연장, 독서실·스터디카페와 학원, 도서관, 멀티방, PC방, 실내경기장, 박물관·미술관·과학관, 파티룸, 마사지·안마소 등입니다. 특정 인원이 특정 목적을 가지고 이용하는 실내 시설 상당수가 해당합니다.
반면 테마파크 놀이공원 등 유원시설, 상점·마트·백화점, 숙박시설, 키즈카페, 돌잔치, 전시회·박람회, 이미용업, 국제회의·학술행사, 방문판매 홍보관, 종교시설은 방역패스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식음료 등 구매하는 마트나 매일 자라나는 머리카락을 다루는 이미용업 등은 생활 필수 시설이라는 이유로, 테마파크나 돌잔치·장례식장, 전시·박람회, 숙박시설 등은 물리적으로 출입자들의 증명서를 일일이 확인하기 힘든 점 등을 이유로 예외로 본 겁니다. 실외경기장, 실외체육시설도 실내 공간이 아니어서 방역패스에서 제외됐지요.
생활 필수 시설 예외를 받지 못한 식당과 카페의 경우 대신 혼자 이용하는 손님에 대해 예외를 적용합니다. ‘혼밥’ 하는 경우는 누군가를 만나는 사적 모임 목적이 아닌 말 그대로 ‘먹기 위한’ 필수 이용으로 보고, 백신 접종 증명서나 음성확인서를 따로 요구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이 조치의 연장선에서 여러 명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미접종자 1명은 방역패스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최대 6명 중 5명이 백신완료자일 경우 1명은 미접종자여도 출입이 가능한 겁니다.
의학적인 사유로 어쩔 수 없이 접종할 수 없는 사람과 코로나19 완치자 등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의사 소견서 등을 소지하면 ‘방역패스’ 없이 시설 출입이 가능합니다. 12세 미만 어린이들도 예외입니다. 12세 이상~18세 이하 소아·청소년들도 내년 2월 전까지는 방역패스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19세 이상 성인의 경우 아직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이들은 당장 불편이 불가피합니다. 정부는 1주일간 계도기간을 주고 위반 시 과태료 등 벌칙 부과에 나설 방침입니다. 시설 이용자가 위반했을 때는 위반 차수별로 10만원, 시설 관리자나 운영자에게는 1차 위반 시 150만원·2차 위반 이상부터는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행정적으로는 방역지침 미준수 시 1차 10일, 2차 20일, 3차 3개월 운영중단 명령을 내릴 수 있고 4차 위반 시에는 시설 폐쇄 명령도 가능합니다.
식당 모임이나 영화관 등 선택이 가능한 시설과 달리 학원이나 독서실, 도서관 등을 이용해야 하는 청년들 사이에서는 ‘당장 어쩌라는 거냐’는 불만도 터져 나옵니다. 지금 바로 접종을 시작해도 13일 전에 완료는 불가하기 때문이지요. 정부는 현재 성인 접종률이 90%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부의 불편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방역패스에는 백신 완료 증명 외에 코로나19 음성확인 증명도 있으니, 백신 미접종자의 경우 이를 선택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선별검사소나 임시선별검사소 등을 찾아 PCR 검사를 하면 통상 다음 날 오전 중에 결과가 나옵니다. 미접종자 중에 당장 시설 이용이 필요한 이들은 전날 미리 PCR 검사를 받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셈입니다.
정부는 이처럼 PCR 검사가 대안으로 있는 만큼 현 제도가 백신 의무화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백신 패스’가 아닌 ‘방역 패스’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방역패스는 미접종자들이 접종을 안 하셨으니 음성확인서라도 내는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방역패스가 백신의무화라는 주장에 반박했습니다. “백신 의무화라고 한다면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서는 검사나 치료를 본인이 부담하게 한다든지, 미접종자는 재택근무만 (하도록) 한다든지, 미접종자에게 벌금을 내게 한다든지, 독일처럼 미접종자는 필수 목적 외 외출을 금지한다든지 이 정도는 되는 것”이라는 겁니다.
백신 접종을 안 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는 대신 최소한 코로나19 음성임을 확인하는 정도의 책임을 부여하는 것을 의무화라고 보는 건 과하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현재 치료 병상 포화상태 등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방역패스 확대에 불만이 많다는 기사들이 나오던데 지금은 그런 투정이나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번 겨울 어떻게든 버티려면 백신 접종부터 챙기시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입니다. 특히 청소년에 대해 방역패스를 확대키로 한 것이 여론에 불을 붙였습니다. 신규 대상자가 되는 연령층은 2003~2009년생으로, 내년 기준 중학생 이상은 모두 대상이 됩니다. 내년 2월 1일부터 백신을 안 맞은 학생들은 학원 이용부터 어려워집니다. 백신 1차 접종, 3주 후 2차 접종, 이후 14일 기간을 감안해 계산해보면 당장 12월 25일 성탄절 전에 백신을 맞기 시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국내 교육 현실상 학생들이 학원을 가지 못하는 것은 사실상 직장인에게 출근을 못 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더 강도 높은 ‘백신 의무화’가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죠.
PCR 검사를 받으면 된다는 정부 설명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나옵니다. PCR 음성확인서 유효기간이 이틀로 짧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백신 패스’ 반대 청원을 올린 고등학교 2학년생은 “PCR 음성확인서의 유효기간은 고작 48시간”이라면서 “백신 미접종자가 일상생활에 지장받지 않으려면 이틀마다 고통스럽게 코 쑤셔가며 검사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완화한 상태에서 청소년에게 백신을 강요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놀이공원이나 백화점 등은 방역패스 예외인데 학원 독서실 등부터 적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죠. 온라인커뮤니티나 지역 맘카페 등에서는 “아이 백신은 조금 더 지켜보려고 했는데 너무 갑작스럽다” “학원에서 밥을 먹느냐 마스크를 내리느냐. 어른들 사적모임은 가능하게 해두고 아이들 학업부터 손대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 “놀이공원은 백신 없이 되고, 학원은 안 된다는 게 무슨 소리냐”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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