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에 환장하는 한국 정치 [정기수 칼럼]

데스크 2021. 12. 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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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프로필 하나로 '참신+개혁' 한탕 해먹으려는 짓거리 그만둬야
명예와 부 지향 머리, 정치공학적 사고, 진지함 부족이 하버드 스타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선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조동연 신임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우리 ‘그것’에 환장하지 말자! 그리고 ‘그것’에 의해서 천박해지지 말자!”

시인 고은(88)은 8년 전 가을 노벨상 탈락 소회를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 무렵 10여년 동안 단골 노벨 문학상 수상자 후보로 이름이 올라 해마다 ‘당선자’가 발표되는 날 그의 집 앞에는 국내외 기자들과 카메라들이 진을 쳤다.


그는 “지금 우리 현실은 문학은 아주 떠내려가서 어디 가 있는지도 모르고 오직 ‘그것’만이 유령처럼 우리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세태를 개탄했다. 시인의 말을 현재의 대선판에 적용한다면, 정책 따위는 어디론가 떠내려 가버리고 하버드라는 학벌만 숭상하는 천박을 드러내고 있다.


집권여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돌연 영입됐다가 돌연 사퇴한 육사 출신의 서경대 산학협력 교수 조동연(39)은 3년 전 하버드 케네디 스쿨(HKS, 행정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으로 석사를 마친 ‘인재’다. 민주당은 이 사람이 워킹맘에 육사와 하버드 출신 교수라는, 완벽한 ‘스펙’에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그 상품성을 이용하고 싶어 한 속이 참 얄팍하다. 혼외자를 포함한 사생활은 그녀 자신과 국민 정서가 판단할 문제다. 그 ‘스펙’으로 한탕 해먹으려 한 민주당(이 점에서는 국민의힘도 예외가 아니다)의 ‘상도의’(商道義, 상업 활동에서 지켜야 할 도덕)와 이 나라가 용인하는 그 가벼움이 더 큰 문제다.


하버드는 대단한 게 아니다. 수재들이 가는 대학이다. 한국의 명문 대학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 암기 위주로 뽑고 졸업을 시키는 식이 아닐 뿐이다. 더구나 학부도 아닌 특수 대학원은 머리 좋은 한국 지원자들의 특기, 즉 화려한 스펙 쌓기로 합격이 가능하다.


이 학력이 한국으로 물 건너오면 국회의원 금배지 급으로 값이 뛴다. 그 학벌로 출세하고 거부가 되려고 하는 졸업생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을 공부만 하고 학계, 재계에서 인류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하는 꿈을 가진 젊은이들로만 봤다가는 십중팔구 잘못 짚기 쉽다.


필자같이 순진한 사람은 하버드를 다니다 말고 마이크로 소프트를 창업, 대부호가 된 빌 게이츠(66)의 ‘인품’을 일찍 알아보지 못해서 늦게야 실망한다. 세계 최대 자선재단을 세워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으나 그의 사생활은 뛰어난 머리로 출세해서 돈 많이 번 사람의 전형적인 속물(俗物) 근성을 보여준다. 대저택에 호화 요트 사치, 야비한 승부욕, 독재적 회사 운영…….


자신의 숨겨진(사생활) 프로필보다는 공개된(하버드) 프로필을 팔아 집권당 대선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능력에도 경력에도 전혀 맞지 않는 자리를 주저 없이 받아들었던 조동연은 빌 게이츠의 속물 처신을 따라 한 셈이다. 거기에 그 분야 책 한권 쓴 걸 갖고 ‘항공우주전문가’라는 낯 뜨거운 타이틀을 붙인 민주당 작자들은 도대체 어떤 사기꾼들이며 이에 침묵한 조동연 본인은 양심이 있는 여자인가?


이재명 선대위 인재 영입 1호라는 ‘데이터 디자이너’ 김윤이(38)도 하버드 케네디 스쿨 공공정책 석사다. 이 과정은 대한민국의 똑똑한 여성들이 줄지어 문을 두드리는 등용문(登龍門, 용문에 오른다는 뜻으로, 입신출세의 관문을 일컫는 말)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이 사람의 학력을 조롱하는 이유가 있다. 그 학벌을 파는 장사를 야당과 여당에 동시에 했기 때문이다. 이념은 고사하고 철학도 소신도 없는 잡상인에 불과한 행동이다. 그녀가 경영하고 있다는 데이터 기업(광고대행업)은 또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녀의 이력서를 전 현직 의원 최소 3명이 접수해 면접도 한 국민의힘 측은 ‘스펙이 너무 좋아’ 선대위 간부 임명을 보류하고 있을 정도였다. 검증이 필요했을 것이지만, 사실은 김종인과 이준석 파동으로 의사결정이 늦어진 게 더 큰 이유였을 것이다. 윤석열로서는 오히려 다행이었다. 김윤이가 그 사이를 못 참고 민주당에서 먼저 부르니 재빨리 들어가 버려서다.


국민의힘 당 대표 이준석도 하버드 학부(경제학, 컴퓨터과학) 출신이다. 그는 이 학교 다닐 때부터 한인학생회장도 하며 스펙을 착착 쌓았다. 박근혜가 하버드를 방문했을 때 안내역을 맡는 인연으로 정계 입문에 성공한 박근혜 키즈인데, 박근혜 탄핵에 적극 나서면서 그녀를 ‘배신’하고 탈당, 창당, 복당을 거듭했다.


빠른 두뇌 회전으로 정치공학적 사고, 출세와 영리(營利)에만 밝고 진지함과 진정성은 부족한 게 이들이 보이는 하버드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치인들은 하버드 스펙을 떠받들고 많은 국민들이 그것에 동조한다.


프로필 하나로 참신과 개혁 이미지를 포장, 한탕 해먹으려는 짓거리는 이제 집어치워라. 하버드에 환장하지 말라!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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