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후보 지낸 밥 돌 전 상원의원 별세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낸 밥 돌 전 상원의원이 5일(현지시간) 별세했다. 98세.
그의 가족은 성명에서 “로버트 조셉 돌 상원의원이 오늘 오전 98세로 사망했다. 그는 76년 동안 미국을 위해 봉사했다”고 밝혔다. 유족으로는 부인 엘리자베스 돌 전 상원의원과 딸 로빈 돌이 있다.
돌 전 의원은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의 상징적 존재이자 미국 보수주의 정치인의 거물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로 통한다.
앞서 돌 전 의원은 지난 2월 자신이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시 예고 없이 암 투병 중인 돌 전 상원의원을 병문안 해 초당적 우정을 보여줬다.
1923년 캔자스 주에서 태어난 돌은 2차 대전 기간이자 의사를 꿈꾸는 대학생 시절이던 1942년 예비군에 등록했고, 이듬해 현역 군인으로 소집됐다.
1945년 이탈리아에서 동료 병사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다 오른팔이 마비되는 장애를 갖게 됐다. 왼팔은 최소한 기능만 할 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입어 죽을 고비를 넘기고 3년 넘게 병원 치료를 받았다. 돌 전 의원은 지난 200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경험과 회복 과정을 다룬 회고록 ‘한 군인의 이야기(One Soldier's Story)’를 출간했다.
이후 정치 쪽으로 진로를 바꿔 1951년 캔자스 주의회의 하원의원이 됐고, 1961년부터 네 차례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다. 또 1969년부터 1996년까지 캔자스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을 맡았다.
1985년부터 1996년까지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맡아 사회보장 개혁, 장애인법 등 굵직한 입법을 추진하며 초당적 협력을 끌어내는 협상력을 인정받았다. 삭막한 정치권에서 유머와 위트 넘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도 각인돼 있다.
캔자스 출신인 돌 전 의원은 1980년, 1988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지만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다. 1996년 대선에서는 공화당 대선후보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와 대결을 벌였지만 패배했다.
앞서 1976년에는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로 러닝메이트가 됐지만 고배를 마셨다.
5번째 상원 의원직을 맡고 있던 1996년 6월 대선에 집중하기 위해 의원직에서 사퇴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참전 용사와 전몰 장병 추모 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1997년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과 2018년 미국 최고 훈장 중 하나인 의회 명예훈장을 받았다.
2016년 미 대선 때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낸 인사 중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작년 대선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 등 대선 불복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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