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욱의 슬기로운 금융] 금리 상승.. 물가 폭등.. 공모 과열.. 내년 증시, 만만치 않다
연말을 앞두고 내년 증시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대체로 비관적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높은 수익률에 익숙해진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믿으려고 하지 않는 듯하다. 상장기업이 올린 놀라운 실적(올해 1~9월 영업이익은 76.6%, 매출액은 16.9% 상승)을 들어가며 주식시장의 비관론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더구나 지난주 코로나의 새로운 변종 오미크론이 등장하면서 이런 주장은 우군을 만났다. 일부에서는 오미크론이 확산된다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중단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주식시장이 다시 달아오를 거라고 군불을 때고 있다. 하지만 내년 증시가 크게 오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지난 2년간의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똑같은 투자 전략을 구사하다가는 어쩌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먼저 금리 움직임이 증시에 불리하다. 일반적으로 고금리는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돈을 비싸게 빌려서 투자를 해야 하니 기업의 투자와 수익이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오른 금리보다는 앞으로 오를 금리가 주가에 더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집행할 시점의 금리를 예상해 투자나 소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금리는 당연히 시장에서 결정되는데, 그 밑바닥 흐름은 중앙은행이 결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인상인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올릴 것 같다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정책금리가 0.5% 포인트는 더 오르리라고 보는 금융시장 참가자가 80%를 넘었다고 한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25%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람들은 정책금리의 추가 인상을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 주도국 미국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년래 최고치(6.2%)를 찍자 미국이 깜짝 놀랐다. 급기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본인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는데(11월 10일), 이런 양상이라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더욱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추진할 수도 있다. 금리 상승은 누가 뭐래도 유력한 인플레 통제 도구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오미크론 변이 등장으로 미국 금융정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연준의 정책 스타일로 볼 때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즉 연준은 코로나가 발발해 확산한 작년 3월과 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아니라면 기존 정책을 견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지난 6개월간 우리 모두가 코로나 변이 중 하나인 델타를 진하게 경험해 왔다는 점에서 오미크론 변이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아니다. 연준은 오미크론보다는 인플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면 경제적 유대 관계가 밀접한 나라들은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에서 금리는 상승 쪽이 열려 있다고 하겠다.
금리 상승이 가격 측 요인이라면 발행시장 확대는 물량 측면에서 증시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식공모시장은 ‘따상’(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2배에서 시작해 상한가까지 치솟는 현상)이라는 신조어가 상징하듯 엄청난 각광을 받았다. 올해 11월 말까지 주식공모금액은 20조원에 달해 최근 4년간 공모금액의 총합(19조원)을 넘어섰고, 시가총액 대비 비중(7.6%)도 예년 수준의 3배에 달했다.
이는 과거 닷컴 버블이라 불렸던 2000년 상황과 닮아 있다. 당시 주식시장은 뉴 밀레니엄을 장식할 첨단 기술을 맹신했는데 이런 시장의 흐름을 이용해 많은 기업이 상장했다. 2000년 한 해 동안의 주식공모금액이 시가총액의 10%를 넘어설 정도로 폭발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고는 그다음 해부터 주식시장은 긴 겨울이 시작됐다. 수급에 앞서는 요인은 없다는 말처럼 물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지는 법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 초에도 거대 기업의 상장이 예정돼 있다고 하는데 우리 주식시장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선진국 경기도 고려 사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에 코로나 위기로 급전직하했다가 곧바로 수직 상승했는데 최근 들어 그 상승세가 멈추었다. 아직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선진국 경기가 더 치고 올라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경제는 수출로 먹고사는 구조이기에 외국의 수입 수요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선진국 경기가 정점을 통과하고 있는 듯한 모습은 아무래도 우리 기업, 우리 증시에는 부정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나마 이 지표와 국내 증시의 관련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은 위안이 된다. 수출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일 텐데, 그래도 선진국 경기가 올해와 같은 상승세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은 우리 증시에 좋은 뉴스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렇듯 증시의 주변 여건이 내년도 주식시장의 하방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물론 이는 전반적인 방향일 뿐 개별 종목의 움직임과는 다르다. 오히려 내년에는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되고 개별 종목의 옥석 고르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아마도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친구 따라 강남 갔던 투자자들은 ‘현타’(현실 자각타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내년에 금리가 그렇게 빨리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혹은 내년에도 공모시장이 분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주식투자를 늘려도 좋다. 그러나 그 반대로 생각한다면, 그중에서도 돈을 빌려서 주식 투자를 하는 분이라면 그 규모를 줄이라고 권하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빚 내서 투자하는 전략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동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자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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