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탄소중립 달성하려면 탈원전 정책부터 폐기해야
정부가 무모한 탄소중립, 수소경제 대못 박기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가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국제무대에서 앞장서 현란한 막춤을 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탄소중립이 아무리 당위적 목표라도 기술적 가능성과 경제적 부담에 대한 절박한 고민은 필요하다. 아무리 화려한 꿈이라도 감당할 수 없으면 그림의 떡이 되고 마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태양광·풍력에 대한 관심은 중요하지만 지나친 환상은 금물이다. 태양광·풍력이 발전 설비의 70%를 차지하는 세상은 몹시 낯선 곳이다. 태양광·풍력의 극심한 간헐성·변동성 때문에 우리가 필요할 때 전기를 마음대로 쓸 수 없다. 해가 나고, 바람이 불 때만 공장을 가동하고, 불을 켤 수 있다. 현재의 배터리(ESS)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어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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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
목표 달성할 유일한 대안은 원전
」
태양광·풍력에 취해 있었던 중국의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 바람이 많은 동북 지역에 설치해놓은 풍력 설비가 12.8%나 된다. 햇빛이 좋은 지역에 설치한 태양광도 11.5%나 된다. 중국의 주력은 석탄 화력이다. 발전설비의 49.1%를 차지하는 석탄 화력이 전기의 60.8%를 생산한다.
지난여름 풍력·태양광·석탄이 차례로 문제를 일으켰다. 7월에는 동북 지역의 바람이 멈춰 서버렸다.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었다. 작년에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풍력의 출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여름 내내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도 문제였다. 태양광도 힘을 잃어버렸고, 탄광도 침수됐다. 엎친 데 덮친다고 호주와의 갈등으로 석탄 수입도 줄어들었다.
전국 20여 개 성·시가 대정전에 시달렸다. 수익성이 낮은 요소 생산 공장이 가장 심한 철퇴를 맞았고, 그 불똥이 우리에게 튀었다. 중국발 요소수 대란이 그 결과였다. 중국만 골치를 앓았던 것이 아니다. 작년 겨울에는 미국 텍사스의 풍력 설비가 꽁꽁 얼어붙었고, 영국·스페인·호주도 몸살을 앓았다.
수소경제에 대한 환상도 경계해야 한다. 우주의 75%를 차지하는 수소로 자동차를 달리게 한다는 광고는 기만적인 것이다. 지구의 상황은 딴판이다. 지구에서 수소는 0.14%에 지나지 않는 희소 자원이다. 그마저도 산소·탄소·질소에 화학적으로 단단하게 결합돼 있다.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청정수소’의 생산은 SF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전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전기분해 기술로 생산한 청정수소로 다시 전기를 만들자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오히려 청정수소 생산에 사용하는 전기로 직접 자동차를 운행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이다. 현재 기술로 생산한 전기는 미완성의 미래 기술인 수소보다 훨씬 더 편리하고 안전한 에너지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훌륭한 대안이 있다. 세계 최고의 경제성·안전성을 인정받은 원전 기술이 가장 확실한 탄소중립 기술이다. 한 톨의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는 ‘현재’의 기술은 원전뿐이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나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달성시켜줄 유일한 대안도 원전이다. 2012년 세계 최초로 실시설계에 성공한 스마트(SMART)도 있다. 빌 게이츠가 극찬한 SMR(소형모듈원전)의 원조가 바로 우리 스마트다. 탈원전 광풍에 떠밀려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되살려내야만 하는 우리 기술이다.
영국이 원전 도입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상업용 원전의 원조였던 영국이 신재생에 정신이 팔려 원전 기술을 통째로 상실해버린 역사에서 우리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때 원전 포기를 고려했던 프랑스도 원전 확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원전의 안전 강화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 체제를 손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탄소중립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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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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