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내년 초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병력 17만5000명 동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미국 정보당국 기밀문서 등을 인용해 "러시아가 이르면 내년 초 병력 약 17만 5000명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7일 화상 정상회담을 연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4일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의 군사 활동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상황에 열려 이목이 쏠린다. WP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투 전술단 50개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네 군데에 배치했고, 탱크와 대포도 증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최대 규모의 병력이 집결한 것이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3일 "러시아가 내년 1월 말 대규모 군사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미 우크라이나 국경에 러시아 병력 9만4000명 이상이 집결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이처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군사 긴장을 고조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BBC는 "무엇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했다. 나토는 미·소 냉전기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진영에 대항해 미국, 유럽 국가들이 만든 군사 동맹이다.
정치평론가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BBC에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의 희망을 주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친서방 행보를 강화했다. 2019년 헌법까지 개정하며 유럽연합(EU)과 나토 회원국 가입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일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우크라이나와 30개 나토 회원국이 결정할 문제”라며 “러시아는 이웃 국가를 통제하기 위한 영향력을 행사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초강대국으로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을 이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렉산더 바우노프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 선임연구원은 지난 1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직전인가?’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정상회담을 앞둔 푸틴 대통령은 초강대국으로서 러시아가 중국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고 있다”며 “서구는 러시아의 위상을 높이거나 푸틴이 원하는 약속을 거절해야하는 불편한 딜레마에 놓여있다”고 분석했다.
미·러 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연일 신경전을 벌여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첨단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은 "레드 라인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 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나토 외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러시아가 대립의 길을 걷게 된다면 경제 제재를 포함한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3일 푸틴 대통령의 '레드 라인' 발언에 대해 "나는 누구의 레드라인도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번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는 법적 보장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 가할 제재 조치를 압박 카드로 내밀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하는 일은 푸틴 대통령이 우려되는 일을 추진하기 매우 어렵게 만들 가장 포괄적이고 의미있는 일련의 구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키 대변인은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 외에도 “사이버ㆍ지역 현안, 전략적 안정성(핵군축) 문제 등의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양국 정상은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두 정상은 양국 무력 충돌 위험을 줄이는 전략적 안정성에 관해 공동 서명하고 인권·사이버 해킹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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