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했던 미 접종소, 오미크론 공포에 아이 데리고 300여명 장사진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타이슨스 코너 대형 쇼핑몰에는 저녁 7시가 다 돼 가는 시간이었지만 300~400명 정도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곳에 마련된 집단 접종소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온 이들이다.
특히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이들이 많았다. 같은 동네에서 온 아이들이 서로 인사하며 떠드는 모습이, 조용하기만 했던 과거 집단 접종소의 모습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자기 차례가 돼 간단한 사전 접종 절차를 마친 어린이들은, 5~11세에 허가된 화이자 백신 전용 부스로 향했다. 일반 성인의 3분의 1 용량을 넣은 어린이 전용 주사기를 따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접종은 별도의 공간에서 이뤄졌다.
10세와 8세의 두 자녀를 데려온 더그 서먼은 "그동안 바쁘기도 해서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오미크론 변이가 퍼진다는 소식에 자녀들 백신 접종을 더 미룰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루 3000명까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이 접종소는 주 보건당국 차원에서 지난 상반기 문을 열었다. 일부러 유동인구가 많은 쇼핑몰에 만들었는데 접종자 수가 뜸해지면서 문을 닫았다. 그러다 지난 10월 백악관이 부스터샷(3차 접종)을 공식화하면서 재개장했다.
현장에 있던 보건당국 관계자는 "1, 2주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추수감사절(지난달 25일)을 지나며 찾는 이가 부쩍 많아졌다"면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걱정이 크긴 큰 모양"이라고 했다.
실제 버지니아 지역에서 하루 백신 접종자 수는 보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버지니아 커뮤니티 백신 클리닉에 따르면 11월 중순만 해도 2000명에서 많아야 5000명 수준이던 게 11월 30일 갑자기 9193명이 됐다.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백악관 데이터 책임자인 사이러스 샤파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2일 하루 동안 218만 명이 백신을 맞았다"며 "지난 6개월 동안 최고치"라고 밝혔다.
또 자기 아들을 포함한 5~11세 아동 18만6000명이 이날 접종을 완료했다며 어린이 접종자가 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한 번 이상 백신을 맞은 5세 이상 인구가 75%가 됐다며 이런 추세의 이유로 역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그러자 일부 약국에선 몰려드는 접종 신청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대형 약국 체인인 CVS와 월그린스를 비롯, 대형마트인 월마트 내에 있는 약국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따로 예약 없이 걸어 들어가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당분간은 사전 예약자들을 대상으로만 접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물량이 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주사를 놔줄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상황이 심각한 몇몇 주에선 백신을 맞으려면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를 기다려야 한다고 WSJ는 보도했다.
월그린스의 대변인은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수천 명의 직원을 채용 중이라고 밝혔다. 또 백신 접종 자격증을 따는 직원에게는 보너스를 주고 있다고도 했다.
일단 보건당국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지체 현상이 오래가진 않을 거라고 전망했다. 지금 수요가 급증한 것은 부스터샷과 어린이용 백신 허가가 단 몇 주 안에 힘께 이뤄지면서 발생한 것인만큼, 조만간 수요가 진정되면 해결될 거란 이야기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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