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기독교 다독인 文..'정청래 변수'에 '불심 이탈' 우려

강태화 입력 2021. 12. 5. 05:00 수정 2021. 12. 5.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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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종교 인구는 2155만명에 달한다. 이중 기독교 인구는 967만명, 불교는 761만명, 천주교를 믿는 인구는 389만명이다. 주요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이른바 ‘교심(敎心) 잡기’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대선을 앞두고 ‘정치 중립’을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종교계와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영상을 시청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명동성당은 독재에 맞서 자유와 인권의 회복을 외쳤던 곳”이라며 천주교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한 것은 한계”라며 돌연 20년째 표류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꺼냈다. 차별금지법은 곧장 대선 이슈가 됐다.

그런데 기독교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ㆍ한국교회연합ㆍ한국교회총연합 등 기독교 3대 연합기관은 지난 1일 “동성애, 동성혼을 조장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성경은 하나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음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 발언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 기도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인 지난 2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기독교 조찬기도회에 직접 참석한 것은 2018년 3월 이후 3년 9개월만이다.

교회는 그동안 정부의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여러차례 집단감염의 진원지로 지목받아왔다. 국내 첫 ‘오미크론’ 감염자도 나이지리아를 방문했던 목사 부부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다”는 말 외에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대면으로 신도들과 함께 예배하고 소통했고, 온라인으로 교단 총회를 개최했다”며 교회의 방역 협조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조찬기도회는 오래 전부터 예정된 일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일정은 1주일 간격으로 명동성당에서 천주교에 감사를 표하고, 기도회에 참석해 차별금지법 등으로 불거진 기독교계의 불만을 다독이는 모양새가 됐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3일 “대선 후보들은 물론 청와대와 문 대통령 역시 대선을 앞둔 종교인들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후보들의 입장에선 모든 종교에 우호적 이미지를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권에선 이번 대선을 앞두고 불교계와의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교계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때문이다.

조계사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뉴시스

정 의원은 10월 5일 국정감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며, 이를 징수하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빗대 말했다. 조계종은 이를 “불교 폄하”라며 전국에 정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 1200개를 내걸었다.

정 의원은 사과를 거부했다. 그러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정 의원의 발언이 매우 부적절했다”며 불교계에 대신 사과했다. 이재명 후보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총무원장인 원행스님을 예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정 의원은 ‘문제의 발언’이 나온지 50여일만인 지난달 25일에야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갔다. 그러나 조계사측은 사전 협의 없이 불쑥 찾아온 정 의원의 출입을 거부했다. 결국 정 의원의 사과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심심한 유감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글에 그쳤다.

이재명 후보측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천주교 신자인 문 대통령이 휴가 때 여러번 사찰에 머물거나 국빈방문한 정상과 사찰에서 일정을 진행한 것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불교계와의 관계를 고려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정 의원이 불교계에 보인 태도는 선거 내내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25일 서울 조계사를 찾아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했던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고자 했으나, 종단 측으로부터 출입을 거부당했다. 연합뉴스

청와대도 불교계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불교 관련 일정은 공지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여권에선 “불교계와 어떤 접촉을 해보기에 앞서, 일단 정 의원 스스로 최소한의 결자해지(結者解之)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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